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 사진=구혜정 기자

“현대극에서의 멜로는 ‘남자친구’가 처음이었어요. 진혁이가 너무 좋았죠.”

‘응답하라1988’에서는 최택,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세자저하로 여심을 들썩이게 한 박보검이 이번엔 ‘국민 남자친구’로 분했다. 최근 종영한 ‘남자친구’를 통해 사랑에 저돌적인 김진혁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그는, 진혁이라는 캐릭터에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후 2년여의 공백. 그동안 숨을 고르던 박보검은 김진혁을 만나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남자친구’를 통해 현대극에서의 멜로에 첫 도전한 박보검은 “초심을 잃지 않고 내가 받은 사랑을 잘 베풀고 싶다”며 앞으로의 소망 역시 전했다. 박보검을 만나 그의 이면을 조금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Q.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로 2년 만의 신작이에요. 부담감이 컸을 법한데.
박보검: 오랜만에 하는 작품인 만큼 부담감이 없진 않았어요. 그런 만큼 잘해내고 싶었고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컸죠. 진혁이라는 인물을 제가 잘 표현했나 싶은 마음도 들어요. 아쉬움도 있긴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연기한 것 같아요.

Q. 어떤 부분이 아쉬웠나요.
박보검: 매작품마다 아쉽죠. 100% 만족한 작품은 없었어요. 이번 작품은, 개인적으로는 진혁이의 가족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었어요.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보여지긴 했지만, 그런 이야기가 좀 더 담겼으면 좋았겠다 싶은 마음이요. 하지만 차수현(송혜교)과 김진혁의 감정선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작가님도 같은 생각이셨을 것 같고요.

Q. 진한 멜로를 그린 작품입니다. 하지만 상대역인 송혜교는 친한 형의 형수님이기도 해요(웃음). 이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을까요.
박보검: 형수님과의 로맨스가 아니라 김진혁과 차수현이라는 인물의 로맨스였던 만큼 오롯이 그 역할에 집중하고자 노력했어요. 송혜교 선배님도 차수현을 생생하게 입체적으로 표현해주셔서 제가 진혁이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Q. 송중기의 응원이나 조언은 없었는지.
박보검: 부담감 갖지 말고 하던 대로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셨어요.

박보검 / 사진=구혜정 기자

Q. 멜로퀸으로 꼽히는 송혜교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땠나요.
박보검: 왜 멜로퀸이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눈을 보고 연기한다는 게 참 다르구나 싶었어요. 다들 송혜교 선배님에 대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부분 중 하나가, 눈빛에서 모든 걸 말해준다고들 하잖아요. 연기하실 때 정말 차수현 대표님 그 자체셨어요. 저 역시도 진혁이라는 인물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Q. ‘김진혁’은 어떤 인물이라 생각하나요.
박보검: 사랑에 솔직한 친구. 자기가 가진 것에 충분히 만족하는데, 만족하기 때문에 감사해하고 그래서 행복감을 느끼는 친구라 생각했어요. 주변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친구기도 했죠. 나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기도 하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더 노력했어요. 매사에 긍정적인 모습을 배우려고 했고요.

Q. 본인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박보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비슷하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아끼고 보듬어줄 수 있는, 그리고 뭔가를 못 했을 때 토닥여줄 수 있는 마음이 진혁이를 만나고 더 커질 수 있던 것 같아요.

Q. 반대로 다른 면이 있었다면.
박보검: 저돌적이고 솔직, 당당한 모습을 보면서 저와는 반대되는 느낌을 가진 것 같아요. 어떤 것을 쟁취하기 위해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은 다른 느낌이랄까요? 이 친구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 있으면 다 표현하려고 해요. ‘당신의 마음이 어떻든지 간에 나는 이래요’라는 타입이죠. 하지만 저는, 아낌없이 표현하려 하지만 그래도 조심스러워하죠. ‘내가 이렇게 표현했을 때 이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게 되거든요. 그런 면은 확실히 달라요.

