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효민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이다. 티아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으면서도, 솔로로서 발돋움을 이어가고 있는 효민은 큰 욕심 없이 내려놓는 자세로 자신의 음악을 하고자 했다. “‘망해도 계속 나오네’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며 웃어 보일 줄 아는 효민은 분명 호된 성장통을 앓았을 터다. 음악에 색을 입힌다는 효민의 신선한 도전에 기대가 더해지는 것은, 성장통으로 얻어냈을 효민만의 무기가 분명하게 담겼기 때문이다. 자신의 음악을 통해 효민이 말하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 색을 통해 노래하는 효민의 발걸음엔 묘한 리듬감이 담겨 있었다.
Q. 신곡이 그동안 해왔던 장르와는 완전히 달라요.
효민: 라틴 기반의 업템포 댄스 팝이에요. 밝은 느낌의 경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노래죠. 설레는 감정에 대한 흥얼거림이 담겼어요. 제목인 ‘으음으음(U Um U Um)’은 사랑에 빠진 감정을 허밍으로 표현한 거예요.
Q. 표지의 에메랄드 컬러가 청량한 분위기를 주고 있는 것 같아요.
효민: ‘망고’ 앨범을 냈을 때 노래에 컬러를 입히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이번 앨범에는 에메랄드 컬러를 입혀봤어요. 에메랄드가 청량감과 편안함을 주는데요, 이 노래를 처음 받았을 때 듣기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에메랄드 컬러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사실 2월에 미니 앨범이 나올 예정이라 그걸 먼저 선보이려 했지만 곡과 안무가 잘 나와서 선공개 개념으로 내봤어요. 2월에 나올 앨범의 컬러는 ‘레드’입니다.
Q. 정열의 레드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효민: 어찌 보면 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레드를 섹시하거나 정열적인 느낌 외에 큐트한 느낌처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보고 있어요. 영상적인 부분에서 레드 컬러를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Q. 앨범에 색을 넣는다는 게 특징적인 거네요. 컬러 아이디어 외에도 직접 참여할 부분이 있다면요?
효민: 지난 활동곡인 ‘망고’의 가사는 여러 후보 중에 제가 직접 선택을 해봤어요. 작사가님과 함께 수정할 부분을 손보기도 했죠. 이번 곡 역시 ‘망고’에서 함께 작업한 황유빈 작사가님과 같이 작업했는데요, 은유적이고 재밌는 표현이 많이 담겨 있어요. ‘일렁일렁’과 ‘인 럽 인 럽’이라는 재미난 가사 연결이 있는데, 그 부분은 작사가님이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저는 도입부나 브릿지 부분이 조금 더 부각될 수 있게 파도와 연관지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죠.
Q. 전반적으로 경쾌한 리듬이나 파도의 언급 등이 여름 느낌을 주고 있어요. 겨울이라는 시기에 이 노래를 발표한 이유가 있을까요.
효민: 다들 그 말들을 했어요. 트로피컬풍이어서 여름에 나오면 더 좋겠다는 말이 많더라고요. 저도 그런 생각을 해봤지만, 왜 겨울과 여름의 음악이 구분돼야 하냐는 근원적인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겨울엔 서정적이고 잔잔한 노래가 나오고 여름엔 신나는 댄스곡이 나오잖아요. 이번 노래의 발매는 그 궁금증에서 출발했어요. 계절감을 모호하게 가져가고 싶었어요.
Q. 색을 입힌 음악을 택한 이유도 따로 있을까요.
효민: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시각적으로 예쁜 것을 늘 좋아했죠. 그래서 제가 지금 하고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같이 입혀보면 어떨까 싶어서 도전하게 됐어요. 아직까진 엄청나게 만족스럽진 않지만 재밌게는 하고 있어요. 솔직히 ‘망고’ 음원이 잘 안됐지만 그래도 많은분들이 제목을 기억해주시고, 노래는 안 들어봤어도 노란색은 기억해주시더라고요. 그 부분에 많이 만족했어서 이런 시도를 좀 더 해볼만하다고 느끼게 됐어요.
Q. 티아라 효민의 색과 솔로 효민의 색은 어떻게 다른가요?
효민: 티아라는 뚜렷한 색이 없던 그룹이었어요. ‘청순돌’, ‘섹시돌’과 같은 닉네임도 없었거든요. 색이 없으니 우린 무지개로 가자는 얘기도 했었어요. 그게 그 당시엔 슬펐지만 지금 보니 그 자체가 저희의 색이더라고요. 티아라의 색이 그랬다면, 티아라 멤버로서의 제 색은 레드였어요. 랩 포지션과 외적인 카리스마 스타일이 열정과 정열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 것 같아요. 티아라 활동 당시 솔로곡 ‘나이스바디’를 냈을 땐 빨간색과 대비되는 초록색이었죠. 숏컷 단발머리 노란머리에 힙합적인 멜로디 베이스의 곡을 선보였었는데, 빨간색과 정면으로 대비되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Q. 지금의 효민이 추구하는 색은.
효민: 좀 뻔할 수 있지만 흰색이요. 그동안은 뭔가를 계속 채워 나가려 노력했어요. 그래야만 만족이 됐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좀 더 여유를 갖고 뚜렷한 색이 없어도 만족할 줄 알아요. 때로는 뭔가를 그려볼 수도 있고 뭔가를 입혔다가 지워볼 수도 있는 거죠. 좀 더 성숙해져야 하겠지만요(웃음).
