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인공지능(AI) 기술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해있다.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 스피커는 물론이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공지능 기술은 문자 그대로 승자독식이 가능한 기술이므로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곧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6년 초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Deep Mind)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우리나라 기사 이세돌 9단에게 4 대 1로 승리하기 이전부터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일종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이후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 또한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중국에서 벤처투자가로 활약하고 있는 인공지능 전문가 카이후 리(Kai-Fu Lee)는 저서 'AI Super-Powers'에서 중국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현저하게 증가하게 된 계기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그리고 이어서 2017년 중국을 대표하는 기사 커제와의 대국이었다고 말한다. 알파고가 미친 영향을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결과 현재 중국은 유일하게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에 맞서고 있는 강국이 되었다.

카이후 리의 주장에 의하면 지금까지 미국이 인공지능 이론의 개발을 선도해왔지만 앞으로 인공지능의 현실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어떤 나라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필수적인 양질의 빅데이터라는 면에서 중국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단순히 허풍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앞으로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게 된다면 이는 결코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정치, 경제면에서 점점 더 중국에 종속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점을 심히 우려하고 있는데 기우(杞憂)이길 바랄 뿐이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에서 열린 여름 워크숍에서 존 매카시(John McCarthy)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당시 이른바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명칭으로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나 오토마타(automata)와 같은 용어들이 혼용되고 있었기에 매카시 교수는 이를 통일해 인공지능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당시 이 워크숍에는 마빈 민스키, 클로드 섀넌, 그리고 허버트 사이먼 등이 참석했는데 이들의 면모를 보면 이 워크숍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빈 민스키는 인공지능의 선구자이며, 클로드 섀넌은 정보통신이론의 아버지, 허버트 사이먼은 인지과학의 창시자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트머스 워크숍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져 많은 자금이 투자되기 시작했는데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자 곧 열기가 식어버려 인공지능의 암흑기가 찾아왔다. 이를 '인공지능의 겨울'이라고 부르는데 첫 번째 겨울은 1974년~1980년에 이르는 기간이었으며 두 번째 겨울은 1987년~1993년에 이르는 기간이었다. 이후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 및 투자는 소강  상태를 이어가다가 2010년 이후부터 갑작스러운 붐을 맞게 되었다. 이런 변화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것이 신경망 접근(neural network approach)이었으며 이를 선도한 대표적인 인물은 캐나다의 제프리 힌튼(Jeffrey Hinton)교수였다.

힌튼 교수는 일찍부터 인간의 뇌를 모방한 인공지능 연구에 전력해왔는데 당시 많은 전문가들의 비웃음을 살 정도로 그의 연구는 주류에서 소외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컴퓨터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부터 상황이 반전되었다. 2012년 인공지능 경연대회에서 힌튼 교수가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을 사용해 개발한 인공지능이 우승하면서부터 그의 연구가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의 연구 여정에 관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The Rise of AI'(https://youtu.be/Dk7h22mRYHQ)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한 사람의 집요한 연구가 인공지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현재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인 딥 러닝(Deep Learning)은 모두 그의 아이디어에 근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1956년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다가 불과 몇 년 전부터 본격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연구개발과 상업화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루어짐에 따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인터넷이 등장한 것이 1990년대 중반이므로 20여년 밖에 지나지 않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것은 10년도 채 안 되지만 우리의 삶은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 이전과 이후로 확연하게 구분된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우리는 인공지능의 성능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기술혁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문제는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인공지능 관련된 책이나 기사 그리고 동영상을 통해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가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공지능이 질병을 퇴치하고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기술 및 나노기술과 결합해 반영구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술적 유토피아를 실현할 것이라는 주장부터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대체함으로써 일자리 소멸이라는 파괴적 혁신으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쓸모없는 계층(useless class)으로 전락함으로써 기본소득(basic income)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디스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것을 “인공지능의 미래 스펙트럼”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만큼 다양한 상황이 공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필자가 이런 다양한 견해를 살펴보면서 느낀 바는 첫째,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구현할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반면 다른 분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 둘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가운데 경제학자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여기서는 '인공지능의 성능'이라는 관점에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논의하려고 한다. 논의의 편의상 인공지능의 성능에 따라 다음과 같이 시대를 구분하고자 한다. 

