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 사진=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금요일 단 하루만 방송하는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는 tvN의 ‘불금 시리즈’ 프로젝트로 시작해 많은 이들의 ‘힐링 드라마’로 발돋움했다. 왜 금요일만 방송하냐는 불만까지 나올 정도.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타이틀롤을 맡은 김지석의 활약이 컸다. 김지석은 혹독한 다이어트를 통해 까칠하면서도 오만한 톱스타 ‘유백’ 그 자체로 변신, 호연을 펼쳤다. 경쟁작이었던 ‘SKY캐슬’이 정말 재밌지 않았냐고 반문하면서도, ‘톱스타 유백이’ 덕분에 한 뼘 성장할 수 있었다고 기꺼이 말하는 그의 말투엔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생각보다 진중했던, 의외의 매력을 자랑하던 김지석에게 ‘톱스타 유백이’의 비하인드를 들어봤다.

Q. 타이틀 롤을 소화하느라 여러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택한 이유가 있었다면.
김지석: 대본을 처음 받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작가님, 감독님이 이 드라마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는가예요. 그리고 그 메시지가 내 기준에 부합 하는지, 연기로 캐릭터를 잘 전달할 수 있는지거든요. 이 드라마는 시놉시스 한 줄 요약글에 ‘문명 충돌 로맨스물’이라고 소개됐더라고요. 찍다 보니 문명이 충돌하며 발생하는 ‘힐링’이 있었어요. 각자 다른 문명에서 자라며 각기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끼리 만나서, 결핍과 상처를 보완하며 성장해나가는 그런 부분이 가장 크게 와 닿았어요. 또 그 부분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죠.

Q. 폭발적인 반응에 비해 시청률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김지석: 그쵸. 시청률에 어떻게 신경을 안 쓰겠어요. 아쉽죠. 생각보다 적은 분들이 오셨어도 많이 맛있게 드셨다는 것에 위안을 받았지만 뭐, ‘SKY캐슬’도 재밌더라고요(웃음). 아쉬운 마음은 솔직히 있지만, 대신 그걸 상충할 만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입소문도 내주셨어요. 거기서 받은 감동과 피드백들이 기대 이상이어서, 감사드리고 또 위안받고 응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동 시간대 경쟁작이던 ‘SKY캐슬’이 아예 비지상파 1위를 해버리니까 그거 역시 위안이 되더라고요(웃음).

Q. 편성의 아쉬움 역시 많이 거론돼요. 금요일 하루만 방송된다는 게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죠.
김지석: 확실히 그 부분은 장단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방송의 연속성도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거든요. 하지만 tvN에서 불금시리즈로 ‘톱스타 유백이’가 선봉대로 섰다는 건 만족스러워요. 가요차트에 역주행하는 노래가 있듯이, 저희 ‘톱스타 유백이’도 ‘다시보기’ 같은 걸로 빛을 더 발했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연기했던 저조차도 성장하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거든요. 나중에라도 많이들 보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김지석 / 사진=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Q. 극 중 깡순이(전소민)와의 호흡도 좋았어요.
김지석
: 수많은 작품을 해 왔지만 제한적인 먼 공간에서 다 같이 합숙하며 삼시세끼를 함께 한 작품은 없었어요. 섬에서 촬영하다 보니 처음으로 작품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전우애 이상의 것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서로의 대소사를 다 알 정도로 많이 친해졌어요. 그리고 또 느낀 게 사소한 것에 대한 소중함이에요. 서울에 있을 땐 치킨 먹고 싶으면 배달해 먹으면 되고 하는데, 여긴 물리적으로 안 되는 게 많다보니 그런 것들이 더 생각나더라고요.

Q. 가장 많이 생각났던 건 뭔가요.
김지석: 음식이 그리웠어요. 작품 속 역할이 톱스타다 보니 몸매 관리 때문에 탄수화물을 아예 끊었거든요. 노출신도 많았는데 섬에서 따로 운동을 할 수도 없었어서 아예 닭가슴살만 먹었어요. 66kg까지 감량했거든요. 그래서 많이 예민했죠. 너무 힘들었는데, 오히려 그게 유백이의 성격에 많이 도움이 됐어요. 참, 이 작품은 처음 느꼈던 게 정말 많아요. 적지 않은 작품을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처음 느낀 게 많더라고요.

Q. 극한의 다이어트였겠지만 보람은 있었을 것 같아요. 복근 장면이 다 잘 나왔죠. 많이 회자되기도 했고요(웃음).
김지석: 그런 장면을 찍을 땐 하루 전에 물도 아예 안 마셨어요. 몸은 잘 나왔지만 대신 얼굴은 많이 피곤해 보이더라고요(웃음). 3회부터 7회까지는 팔자주름이 너무 심해 보여서, 날렵해 뵈는 건 좋지만 제가 봐도 좀 안된 사람 같아 보였어요. 그렇지만 제가 원한 만큼은 나온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는 그렇게까지 보여지기 위한 운동은 안 할 것 같아요.

Q. 이제는 원 없이 먹겠어요.
김지석: 지금 제 낙이 자기 전에 야식을 먹는 거예요(웃음). 이런 것에도 굳이 의미부여를 한다면, 섬 촬영과 다이어트 등 모든 게 작은 것에 대한 감사함과 깨달음을 느끼게 했어요. 마음가짐이나 그런 것들을 많이 성장시켜줬죠. 그래서 시청률은 아쉽지만, 그 이상으로 제가 얻은 게 많기 때문에 위안을 받을 수가 있어요.