Q. 인터뷰를 하면서 드는 생각이, 굉장히 조용한 성격으로 보여요. 화려한 면이 부각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과는 잘 맞는 편 같나요?
효민: 나서서 이야기를 할 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요. 하지만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를 할때면 불편한 마음도 잊게 되죠. 그런 걸 보면 연예인과 맞는 편 같기는 해요. 그렇지만 그런 걱정은 되죠. 벌써 10년 차에 가까워지다 보니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 싶거든요. 자작곡으로 타이틀을 내보고 싶다는 목표는 있어요. 좀 더 공부해서 해봐야죠.
Q. ‘망고’가 자작곡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인상적인 가사가 있었어요. ‘너에게 나를 맞추지 않겠다’는 말이 꼭 효민 씨의 선언처럼 들렸거든요.
효민: 저는 대중분들과 팬분들을 만족시킨 적이 별로 없던 것 같아요. 언제나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제 만족이 우선이었죠. 곡을 선택할 때도 도전정신으로 준비하곤 했어요. 다른 사람들의 시선만을 신경 쓰진 않고 내 갈길을 묵묵히 가겠다는 생각이 있죠. 그런 감정과 그 가사가 많이 비슷한 것 같아요.
Q. ‘내 만족이 우선’이라는 말은, 이전까지는 음악가로서의 자신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담긴 걸까요?
효민: 그런 면이 있어요. 많은 여자 가수 중에 효민만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을 받으면 늘 대답할 말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음악적인 것이든 어떤 것이든간에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굳이 단어로 뽑아보자면 ‘도전정신’이 가수 효민의 색이겠죠. 솔직히 말하면 전 아직까지 임팩트 있게 활동을 해본 적이 없어요.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망해도 계속 나오네’라는 말도 많이 듣거든요. 하지만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며 활동한지 꽤 되어서요. 그런 것엔 큰 상처가 없어요. 대신 나중에 언젠가는 ‘효민이 그래도 음악에 욕심은 있고 생각이 있네?’라는 말은 꼭 듣고 싶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보고 싶고, 대대적인 활동은 아니어도 주기적으로 음악을 내고 싶어요.
Q. 도전정신을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올해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뚜렷하게 있나요?
효민: 올해 티아라의 연차가 딱 10년이에요. 색다른 재미난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이번에 새롭게 개설했어요. ‘먹방 말고 쿡방 말고 옷방’이라는 게 콘셉트예요(웃음). 그리고 좋은 기회가 생겨서 화장품 브랜드를 올해 초에 낼 것 같거든요. 그동안 안 해봤던 것들에 대한 또 다른 도전 같아요.
Q. 티아라 멤버들이 이번 솔로앨범에 보내온 응원이 궁금합니다.
효민: 꾸준히 많이 응원해주고 있어요. ‘그래, 너라도 뭘 해야돼’라는 식의 응원이요(웃음). 잘하고 있다며 서로 많이 격려해줘요. 그리고 올해 7월 29일이 티아라 데뷔 기념일이어서 이벤트에 대한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고요. 그냥 보내고 싶진 않아서 좋은 방향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Q. ‘솔로로서 망해도 난 상관 없어’라는 말을 했다지만, 그래도 흔들리는 순간은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자신을 어떻게 다잡고 있는지.
효민: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라는 말을 믿지 않는 게 저의 좌우명이에요. 어떤 실수나 잘못을 했다면 그걸 반성하고 극복, 개선해야죠. 흐지부지 잊혀질 거라 생각하면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고 그것에 대해 불편했을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절대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극복해야죠. 이게 음악을 할 때의 원동력이 돼요. 분명히 기억해주는 사람은 있는 거거든요. 안 좋은 일도, 좋은 일도 누군가는 다 기억을 해줘요. 그래서 ‘쟤가 그래도 열심히는 했다’는 작은 인정을 바라고는 있어요. ‘난 안 되니까 하면 안 돼’라는 생각은 안 되죠. 모두가 다 잘될 수 없고, 모두가 다 1위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Q. 그래도 티아라로서 정점을 찍어봤어요. 1위도 숱하게 해봤죠.
효민: 그래서 ‘나 1위는 해봤잖아’라는 위안을 갖곤 해요(웃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거든요. 지금은 1위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다만, 최근에 중국이나 베트남 분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그게 참 힘이 되고 있죠. ‘망고’가 한국에선 잘 안 됐지만 중국에선 1위를 했었거든요. 그런 건 유지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죠.
Q. 중화권에서 꾸준히 인기가 지속 중이죠. 특별한 매력이나 비결이 있는 걸까요?
효민: 해외 활동을 할 때면 말을 좀 더 거침없이 하는 것 같아요. 감정표현도 명확하게 하죠. 솔직하게,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효민: 차트 인이요. 이번 노래가 많은분들이 따라부를 수 있는 쉬운 음악이거든요. 이왕이면 편하게 많이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서 차트 인을 목표로 삼고 싶어요. 다음 앨범은 브랜드뮤직의 라이머 씨가 프로듀싱을 맡아주고 계시고, 안무도 원밀리언 팀이 짜주고 있어요. 또 다른 재밌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