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위 위원 상당수 주주권 행사 찬성
문 대통령 발언 기금위 당연직 위원 영향 미치나
표결 들어가도 조양호 회장 이긴다는 보장 없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제공: 대한항공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 및 범위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맡겨 의결하도록 했으나 수탁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개별 위원 의견을 기금위에 돌려보내 기금위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 25일 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기금위의 한진칼 주주권 행사 검토 찬반 투표에서 정부 측 인사 6명을 제외한 민간 위촉 위원 14명 중 8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위원은 사용자, 지역가입자 대표 3명에 불과하다.

기금위는 수탁위 논의결과를 참고로 2월 초까지 최종 행사 여부와 범위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여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해 기금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6명의 정부 측 위원들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겸 기금위 위원장은 언론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로 개별 기업 지배구조를 간섭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신년사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올해 신설한 수탁자책임실을 통해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나머지 이호승 기획재정부 제1차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을 포함해 지난 1월 한진그룹 의결권 행사 관련 찬반 의견을 밝히지 않은 정부 측 위원이 움직이면 사실상 주주권 행사는 기정 사실화 된다.

주주권 행사가 유력한 것은 한진칼이다. 한진칼은 지난 13일 수탁위 9인 회의에서 의결권 행사 찬성 4표 반대 5표가 나왔다. 또,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경영 참여시 100억원 대의 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하는데 한진칼 지분은 7.34%에 불과해 이러한 우려에서 벗어나 있다. 또, 금융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필요할 경우 수탁자책임전문위에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조양호 회장 재신임 반대 안건은 보통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 과반수 확보로 결의할 수 있다. 현재 조양호 회장 일가 보유 의결권은 28.93%이고 국민연금과 한진칼의 합계 지분은 18.15%다.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강성부 펀드 측과 국민연금, 외국인투자자 등이 세력 규합을 하면 전세가 역전될 수 있다. KCGI는 지난 11월 최초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한 데 이어 12월 지분을 늘린 바 있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표 대결 양상은 2월 초반부터 치열하게 벌어질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올해 주주총회부터 외국계 연기금 등 운용사를 중심으로 사전에 의결권 행사 내역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자문을 받아 전략적으로 사전에 행사 내역 공개도 가능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