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다양한 소비 행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다. 요즘은 AR/VR, 인공지능, 로봇, 블록체인 등과 같은 첨단 기술이 결합된 소비 활동에 관련된 세부적 연구를 진행한다. 그렇지만 더 나아가서 그러한 기술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기계와 인력 구조의 변화, 기업의 윤리, 소비자 윤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들을 큰 그림에서 분석하는 중이다. 이런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 중 하나가 ‘모바일’이다. 

#스마트폰과 우리의 소비 생활  

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80%가 쇼핑에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상품 정보, 상품 리뷰, 가격 비교 등 손가락 하나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넘쳐난다. 또한, 모바일 앱을 실행하는 동안 브랜드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상품을 더 많이 구입한다고 한다. 사람들의 모바일 사용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의 모바일 광고 지출도 함께 늘어났다. 전 세계 시장 중 광고 규모 1위인 미국 시장에서 모바일 광고에 쏟아 붇는 돈이 2015년 280억 달러에서 3년도 안 된 2018년에는 두 배 규모로 증가했다. 이마케터(eMarketer)는 2018년 기준 미국 시장에서 드디어 모바일 광고(33.9%)가 TV광고(31.6%)를 앞섰고, 2022년에는 전체 광고의 절반에 이르는 47.9%이 모바일 형태를 띠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우리 삶에서 끊임없이 모든 소통에 관여하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윤리적 소비를 장려할 수는 없을까? 

#모바일 앱으로 “Vote with your wallet” 장려하기  

찾아보니 실제로 모바일 앱으로 윤리적 소비를 장려하는 시도들이 생각보다는 많이 보였다. 예를 들어 Buycott라는 앱이 있다. 2013년에 론칭된 앱으로 우선 앱을 내려받으면 동물 보호, 그린 에너지, 아동 인력 착취 금지 등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윤리 캠페인 중에서 지지하는 이슈를 물어본다. 필자가 실제로 앱을 다운받아 “Pro-GMO? Or Pro-Right to Know” 라는 이슈를 선택하고 지지하는 정도를 선택했다. 그랬더니 관련 상품으로 네슬레 톨 하우스 쿠키 도우(Toll House Cookie Dough)를 보여준다. 이 상품을 클릭해보니 GMO 라벨링에 반대하는 데 5만3천 달러를 기부했다고 한다. 더구나 제조회사인 네슬레는 GMO라벨링 반대에 무려 2백9십만 달러(한화 약 30억 원)를 지원했다는 정보가 뜬다. GMO 라벨링은 제조사가 상품 라벨에 “produced with genetic engineering(유전 공학으로 생산되었다.)”라는 문구를 넣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GMP 라벨링에 반대한다는 것은 상품 제작에 유전 조작이 관여 여부에 대한 정보 공유를 반대한다는 말이다. 소비자들의 상품 정보 관련 알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행동이다. 

①모바일 캡쳐- 바이콧(Buycott) 메카니즘: 지지하는 이슈를 선택 -> ②지지하는 이슈의 지지 정도 표시 -> ③해당 상품의 내가 선택한 이슈에 관한 행동 정보 제공 -> ④상품을 만든 회사/모회사의 정보도 제공 ->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윤리적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을 줌. 편집 : 미디어SR

이런 정보들과 함께 해당 상품 대신 선택할 만한 착한 상품들을 추천해 준다. 또한,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회사가 어떤 사회적 명분에 그리고 어떤 식으로 그 명분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앱을 통해서 본인이 어떤 사회적 이슈를 지지하는지, 혹은 본인의 소비 결정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도록 장려한다. 현재는 상품 관련 패밀리 트리(Family tree of products)를 확장하고 있는데, 이는 일명 나쁜 기업이 판매하는 다양한 브랜드와 상품에 관한 정보를 보다 더 쉽게 파악하게 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실제로 우리가 구입하는 대부분 상품은 10개 가량의 대기업에 의해 생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선택’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고민하는 브랜드들이 한 회사인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선택의 환상(The illusion of choice)’이라 부르기도 한다.  

‘선택의 환상’을 보여주는 브랜드 트리: 우리는 좋은 브랜드들을 선택하느라 고심하지만, 실제로 그 브랜드들은 한 회사의 자회사 브랜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우리는 실제로 선택 아닌 선택을 하는 셈이다. 제공 : visualcapitalist

이런 앱의 동기 부여에 관한 학계 연구도 있다. 2019년에 나온 한 연구를 보자. Christian Fuentes 과 Niklas Sörum은 the Green guide, the Fair trade app, Shopgun이라는 세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이들이 어떤 기저를 통해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를 돕는지 연구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윤리적 소비에 관한 모바일 앱들은 1) 소비자들에게 윤리적/비윤리적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윤리적 소비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주는 동시에, 2) 소비자들이 문제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이슈들을 해소하도록 행동(taking action)하는 에이전트 능력(agential capacities)을 부과한다. 이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더 윤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장려한다는 것이다. 

#마케터들에게 주는 시사점

이런 앱들이 아직까지는 소수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업들에, 특히 마케터들과 PR 관계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기업들이 실행하는 윤리적 행동과 전략 등의 가시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 활동의 소통에서 겉으로 보기에만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들, 즉 그린워싱(Green-Washing)을 피해야 한다. 실제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겉으로는 기부나 CSR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그런 캠페인을 광고하는 데 많은 돈을 쓰는 반면 실제로 기부하는 금액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 앞으로는 위에 언급한 모바일 앱들을 통해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모바일은 많은 기업이 펴내는 지속가능성 리포트들보다 훨씬 가독성이 높고, 정보 접근도 편리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 가능성을 위한 노력 등에 대한 기업의 활동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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