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지배구조 D등급 주요 상장사. 출처 :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국민연금과 지배구조 개선 표방 사모펀드 KCGI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바탕으로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자본시장 전반에 건강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동시에 넥스트 한진 그룹에 어떤 기업이 오를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세대 한진 후보에 오르고 있는 기업은 2100여 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이사회 독립성, 투명성 등 지배구조 항목 전반이 부실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으로부터 지배구조 D 등급을 받은 26개 기업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배구조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하여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기업에 D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사실상 주주권 행사를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거나 투자 철회를 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국민연금은 D 등급을 부여받는 오리온홀딩스(5.03%), 한국콜마(12.47%), 한일시멘트(5.33%), 화승인더스트리(8.29%) 등 다수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진 그룹에 이어 올해 주주총회가 아니더라도 기업과의 적극적 대화, 이어 주주권 행사에도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 분야에서 주주권 행사가 기대된다. 특히 오너 일가의 사익추구 이슈가 있는 기업은 더욱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해외 연기금의 주주권익 보호 활동은 한국과 비교해 굉장히 앞서있다. 단순히 의안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철회 사유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 논리적 근거를 토대로 공시한다. 대표적으로 2015년 네덜란드 연기금이 합병 비율을 문제삼아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거나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환경 파괴를 이유로 포스코 대우의 투자를 철회한 사례가 있다. 당시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환경 파괴 지역에 실사를 나가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주주에게 보고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본시장 전반에 건강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공표 이후 다수 금융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으나 실질적인 주주 권익 향상을 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왔다. 본격적 움직임은 국민연금이 지난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다.

가장 적극적인 것은 KB금융그룹이다. KB금융그룹은 KB증권, KB자산운용, KB손해보험 등 자회사 전체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의결권 행사 내역에 행사 사유를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소극적 주주권 행사 뿐만 아니다. KB자산운용은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의 일환으로 골프존이 지주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비율을 문제 삼아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 밖에도 IBK투자증권 등 다수 금융사가 선언적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아닌 실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기관 한 전문가는 미디어SR에 "블랙록 등 국제적 자산운용사들 상당수가 책임투자팀을 운용하고 있고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을 적용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유럽과 비교해 몇 년의 격차가 있으나 더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2월 1일 국민연금이 한진그룹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많은데 이날 결정이 해당 기업의 횡령과 배임에 대해서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질은 시장, 기업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성 제고 효과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측면에서 주주권 행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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