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객원연구원] 얼마 전 한 방송사는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낱낱이 파헤친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산업혁명 이후 성장의 원동력으로서 많은 나라의 경제체제로 자리잡은 자본주의는 오랜 시간 경제 발전의 희망이자 최적의 시스템이라 여겨왔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는 병들어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미국의 실업율과 빈곤율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아이들 5명 중 1명은 결식 상태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는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자본주의를 경제 체제로 삼고있는 많은 나라들이 비슷한 현상을 마주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국제사회는 협동과 책임이라는 두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 대안을 찾고 있다. 다양한 대안들이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협동조합이다. 이에 따라 유엔은 지난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사실, 협동조합이 병든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유럽의 사례를 통해 다소 증명됐다. 1970년 전후에 불어닥친 세계적 불황 속에서 협동조합운동이 이탈리아 내에서 활발히 일어났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광공업 생산지수가 1989년까지 연 평균 3.3% 이상 성장률을 보였으며 당시 GNP(국민총생산) 부문에서 영국을 앞지르기까지 했다. 이는 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이탈리아 중소기업의 활발한 성장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그리스 경제 위기로 유럽연합국의 경제에 적색 신호가 켜졌을 때, 유럽 내 수많은 도시와 지역들은 증가하는 실업율과 떨어지는 성장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협동조합이 경제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낮은 실업률을 보였을 뿐 아니라 1인당 주민 소득율이 4만유로(한화기준 5800만원) 이상이 됐다.

사실, 유럽 내에는 성공적인 협동조합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독창적인 협동조합으로 지역경제 뿐만이 아니라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FC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바르셀로나에 연고지를 두고 있는 축구 클럽이다. 이 축구 클럽은 1899년 호안 감퍼가 창단했다. 그리고 1928년 에스파냐의 프로 축구 리그인 프리메라리가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단 한 번도 강등되지 않았다. 또 2000년 이후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3번이나 우승을 하면서 2000년대 이후 우승 트로피를 가장 많이 들어 올린 클럽이라는 명예를 안고있다. 현재 FC 바르셀로나에는 현역 최고의 선수로 평가 받는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들이 주요 선수로 소속돼있다. 게다가 FC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 축구단 자산 가치에서 5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부자 구단이다.

사실 유럽 내에서 축구 구단은 또 하나의 글로벌 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유럽의 명문구단들은 수백억원에 육박하는 인기 선수들을 고용, 세계 곳곳에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유럽 축구 구단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들에 의해 운영된다. 약 50조원의 재산을 가진 아랍에미리트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가 영국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가 돼 1조7200억원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2011~-2012년 영국 FA컵에서 44년 만에 1위를 탈환한 사실은 한국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통해 맨체스터 시티의 이미지는 향상되었고 상당한 수익금이 구단주와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사실 구단 운영에도 자본주의 시스템이 적용되기 때문에 더 많은 지원을 받는 구단이 더 많은 인기를 끌고 더 많은 수익 창출을 하게 된다.

하지만 FC 바르셀로나의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는 다르다. FC 바르셀로나의 운영방식은 ‘The members: Barca's owners (바르사 (FC 바르셀로나의 애칭)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구단 문구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구단주와 주주로 운영되는 여느 구단과는 달리 FC 바르셀로나는 약 19만 명의 조합원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150유로(한화 약 21만원)를 내면 누구나 2년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FC 바르셀로나 조합에 가입된 사람들은 경기 입장료의 22%를 할인받을 수 있고 입장권 구입 우선권을 보장받게 된다. 조합원 중 1년 이상의 가입경력을 가진 18세 이상의 성인은 이사회에 참석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6년마다 구단의 회장을 뽑게 된다. 현재 FC 바르셀로나의 산드로 로셀 회장은 2010년 61.35%의 득표율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총회에 참석해 장기 계획, 예산, 연간 보고서에 대해 회의를 하고 결정한다. 이처럼 투표를 통해 회장을 선출하고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FC 바르셀로나는 매우 민주적이면서도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자산가치 5위에 이르는 FC 바르셀로나는 텔레비전 중계 35%, 스폰서 협찬 30%, 입장료 30%, 박물관 수입 5%의 수입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른 이익은 모두 시설 개선에 투자되거나 지역 사회에 환원된다. 특히 FC 바르셀로나는 지역사회 내에 상당한 지원을 통해 유소년 축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유명 축구 선수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 내에서 선수를 육성함으로써 지역사회 내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한 예가 바로 현 시대 최고의 선수라고 극찬을 받는 레오넬 메시다.

FC 바르셀로나는 뿐만 아니라 글로벌 이슈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고 있다. 여느 유럽의 구단들은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유니폼 스폰서비로 연간 수백억원을 받는다. 그런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FC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에는 유니세프의 로고가 새겨졌다. 이 시기 FC 바르셀로나는 역으로 수입의 0.7%를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이를 위해 지원했고 유니폼을 통해 유니세프의 일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조합으로 운영되는 FC 바르셀로나는 구단의 이익을 넘어 그들의 연고지인 카탈루냐 지방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합원에게 다양한 혜택이 돌아갈 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의 사례는 병든 자본주의 사회에 희망이 될 것이며 긍정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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