박보검 / 사진=구혜정 기자

Q. 지금까지 박보검이 해온 멜로와 이번 ‘남자친구’는 어떻게 달랐던 것 같아요?
박보검
: 저는 멜로 경력이 많지가 않아요. ‘응답하라 1988’도 시대극이었고 ‘구르미 그린 달빛’은 사극이었죠. 현대극에서의 멜로는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어요. 모든 게 거의 다 처음이었다고 할까요? 그래선지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고 연기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도 가끔 있었어요. 표현을 이렇게 하는 게 잘하는 건가 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감독님과 차수현 대표님이 저를 잘 잡아주셨죠. 그리고, 대본에 집중하려 하다 보니 김진혁이라는 인물에 저 역시도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Q. 순수한 연하남이면서도 차수현을 대할 땐 능글맞으면서 능청스러운 면이 있었죠.
박보검: 차수현 대표님을 만나면서 감정변화를 조금씩 더 주려고 노력했어요. 서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조금 달랐죠. 처음에는 낯선 사람을 만난 거니까 조심스러웠고, 이 사람이 나를 보고 웃는데 알고 보니 회사의 대표님인 상황. 그리고 이 사람을 웃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면서 달라지는 진혁이를 표현하고자 노력했어요.

Q. 극 중에서 차수현과 김진혁은 쿠바에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어요. 본인도 낯선 여행지에서의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편인가요?
박보검: 운명 같은 사랑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랑은 타이밍이라고도 많이 말씀해주시니까요. 저는, 우연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맺어주신 인연이 있을 거라고도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낯선 곳에서 낯선 분을 만나고 싶진 않아요. 조심스럽기도 하고. 아무래도... 한국에서 만나는 게 낫지 않을까요?(일동 박장대소)

Q. ‘구르미 그린 달빛’을 끝내고 수많은 러브콜을 받은 걸로 알고 있어요. ‘남자친구’를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박보검: 대본은 1부부터 4부까지 먼저 받아봤었는데요,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무엇보다도 진혁이라는 인물의 캐릭터성이 좋았죠. 뭔가에 열정적이면서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면서도 당당하죠.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서 생기는 당당함. 자신감과는 다른 당당함이요. 그리고 물질이 많고 적고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니라 부족한 상황에서도 행복을 찾아갈 줄 아는 사람 같아서, 그 부분이 마음에 많이 와 닿았어요.

박보검 / 사진=구혜정 기자

Q.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었다면.
박보검: 차수현과 영상통화 하는 장면이요. 정말 ‘현실 연애’를 하는 듯한 느낌을 그려주셨더라고요. 촬영할 땐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고 본인 얼굴을 찍으면서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을 붙여놓고 보니 김진혁과 차수현이 예쁘게 사랑하는구나 느껴지더라고요. 참 설렜어요. 극 중 동생인 진명이(피오)와 통화하는 장면도 좋았어요. 가족들이 절 생각해주는 게 느껴졌거든요.

Q. 개인적으로는 술주정하는 장면이 참 기억에 남아요. 실제로는 술을 안 마시는 편이잖아요. 연기하면서도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 같은데.
박보검: 쿠바 촬영 때 회식을 했었는데, 그때 여러 식구들을 관찰했었어요. 대본에도 술에 취한 듯한 말투들이 녹아 있었죠. 대본대로만 연기했어요. 사실, 촬영할 때는 좀 쑥스럽기도 했어요. 처음 해보는 연기였거든요.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감독님이 편집을 잘 해주셨어요. (Q. 본인이 봤을 땐 어땠어요?) 부끄러웠어요. 그렇게 취하고 싶지도 않아요(웃음).

Q.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만 해도 떠오르는 신성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박보검이라는 배우의 위치가 많이 달라졌어요. 선배 배우와 극을 이끌기도 했죠. 부담은 없었나요.
박보검: 책임감을 많이 느꼈지만, 연기에 있어 어려움을 크게 느끼진 않았어요. 캐릭터적으로도 마음에 와 닿은 부분도 많아서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컸죠. 나름 즐겁게 작업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송혜교 선배님이 차수현을 너무 잘 표현해주셔서 대본만 봐도 자연스럽게 선배의 모습이 상상됐어요. 덕분에 저도 인물 표현에 더 집중할 수 있었죠. 아직까지는 저도 부족한 점이 많아요. 선배님들과 동료 배우들을 보면서 배울 점도 많았고요.

Q. 송혜교에게 가장 배우고 싶던 게 있다면.
박보검: 감독님의 디렉션에 따라 바로바로 다른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정말 유연하게 대처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면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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