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객원연구원] 누구나 한번쯤은 적정기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적정기술이란 물자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에 큰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더운 지역에서 전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냉장을 할 수 있는 항아리 냉장고라든지 오염된 물을 쉽게 정화하여 깨끗한 식수를 얻을 수 있는 라이프스트로 등이 적정기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적정기술이 기본적 의미 안에서 점차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글로벌 이슈에 동참하기를 원하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적정기술에 관심을 갖고 그들만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축구공에 적정기술을 적용한 uncharted play도 그렇다.

미국에 기반으로 두고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되는 uncharted play는 2011년 제시카와 줄리아라는 2명의 젊은 여성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사실, 제시카와 줄리아는 하버드 대학의 사회학과 학생으로 만났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녀들은 자신들의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엔지니어링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한 목격으로 SOCCKET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축구를 통해 발생하는 에너지로 동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SOCCKET 프로젝트가 착수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제시카와 줄리아는 SOCCKET을 완성시켰고 낙후된 저개발국에 SOCCKET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놀이’ 라는 뜻을 가진 uncharted play라는 이름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게 된다.


전 세계의 약 13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전기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인구로 보았을 때 약 5명중 1명이 전기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개발국 사람들은 석유램프나 나무를 태워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석유램프 하나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담배 두 갑을 한꺼번에 태우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실명하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가 매해 16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원활한 전기는 낙후된 지역 주민들에게 보다 건강한 삶을 제공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 또한 증가시킬 수 있다. 저개발국에서 교육은 매우 중요한데, 전기가 보급이 된다면 아이들은 어둔 밤에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반영한 제품이 바로 SOCCKET이다.


SOCCKET의 외형은 일반 축구공처럼 생겼다. 그런데 일반 축구공과 다르게 동력을 에너지로 바꾸어 저장하는 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이 SOCCKET 공을 30분정도 가지고 놀면, 공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되는 동력이 에너지로 저장이 되어 약 3시간동안 불을 밝힐 수 있게 만들어준다. 축구공 표면에는 작은 플러그가 있는데, 그곳에 LED 램프를 꽂으면 방 안 전체를 비출 수 있는 빛이 생성된다. 전기램프 뿐만 아니라, SOCCKET은 핸드폰 충전, 식수 살균장치 가동, 선풍기, 스피커, 전기 프라이팬 등의 에너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SOCCKET의 아이디어는 너무나도 혁신적이지만, 저개발국가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전기를 생산해주는 SOCCKET은 당연히 일반 축구공보다는 비싸다. 그렇기에 uncharted play는 미국 전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설립한 Clinton Foundation, 전 세계를 상대로 강연을 펼치는 TED 등과 손을 잡고 SOCCKET에 대한 전략적인 홍보를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개인 및 기업,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있다. 특히, uncharted play는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최소 60달러의 개인 후원금을 받고 있다. 후원금으로 uncharted play는 자사와 파트너십을 맺은 지역 NGO 및 시민단체와 함께 SOCCKET을 보급하고 있다. 2011년 한 해에만 uncharted play는 100만개의 SOCCKET을 저개발국을 포함한 낙후 지역에 보급할 수 있었으며, 보급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uncharted play의 제품은 계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3년 uncharted play는 LUBO라는 새로운 축구공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축구공은 무선기술이 장착되어 있는데, 공을 가지고 노는 사람들의 놀이시간이 계산되어 자사의 Play Fund에 기부를 할 수 있게 했다. 즉, LUBO를 가지고 놀 때마다 자동적으로 시간이 계산이 되어 Play Fund 개인 계정에 포인트로 점수가 쌓이게 된다. 그리고 쌓인 포인트는 돈으로 환산되어 저개발국 개발 프로젝트 기금이라든지 사막화 방지와 같은 프로젝트에 쓰인다.

한국은 IT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력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상당한 기술력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풍부한 젊은 인재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한국에서도 uncharted play와 같은 적정기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며, 조금 더 책임 있는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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