한진그룹 사진:구혜정 기자

지배구조 개선 펀드를 표방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에 대한 압박 공세를 거듭 올리고, 국민연금까지 한진칼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결정하면서 한진그룹이 수세에 몰렸다. 한진칼의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과 KCGI가 힘을 모아 한진을 압박할 경우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은 더욱 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일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인 범위내에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결정했다. 기금위는 구체적으로 한진칼에 "이사가 회사 또는 자회사와 관련해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을 경우 결원으로 본다”라는 조항을 넣는 '정관 변경'을 제안 했다. 

이번 기금위 결정으로 국민연금은 그동안 조양호 한진 회장 이사해임, 신규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방식을 검토해왔으나 정관 변경에 대해서만 관여하게 됐다. 정관이 변경된다면 횡령 혐의로 재판 중인 조양호 회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조 회장은 경영진에서 물러나게 된다.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 측도 지난 31일 한진칼에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 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한진 측에 전달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KCGI는 사외이사 2인 선임제안과 배경과 관련하여 "당초에는 독립적인 감사 1인의 선임만을 제안할 계획이었으나, 회사가 지난해 말 뚜렷한 이유 없이 단기차입금의 규모를 1650억 원에서 3250억 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렸고 이를 통해 2018년 말 기준 자산 총액을 인위적으로 2조 원 이상으로 늘려 감사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일반 주주들의 독립적인 감사 선임 시도를 저지하려 할 것으로 예측되므로 지배주주 및 현 경영진과 무관 한 독립적인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여 이들을 중심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KCGI는 지난달 21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발표하며 오너 리스크 해소를 주장했고, 조양호 회장 일가를 경영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 한진 그룹 관계자는 7일 미디어SR에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인해 한진칼의 경영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민연금에서 정관변경을 요구해 올 경우 법 절차에 따라 이사회에서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KCGI의 주주제안서와 관련해서는 "공식 입장이 따로 나온 것은 없으며, 논의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KCGI와 국민연금의 압박공세에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KCGI의 주주제안이 3월 주총에서 직접적인 성과를 낼지는 의문시되는 게 현실이다. 한진칼의 경우 작년 말 기준으로 최대주주인 조양호 회장(17.70%)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이 28.93%에 달해 주총 때 표 대결이 이뤄진다면 KCGI 단독으로는 승산이 희박하다.

하지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도 조 회장 일가에 우호적인 입장은 아니어서 국민연금이 KCGI에 힘을 보탠다면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의 경영권은 더욱 수세에 몰릴 전망이다. 한진칼의 경우 7.34%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10.81%를 갖고 있는 KCGI와 힘을 함께하면 조양호 회장 일가(28.93%)의 지분차가 10% 포인트로 줄어들어 강한 압박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민연금과 KCGI가 힘을 합쳐도 조양호 일가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소액주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주권을 어떻게 행사하느냐도 관건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7일 미디어SR에 "국민연금과 KCGI가 독자적으로 주주제안들을 냈지만,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등 독단적인 전행과 폭주를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 서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라며 "감사와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에 대해서 서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하지만, (국민연금과 KCGI) 표를 합쳐도 한진칼 조양호 측의 지분에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소액주주들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소액주주들의 동참을 이끌기 위해 KCGI는 25일 '밸류 한진'이라는 웹사이트 메인화면에 "KCGI의 활동에 동참을 원하시는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진에어, 한국항공 주주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라는 문구를 적시한 버튼을 만들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귀하의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밸류한진 주주 관련 새로운 소식을 빠르게 전달 드리고 있습니다'라는 알림창이 뜬다. KCGI의 이 같은 행보는 3월 주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일가와의 표 대결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컴플라이언스위원회(준법위원회)를 통해 자체적인 신뢰 회복 방안을 찾고 있다. 자체 혁신안을 통해 임직원과 외부 주주의 신뢰를 얻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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