● 약인공지능(AWI) 시대
놀라운 연산 및 패턴인식 능력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한 인공지능이 삶의 곳곳에 스며든 시대로서 IBM이 개발한 딥블루(1997)와 왓슨(2011), 그리고 구글의 알파고(2016)가 이 시대를 대표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현재 우리는 이 수준에 와 있다. 이와 같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능력을 추월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향후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인공지능을 파괴적 기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몇 년 전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 스쿨의 연구원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은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 미국에서 모든 직업 가운데 47퍼센트 정도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후 이루어진 다른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자리 소멸은 피할 수 없는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예컨대 조만간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면 수많은 운전기사들이 실직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것은 일자리 소멸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쓸모없는 계층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기에 시장경제를 유지하려면 기본소득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는 향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약인공지능만으로도 기존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존립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범용인공지능(AGI) 시대
이것은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비롯해 각종 테스트를 통과함으로써 모든 면에서 인간 수준의 지능뿐만 아니라 '인공의식(artificial consciousness)'을 가진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시대를 말한다. 아직은 요원한 것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지금부터 10년 후인 2029년이면 범용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다수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투표 결과에 의하면 과반수가 2050년경이면 범용인공지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범용인공지능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시기의 문제일 뿐 결국 실현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문제는 범용인공지능이 초래할 가공할 파괴력에 있다. 우선 약인공지능과는 달리 범용인공지능은 인간의 프로그래밍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범용인공지능은 스스로 자기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범용인공지능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덧붙여 범용인공지능은 인간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의식적인 반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레이 커즈와일은 저서 '마음의 탄생'에서, 그리고 미국 MIT의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는 저서 '라이프 3.0'에서 이런 인공지능을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약인공지능의 발달만으로도 정치·경제 시스템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한데 여기에 범용인공지능이 등장함으로써 인간 자체와 인간관계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그동안 인류가 축적해온  문화적 기반을 뒤흔들어 놓는 중차대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은 먼 훗날 일이라고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지금부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 초인공지능(ASI) 시대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단 범용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지능폭발(Intelligence Explosion)이 일어나 조만간 초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때 중요한 점은 초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라 범용인공지능에 의해 개발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즉 범용인공지능은 인류의 '마지막 발명'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초인공지능은 그야말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를 우려해온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레이 커즈와일같이 기술적 유토피아를 신봉하는 사람은 2045년이면 초인공지능이 등장해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 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낙관한다.

현재로서는 조만간 초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나아가 초인공지능은 결코 개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인공지능의 등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범용인공지능의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정말 지능폭발이 일어나 인공지능 스스로 초인공지능으로 업그레이드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작년에 작고한 스티븐 호킹을 비롯해 일론 머스크나 빌 게이츠 같은 유명인사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이 사후 출판된 저서 'Brief Answers to the Big Questions'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한 것을 우리 모두 유념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설계하는데 있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우월해져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지능폭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인간이 달팽이를 능가하는 것보다 지능 면에서 인간을 훨씬 능가하는 기계가 출현할 것이다.”

이상 인공지능의 성능이라는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필자가 전공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이유는 앞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규모의 파괴적인 변화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에 조직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준비할 시간이 많다고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는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이런 견해를 피력해왔다. 승자독식이라는 인공지능 기술의 특성을 감안할 때 미국의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중국의 알리바바, 바이두 및 텐센트 등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시장은 점점 독과점 구조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효율을 핵심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특성상 피하기 어려운 수순으로 보인다. 그 결과 극단적으로는 소수의 시장지배적인 기업과 소유주들이 전 세계의 부를 과점해 이른바 “기술적 봉건주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그러면 민주주의 또한 위태로워 질 것이다.  

시장경제가 공산주의 계획경제를 압도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정보를 집계해 의사결정에 반영함으로써 효율적인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시장보다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집계하고 분석해 줌으로써  분권화된 시장경제의 장점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강조했듯이 인공지능이 생명공학과 결합해 인간을 해킹하게 되면 사람들은 스스로 결정하는 대신 인공지능의 결정을 따르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분권화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본질이 훼손되고 새로운 형태의 계획경제가 더 효율적임이 입증되는 것이다. 나아가 이런 현상이 정치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즉 민주주의 대신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전체주의 망령이 되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정치와 경제 양면에서 기존 시스템이 더 이상 존속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이런 걱정을 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의 미래에 철저하게 대비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결코 빠르다고 말할 수도 없다.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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