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넷 조영탁 대표. 구혜정 기자

"4차 산업혁명은 교육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구로구 휴넷 본사에서 만난 조영탁 휴넷 대표는 "4차 산업혁명은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가상현실(VR)로 의사결정을 연습해보고, 인공지능(AI)에게 경영 자문을 받는다. 이것이 교육계에서 일어날 혁명이다"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1988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10년간 일했다. 금호쉘 화학, 금호그룹 회장부속실을 거쳤다. 퇴사 후, 1999년 휴넷을 창업했다. 휴넷은 성인에게 필요한 경영지식을 온라인과 모바일로 제공하는 평생교육 전문기업이다. 현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을 의미하는 '에듀테크(EduTech)'에 힘을 쏟고 있다. 

조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교육도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우선 추구하는 '행복경영'으로 유명한 그가, 교육기업 CEO로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게임러닝, AI, 마이크로 크리덴셜... 에듀테크의 미래 

조 대표는 IT기술을 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휴넷은 직원의 삼 분의 일이 IT 직무일 만큼 IT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보다 고도화된 에듀테크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주목할 만한 에듀테크 중 하나는 게임과 학습을 결합한 '게임러닝(Game Learning)'이다. 조 대표는 경영을 게임으로도 배울 수 있다고 믿었다. 지난해 이용자가 직접 회사를 경영할 수 있는 게임러닝 '아르고'를 출시해 큰 호평을 받았다. 조 대표가 직접 시나리오를 쓴 '리더십 게임'도 출시할 예정이다.

조 대표는 AI를 통해 학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AI 학습도구 '아바타 MBA'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바타MBA는 AI를 활용한 경영학습 프로그램으로, 개인별·수준별 맞춤 교육을 받을 수 있다. AI가 자동으로 경영사례 데이터를 축적해 원하는 사례를 손쉽게 찾아볼 수도 있다. '처음 본 사람과 협상할 때 어떻게 해야 하니?'라고 물으면 답을 찾아주는 경영 코칭 서비스도 탑재할 계획이다. 

그가 바라보는 에듀테크의 또다른 미래는 '마이크로 크리덴셜'(micro-cridential)이다. 마이크로 크리덴셜은 정규 학위가 아닌 직무에 필요한 특정 기술을 학습하고 이에 대해 공증을 받을 수 있는 학위 제도다. 휴넷은 마이크로 크리덴셜을 기반으로 한 평생교육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조 대표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분석하면 이용자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알려줄 수 있게 된다. 이용자가 소비한 콘텐츠, 이수한 온오프라인 교육과정, 제출한 보고서, 읽은 신문기사 등이 데이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는 마이크로 크리덴셜을 통해 자신의 공부이력, 자격증 여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조 대표는 "마이크로 크리덴셜은 '이용자A는 마케팅 분야에서 1급의 능력이 있다'는 식으로 판단을 내려준다. 자신이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지 강점은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구직자뿐만 아니라 인사담당자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로 크리덴셜을 통한 채용 플랫폼 개설까지 내다보고 있다. 

고령화 사회 일자리 문제 해결하는 '탤런트뱅크'

휴넷은 지난해 퇴직 전문가와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매칭플랫폼 '탤런트 뱅크'를 시작했다. 산업 분야별 검증된 전문가를 인력과 전문가가 필요한 중소기업에 소개한다.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임시로 전문가를 채용해 계약을 맺는다. 전문가는 중소기업 임원 또는 팀장 이상 경력자로, 휴넷의 서면 및 대면 인터뷰를 거쳐 검증된 인재다. 재무·회계, 마케팅, 엔지니어링, IT, 디자인 등에서 600여 명의 전문가를 확보했다. 

조 대표는 탤런트뱅크 출시 배경에 대해 "임원이 한 해 천 명 이상 퇴직한다. 임원 한 명을 키우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둔 순간 지식자산이 소멸된다. 이렇게 매년 쏟아지는 우수한 인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중소기업은 전문가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는 부담스러워한다. 이 때문에 단기간 계약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이라 설명했다.  

탤런트뱅크는 고령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시니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조 대표는 금호그룹을 나와 휴넷을 창업할 당시에도 고령화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휴넷이 자리잡고 난 후, 20년 만에 탤런트뱅크 출시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앞으로도 사업 구상 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것이라 강조했다. "사회적 가치를 생각하지 않고 사업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휴넷이 돕다 보면 세상도 좋아지고 돈도 벌 수 있다"고 밝혔다. 

휴넷 조영탁 대표. 구혜정 기자

에듀테크 시대에도 행복경영은 이어진다 

사실 조 대표는 '행복경영 전도사'로 유명하다. 한창 회사를 꾸려나가던 2003년, 조 대표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휴넷이 100년 넘게 초일류 기업으로 남으려면 어떤 경영 모델을 가져야 하나?'라는 고민을 시작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았지만, 새로 1년을 투자해 경영을 공부했고 '행복경영'을 만들어냈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돈이 아닌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회사의 이익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원칙을 세웠다. 주주보다는 고객의 행복을, 고객보다는 직원의 행복을 먼저 추구해야 한다는 것. 휴넷이 직원에 제공하는 수많은 복지는 이 원칙에 기반한다. 휴넷은 직원에게 연간 도서구입비 2천만원, 무제한 자율휴가, 5년에 한 번씩 한 달 유급학습휴가, 정년 100세 등의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조 대표의 행복경영 행보는 휴넷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2003년부터 매일 아침 경영에세이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220만 직장인에게 보냈다. 중소기업 CEO를 위한 무료 최고경영자 과정 '행복한경영대학'을 운영하기도 한다. 2025명까지 천 명의 행복한 CEO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조 대표는 행복한경영대학을 다닌 CEO들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CEO 본인이 행복해진다. CEO에게 왜 (행복한경영대학에) 왔냐 물어보면 70%가 본인이 불행해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왔다고 답한다. 하지만, 과정 수료 후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겨 직원들에게 베풀게 된다고 말하곤 한다."

행복경영을 외치는 조 대표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조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일'로서 할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 에듀테크로 휴넷을 세계 1등 교육회사를 만드는 것, 행복경영을 확산해 1만 개 이상 기업이 행복경영을 실천하는 것, 한국식 탈무드를 만드는 것이 평생의 꿈이다. 이런 내 꿈을 일로 실천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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