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여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열린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대기업 투명성, 책임성 강화, 소유 지배구조 개선, 사익 편취 해소 노력을 기울인 공정위 공로를 치하하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 발언으로 배임,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 회장의 대한항공,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앞서 16일 기금위는 주주권 행사 여부를 기금위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 주주권행사 분과에 검토 요청했다.
이에 수탁위 주주권행사 분과위원회는 23일 회의에서 9명의 위원은 대한항공 경영참여 주주권행사에 대해서는 찬성 2명, 반대 7명, 한진칼에는 찬성 4명 반대 5명으로 표결했다. 행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찬반 결과 기금위에 보고해 기금위에서 최종 결정 내리기로 했다. 당시 회의에서 찬성 위원들은 조양호 회장 해임,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을 제안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책임투자 업계 전문가는 미디어SR에 "경영 참여하기로 결정할 경우 대한항공은 10%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룰에 따라 매매차익을 반환해야 해 반대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 발언으로 기금운용위원회는 입장이 곤란하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필요한 경우 기금위 위원의 의결을 거쳐 수탁위에 재검토 요청을 할 수는 있다"고 밝혔으나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흔들리게 된다. 복지부가 기금위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다고 기금위에서 자체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처음부터 수탁위 주주권 분과 위원을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관련 경력이 많은 민간 전문가로 위촉했는데 기금위에서 주주권을 행사로 결론 내리면 수탁위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개인 또는 법인의 자금 운용 과정에서 고객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 동참하는 지침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난해 7월 도입했다. 국민연금은 갑질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공개 서한을 보내 비공개 면담을 요청하는 등 주주행동을 보여왔으나 미미한 반응에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게 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늦어도 2월 초에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기금위는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포함해 5인의 정부측위원과 3명의 경영계 위원, 3명의 근로자 위원, 지역가입자와 전문가 등 총 20인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