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아모레퍼시픽 사옥. 사진. 구혜정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1~2위를 다투는 아모레퍼시픽 산하 재단을 살펴봤다.

먼저 아모레퍼시픽 재단이 있다. 이 재단은 지난 1973년 설립된 재단으로, 학술사업과 교육, 문화사업을 지원한다. 설립 당시에는 태평양장학문화재단으로 불리었다.

창업자인 고(故) 서성환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해 공시 자료를 보면 이 재단은 아모레퍼시픽에서 현금과 주식을 출연해 설립됐다. 설립주체 역시 기업으로 표기되어 있다.

현재 이사장은 임희택 법무법인 KCL 변호사가 맡고 있다. 홈페이지는 기타 이사진들의 명단 및 프로필도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재단 이사진 명단에는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 등 주로 학계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 역시 이사에 명단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 재단의 특수관계인이다. 이외에도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와 조정식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감사로 있다.  

아모레퍼시픽 복지재단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산하 재단 중 가장 규모가 큰 이 재단은 1982년 사회복지법인 태평양 복지회로 시작해 1984년 태평양복지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가 1992년 지금의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으로 명칭이 최종 변경됐다.

역시 아모레퍼시픽이 현금을 출연해 설립된 기업 재단이다. 현 배동현 이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아모레퍼시픽 대표 직을 역임했다. 재단은 아모레퍼시픽재단과 달리, 이사 구성원의 명단 및 프로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임희택 이사장이 이 재단의 이사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름을 딴 이니스프리 모음 재단 역시 아모레퍼시픽 산하의 대표적인 재단 중 하나다. 비교적 최근인 2015년 설립되었으며, 소재지는 제주도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이니스프리에서 현금 등을 출연해 설립된 기업 재단으로, 현 박문기 이사장은 장원산업 전 대표이사다. 그는 창업자 고 서성환 회장과 차(茶) 사업을 함께 해온 인물이다. 장원사업을 설립한 것도 서성환 회장이다. 또 다른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오설록농장의 이진호 대표이사도 상임이사 직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대학교 화학 코스메틱학부 이남호 교수,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 조정식 교수,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장 송관정 이사 등이 이사회에 속해 있는데, 이중 조정식 교수는 아모레퍼시픽 재단 이사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감사로는 전 아모레퍼시픽 박용덕 상무와 함께 임희택 변호사가 같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 2000년 설립된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있다. 핑크리본캠페인으로 유명한 이 재단은 아모레퍼시픽이 출연해 설립된 재단으로, 노동영 대한암협회 회장이 이사장 직을 맡고 있다.

이사 명단에는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임원과 박명희 한국미래소비자포럼대표, 유지나 동국대학교 교수, 김승민 덕성여대 교수, 김성원 대림성모병원장, 방송인 박정숙 씨 등이 이사를 맡고 있고 감사에는 이숙연 판사와 함께 배우 고두심 씨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익법인에서 감사의 직무는 업무와 재산상황을 감사하고, 불법 또는 부정한 일이 있을 때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정부부처에 보고하는 직이다. 배우 고두심 씨가 감사직에 선임된 이유를 재단 측에 문의해봤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외에도 서경배 회장이 출연해 지난 2016년 설립한 서경배과학재단도 있다. 재단 이사장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직접 맡고 있다.

그는 설립 당시 기업 내 복지재단이 있음에도 본인의 이름을 내건 재단을 설립하는 이유에 대해 "록펠러, 빌 게이츠도 이름을 걸고 재단을 운영한다. 잘못 운영하면 내 이름에 먹칠하게 된다. 책임감을 보여주기 위해 이름을 걸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우리는 기업 소속 공익법인이 아니라 서경배 이사장 개인이 출연한 재단으로 기업 재단과는 성격이 다르다"라며 아모레퍼시픽과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재단에도 임희택 변호사가 감사 직을 맡고 있다. 임희택 변호사는 아모레퍼시픽 재단 이사장과 함께, 아모레퍼시픽 복지재단, 이니스프리 모음 재단, 서경배 과학재단 이사회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2013년 아모레퍼시픽의 후원 속에 출범한 생명다양성재단이 있지만, 재단 측은 미디어SR에 "생명다양성재단은 아모레퍼시픽 소속이 아니다. 또 아모레퍼시픽의 후원도 중단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아모레퍼시픽 산하 재단 및 서경배과학재단의 경우, 이사장 직을 특수관계인이 아닌 이들이 맡고 있는 듯 보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모든 재단의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 사실상 아모레퍼시픽 재단 전반과 깊은 관계에 있거나 아모레퍼시픽 전직 임원, 아모레퍼시픽 자회사의 전직 임원 등이 이사장 직을 맡아 사실상 기업과 깊은 관계에 있는 인물들이 이사장 직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통상 재단의 이사장 직을 특수관계인이 아닌 인물로 내세워 재단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비추어 볼 때, 아모레퍼시픽 재단의 이사장은 법적으로 특수관계인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이를 이유로 투명성을 내세우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을 제기해볼 수 있다. 그러나 특수관계인이 이사장 직을 맡더라도 투명하게 운영을 한다면 이는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결국은 운영을 얼마나 투명하게 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기업과 재단, 아모레 편 ①] 아모레퍼시픽 산하 재단 이사장은 누가 맡고 있을까
[기업과 재단, 아모레 편 ②] 보유주식은 900억, 공익사업에는 7억
[기업과 재단, 아모레 편 ③]공익사업 통해 '사람'과 '자연' 치유
[기업과 재단, 아모레 편 ④] 투명성 돋보이는 아모레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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