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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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은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판매 기업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주 소비층이 여성인 만큼 유방암 수술비 지원, 여성문화 연구 지원 등 관련 공익사업을 다각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 공익법인은 가진 자산에 비해 공익사업에 쓰는 돈이 터무니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 이니스프리모음재단, 아모레퍼시픽재단, 한국유방건강재단, 서경배과학재단을 보유하고 있다. 생명다양성재단은 2018년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으로 지정했지만, 재단은 "현재 아모레퍼시픽 소속이 아니며 기부금도 받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아모레, 화장품 사업과 관련된 공익사업 펼쳐 

아모레퍼시픽 공익법인은 대부분 화장품 사업과 관련된 공익사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공익사업은 물론, 생명과학 관련 학술연구 지원, 제주도 기반 자체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연계된 제주도 환경보호 캠페인 등도 진행한다.

아모레퍼시픽 5개 공익법인 중 사업비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생명과학 분야 연구지원' 사업이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서경배 회장은 재단에 사재 3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액수가 큰 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보유 주식을 현금화해 기부한다. 2017년에는 8억원 가량을 기부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활동을 개척하는 신진과학자를 발굴하고 연구활동을 장기적으로 지원한다. 연간 5명 내외로 선발하며, 과제당 5년 동안 최대 25억원을 지원한다. 2017년 이 재단은 연구지원사업에 29억원을 썼다.  

서경배과학재단은 아모레 소속 공익법인으로 인식되나, 막상 재단 관계자는 "서 회장의 개인사재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아모레 소속이라 보기는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아모레퍼시픽 공익사업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핑크런'이다. 핑크런은 한국유방건강재단이 운영한다. 대중이 참여하는 핑크런 마라톤을 매년 개최하기 때문이다. 유방건강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진행된다. 참가비는 인당 1만원이다. 

유방암 환자에게 치료비를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도 한다. 재단 관계자는 "한 해 평균 100여명의 환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1인당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2017년 핑크런 운영, 유방암 치료비 지원, 예방검진사업 등에 28억원을 썼으며, 이중 절반 이상이 핑크런 운영에 투입된다. 

이니스프리모음재단은 아모레퍼시픽의 제주 콘셉트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연계한 공익사업을 펼친다. 제주 고유의 자연생태를 지키고 알리는 그린 봉사단인 '제주 다우미'를 통해 오름 탐방로 폐타이어 고무매트를 친환경 야자매트로 교체하고, 쓰레기를 줍는 등 주변 환경을 정리한다. 이니스프리 모음재단 관계자는 "매트교체 외에도 오름의 안내판 교체, 주변환경 정비, 식생 명패 부착 등의 활동을 한다"라고 전했다. 이니스프리에서 기부금을 보내 재단을 운영하며, 2017년 공익사업에 지출한 액수는 10억원이다.

아모레퍼시픽재단·복지재단, 주식 비해 공익사업지출액 적어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이 보유한 자산은 실질적으로 1000억원에 가깝지만 공익사업지출액은 연 5~7억원에 불과했다.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은 열악한 여성 이용 시설을 리모델링하는 공익사업을 진행한다. 재단은 기관당 최대 50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지원한다. 2018년 서귀포가정행복상담소, 전북여성단체연합,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등의 시설을 리모델링했다.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규모는 작았다. 재단은 2017년 공익사업에 6.7억원을 썼다. 재단의 2017년 총자산은 162억원이다. 자산 중 93.22%가 주식으로, 전부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이다. 장부가액 151억원인 이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실질 자산가액은 929억원으로 뛴다(1월24일 종가기준).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재단의 2017년 순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은 0.7%에 불과하다.  

여성 관련 연구를 지원하는 아모레퍼시픽재단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이 보유한 주식은 장부가액으로 5억원이지만 시가 환산 시 무려 1607억원에 달한다. 이 재단이 2017년 공익사업에 쓴 금액은 9.5억원이다. 갖고 있는 순자산에 비해 공익사업에 쓴 돈은 겨우 0.59%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 5개 재단의 순자산 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중은 33%로, 국내 기업재단 평균 18.83%를 크게 웃돈다. 하지만 이는 장부가 기준으로, 주식을 시가로 환산하면 33%라는 숫자는 쪼그라든다.

재단 전반적으로 공익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었지만, 아모레퍼시픽복지재단과 아모레퍼시픽재단은 사업 규모를 더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업과 재단, 아모레 편 ①] 아모레퍼시픽 산하 재단 이사장은 누가 맡고 있을까
[기업과 재단, 아모레 편 ②] 보유주식은 900억, 공익사업에는 7억
[기업과 재단, 아모레 편 ③]공익사업 통해 '사람'과 '자연' 치유
[기업과 재단, 아모레 편 ④] 투명성 돋보이는 아모레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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