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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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면세점 획득에 도움이 되고자 동대문미래재단을 설립했으나 막상 면세사업권 획득 후 공익사업은 활발히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은 중앙대학교, 중앙대산학협력단,두산연강재단, 동대문미래재단, 따뜻한미래재단 5개 공익법인을 갖고 있다. 이중 중앙대와 중앙대산학협력단은 특수목적법인으로 분석에서 제외했다. 

동대문미래재단은 동대문 지역 패션 관광산업 발전 등 지역개발을 위해 설립된 법인이다. 지난 2015년 두산 박용만 회장과 두산이 총 200억원을 기탁해 설립했다. 면세사업권 획득을 위해 설립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회장 본인도 출범식에서 "면세점 유치에 재단 출범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두산은 면세권을 얻었다. 하지만 공익사업에는 시큰둥했다. 재단을 면세권 획득에 이용했음에도 공익사업 규모는 2017년 기준 13억원으로 크지도 않을뿐더러 눈에 띄는 실적도 없다.

동대문미래재단은 목적사업을 크게 세 개로 나눴다. 지역 발전 마스터플랜을 개발하는 '씽크탱크', 관광/쇼핑/음식/문화 등 동대문의 관광포인트를 수집해 홍보하는 '마케팅', 신진 디자이너 발굴 및 지원을 위한 '브랜드 엑셀러레이터'다.

2017년 공시를 보면 재단은 '씽크탱크'의 '동대문 마스터플랜 수립'에 약 5억원을 썼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다. 2015년 설립 당시 동대문 마스터플랜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마스터플랜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업 비용이 크게 나온 것은 회계처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설립 이후 마스터플랜에 대한 큰 성과는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고자 한다. 상반기 동대문 상권을 살리기 위한 마스터플랜 논의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추후 연구용역 체결도 진행할 것"이라 덧붙였다. 재단은 올 연말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다.

동대문미래재단은 홈페이지에 마케팅 목적사업으로 ▲동대문 정보 웹사이트 운영 및 앱 개발 ▲테마 이벤트 개최 ▲동대문 월간 정보지 제작 및 배포를 소개했다. 하지만 이중 진행되는 것은 이벤트 개최 정도다.

웹사이트 운영과 앱 개발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사이트를 구축하려다 보니 계획과 달리 수용성이 떨어질 거 같아 중단했다"고 밝혔다. 동대문 월간 정보지도 미래재단이 아닌 타 단체가 주도적으로 제작 배포하고 있다.

오히려 재단은 목적사업 활동으로 계열사 매출을 올려줬다. 재단은 동대문 홍보 SNS 운영에 2017년 1억3천만원을 썼는데, '두산매거진'에 위탁운영했다. 브랜드 엑셀러레이터, 소상공인 중국어 교육 등은 두산 자회사 '오리콤'이 진행했다. 박용만 두산 회장의 아들 박서원 씨는 두산매거진의 대표이사이자 오리콤의 부사장이다.

5년 동안 재단에 수익의 10%를 기부하기로 했던 두타면세점도 감감무소식이다. 예상과 달리 두타면세점이 계속 적자였기 때문이다. 다만, 면세점 사업의 2018년 실적이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라 재단도 기부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브랜드 엑셀러레이터'다. 패션디자이너 오디션 '서바이벌 패션K'를 매년 개최해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지원한다.

동대문 소재 봉제사업장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도 함께한다. 지난해 재단은 전통시장과 봉제사업장에 소화기를 기증하고 개선이 시급한 봉제사업장을 선정해 업체당 500만원씩 지원하기도 했다.

두산연강재단은 장학사업과 창작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한다. 이를 위해 2017년 총 95억원을 지출했다. 장학사업으로 저소득층 초·중·고·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을 주로 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중국학 연구원,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지원 대상을 발굴하여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장학사업뿐만 아니라 환경분야에 학술연구비를 지원하고 젊은 의학도들을 위한 두산연강학술상 등 학술사업도 하고 있다. 이러한 장학사업에 2017년 재단은 38억원을 썼다.

문화지원사업으로는 공연·미술 분야 창작자 지원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두산아트랩 사업, DAC 아티스트 사업, 두산연강예술상 등을 하고 있다. 이 사업들을 통해 선발된 예술가들에게 제작비 지원, 시설 지원 등을 한다.

두산아트센터에 있는 연강홀, 스페이스111, 두산갤러리 등의 시설을 통해 이들의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아트센터뿐만 아니라 서울 레지던시, 뉴욕 레지던시 등을 통해 작가들의 작품활동을 돕는다. 재단은 창작자 지원 외에도 문화예술, 인문학 등을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두산인문극장, 두산아트스쿨, 두산청소년아트스쿨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재단은 창작자 지원,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이러한 문화사업에 57억원을 썼다.

두산의 따뜻한재단은 2012년 설립된 재단으로 문화사업에 주력한다. 119소방대원 등을 찾아가 음악회를 개최하고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를 찾아가 음악교육을 진행한다. 2017년 공익사업지출액은 3억2천만원으로 총자산 91억원에 비해 적은 규모다. 

2017년 기준.

2017년 기준, 3개 재단의 순자산 합계는 1614억원이다. 순자산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산을 의미한다. 이들이 공익사업에 쓴 돈은 111억원으로 순자산의 7.6%에 그쳤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및 은행, IT기업의 공익법인 190개의 순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 평균은 18.83%였다. 두산 3개 재단은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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