Q.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느낀 감정은 뭔가요.
김지석: 제목부터가 ‘톱스타 유백이’였잖아요. 그래서 모든분들이 저를 톱스타로 만들어주시려 했어요. 참 감사했죠. 연기만큼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도 이번이 처음이에요. 대본에 ‘완벽한 피지컬’이라는 지문이 많았어서, 그런 ‘태’를 만들어야 하니 부담스러웠죠. 현장에서 거울을 소민이보다도 많이 봤어요. 잘 나와야 하는데, 하면서 비주얼과 의상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의상도 다 회의해서 색상을 정해서 입고, 물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라인이 돋보이는 옷을 입고 그랬어요. 시청자 분들이 잘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김지석 / 사진=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Q. 내용, 연출 두 가지가 한꺼번에 호평받긴 쉽지 않잖아요. ‘톱스타 유백이’는 그 어려운 걸 해냈어요. 저조한 시청률이 이해가 안 될 정도였죠.
김지석
: 연극의 3요소가 배우, 관객, 시나리오잖아요. 제가 연기를 열심히 해도 아무도 안 봐주시면 의미가 없는 거니까, 솔직히 시청률에 목이 마르는 건 사실이에요. 다들 고생하시지만 저희는 섬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촬영해서 더 많이 봐주셨으면 했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1회성인 불금 시리즈로는 선방했다고 생각해요. 주 1회 드라마라 퀄리티도 더 있던 것 같고요.

Q. 마지막회에서 키스신이, ‘휘몰아쳤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많았어요.
김지석: 11부작 드라마인데 키스신이 9부에 처음 나왔어요. 남은 게 2부 밖에 없는 상황에서 로맨스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이 컸죠. 그래서 작가님이 써주신 것 이상으로 한 것 같아요. 실제 제 연애 스타일도 많이 반영됐고요. 지문에 없던 애드리브 뽀뽀 장면도 있었는데 잘 살려주시더라고요.

Q. 전소민과의 호흡도 돋보였어요. 둘이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많았죠.
김지석: 둘이 성향이 비슷해요. 현장에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나 스타일도 비슷했어요.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있었다는 게 저희가 잘했다고 해주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어요. 그리고 소민이는 섬처녀, 저는 연예인으로 나오다 보니 현장에서 제가 더 분칠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여배우로서 분명 쉽지 않았을 부분일 거예요. 그런 게 소민이에게 많이 고마워요.

Q. 달달한 장면이 많이 나왔던 만큼,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김지석: 마지막회를 집에서 봤는데, TV 속 유백이는 꽁냥꽁냥 연애하는데 저는 혼술이나 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연애하는 유백이가 부러웠어요. 그리고 실제로는 제가 연애를 그렇게 할 수가 없잖아요. 캐릭터는 캐릭터고 현실은 현실이니까. 그래서, 제가 사랑을 하게 되면 그런 부분들을 많이 반영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Q. 틈틈이 연애를 하면 덜 외롭지 않을까요(웃음).
김지석:  저는 틈틈이 늘 연애를 해요(웃음). 공개 여부를 떠나서 사랑은 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조심스러워지고 제한이 되는 부분들도 생기곤 하죠. 그냥, 한 명을 잘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백이를 하면서 더 대리만족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김지석 / 사진=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Q. 마지막회의 수상소감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김지석: 인간으로서 그리고 직업적으로도 실제의 저와도 일맥상통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길을 잃고 방황하던 어느 날 인생의 쉼표 같은 섬이 생겼습니다. 길을 잃은 별은, 다시 모으기 위한 시작입니다」라고 말한 게 특히 기억에 남아요. 그때 당시에 느끼고 있던 생각들이었거든요.

Q. 극 중 유백 캐릭터와 본인을 동일하게 느낀 부분도 많았을 것 같은데.
김지석: 특정 직업의 특성이 주는 이면적인 것들이 같았어요. 많은 사랑을 받지만, 막상 ‘진짜 나’로 돌아갔을 땐 나만이 느끼는 외로움이나 공허함 같은 것들. 공감을 못 받을 수도 있는 것들이요. 남에게 말도 못 하고 약한데 세 보이려고 하는 유백이의 모습이 저와 같다고 느꼈어요. 모난 성게 같은 모습에서 저와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고, 문명 충돌을 겪으며 상처를 치유 받고 인간으로서 한 뼘 성장해나가는 것들을, 저 역시도 연기하면 서 느낄 수 있었어요.

Q. 유백이에게는 깡순이와 섬이 쉼표 같은 자리였어요. 그렇다면 인간 김지석에게는 안식처가 되는 사람들이나 장소가 있을까요?
김지석: 저는 집 같아요. 여행도 돌아갈 곳이 있어야 그게 여행이 되는 거죠. 돌아갈 곳이 없으면 집시고요. 물론 그 성향이 맞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돌아갈 곳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이번 작품으로 얻은 것 중 하나예요.

Q. 시즌2를 하고 싶다는 언급을 했었어요. 이에 대해서 제작진들과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 있었나요.
김지석: 시즌2는 제 희망사항이에요(웃음). 이만큼 사랑받았으니 시즌2도 성사됐으면 싶죠. 하지만 저희는 이야기가 종결됐어요.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도 아니고 장르물도 아니니 시즌2가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만들어주신다면 저는 무조건이죠. 그런데 지금 딱 좋을 때 끝난 것 같아요.

Q.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는 편이에요. 올해에도 왕성한 활동, 기대해도 될까요.
김지석: 당연히 작품을 할 계획은 있어요. 어떤 작품의 어떤 캐릭터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죠. 그런데 제가 마지막으로 인터뷰했을 때 로맨스물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로맨스물을 했었거든요. 이번에는 장르물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반전 매력 같은 거요(웃음). 돌이켜봤을 때, ‘좋은 작품 안엔 늘 김지석이라는 배우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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