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공식 포스터 / 사진=tvN

반전도, 의미도 없었다. 남은 건 화려한 CG와 신선한 소재뿐이었다.

20일 방송을 끝으로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가 끝이 났다. 진우(현빈)는 제 손으로 게임의 버그들을 천국의 열쇠를 사용해 없애버렸고, 엠마(박신혜) 손에 게임 속 버그가 된 자신의 운명을 맡겼다. 그리고 1년 뒤 희주(박신혜)는 게임 밖 현실세계에서 진우가 살아있다는 희망을 안고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당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증강현실(AR)게임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완성도 높은 CG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AR게임 속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화면은 몰입감을 더했고 한국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회상신의 반복과 과도한 PPL이 이어지며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음료와 커피, 귀걸이, 립스틱 등 그 종류 또한 다양했다. 특히, 마지막회에서는 주인공인 현빈보다 PPL로 부각된 한 음료수가 더 많이 모습을 비춰 아쉬움을 모았다.

앞서 송재정 작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말을 두고 "엠마의 중요한 기능이 아직 남았다. 황금열쇠를 받고 끝이 아니라 16회에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중요한 기능이라기엔 그 역할이 빈약했다. 남녀 주인공이 제대로 만나는 자리 또한 없었다. 

호연을 펼친 현빈(우)과 박신혜 / 사진=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방송화면 캡처

열린 결말로 치부하기에는 마지막회에서의 두 사람의 서사가 너무도 부족했다. 진우가 버그가 된 이유, 인던(인스턴트 던전)에 갇힌 이유 등은 서술되지 않았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현빈과 박신혜 등 배우들의 손꼽히는 연기는 괄목할 만하다. 현빈의 경우 격투 장면 등에서 실제적인 데미지를 입는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박신혜는 처연한 눈빛연기로 극 중 현빈과의 서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외에도 매번 죽는 연기를 감행한 박훈(차형석 역)과 김의성, 민진웅, 이재욱, 한보름, 이시원 등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났다. 

전작 'W'에서 뒷심 부족이라는 평을 받았던 송재정 작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얻는 모양새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개연성도 스토리텔링도 없던 용두사미 엔딩", "소재는 좋았지만 개연성과 뒷심이 아쉬웠다", "배신 당한 기분"이라고 표현하는 등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측은 미디어SR에 "송재정 작가의 촘촘한 대본과 마법 같은 게임을 영상으로 구현한 안길호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잘 아우러진 드라마다. 배우들 모두 인생 연기를 펼쳐줬다"고 자평했으나, 좋은 소재와 탁월한 CG, 호연을 펼친 배우들을 결말이 아우르지 못했다는 평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대로 끝내기엔 아쉽다"며 게임 소재에 대한 욕심을 보인 송재정 작가의 차기작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과는 다를 수 있을까. 송 작가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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