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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자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이다. 

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회사를 물려받았다.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실무를 익혔다.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으로 올랐다. 조중훈 별세 후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2018년 자신의 불법행위와 가족의 갑질 논란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아내, 자식들, 자신까지 검찰 조사를 받아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비리종합세트'라는 불명예까지 얻었다. 

지난해 총수일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 막내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로 촉발된 갑질 논란은 대한항공 내부에서 축적된 직원의 불만을 폭발시켰다. 이때다 싶은 듯 총수일가의 탈세, 밀수, 폭행, 불법고용 등 갑질 및 불법행위 폭로가 시작됐다. 이는 국토부, 관세청, 농수산부 등 정부부처를 비롯해 경찰, 검찰 등 전방위적인 조사로 이어졌다.

조양호 본인은 대한항공에 대한 수백억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면세품 중개업체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 모친과 지인 등을 정석기업 직원으로 올려 20억원 상당의 허위급여를 지급한 혐의, 인하대학교 병원에서 고용 약사 명의로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부정하게 얻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결국, 조양호는 '오너리스크'의 상징이 됐고 현재 직원들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주주들도 움직이며 조양호 일가에 압박을 넣는 중이다.

비리로 얼룩진 한진그룹 총수일가. 한진의 성장 과정도 깨끗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진그룹이 어떻게 커왔는지, 그리고 갑질로 얼룩진 그들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자는 누구인지 6명의 인물을 통해 알아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박근혜와 조양호의 인연은 아버지 세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양호의 아버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와 박정희 정권의 끈끈한 커넥션은 한진그룹이 재벌 반열에 올라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정희가 조중훈에 국영기업인 대한항공 인수를 제안했고, 조중훈은 이를 받아들였다. 조중훈은 박정희 재임 시절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각하 만수무강'이라고 새겨진 범종을 기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식 세대인 박근혜와 조양호는 삐걱댔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내던 조양호는 2016년 5월 사퇴했다. 사퇴 발표 후 몇 시간 만에 후임 위원장이 내정됐다. 계획된 사퇴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후일 검찰의 국정농단 조사에서 조양호의 위원장 사퇴에는 비선실세 최순실이 배후에 있었다. 최순실 소유의 회사 '더블루K'가 관중석 및 부속시설을 만드는 사업에 참여하고자 조직위를 압박했지만 조양호가 계속 거절했기 때문. 게다가 K스포츠재단 출범 시 조양호가 기부금을 내지 않은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조양호는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기사가 90% 맞다"고 시인했다. 

결국 박근혜는 탄핵 및 수감으로 정계 생활의 막이 내렸다. 비슷한 시기에 조양호는 전혀 다른 문제로 총수일가 갑질 논란으로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이자 조양호의 아버지다. 호는 정석(靜石). 정석인하학원, 정석기업 등은 조중훈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트럭 한 대로 시작해 재벌까지 도약한 창업신화로 유명하다. 평생 수송업계에 종사해 '수송외길'을 걸어왔다. 전문성을 중시해 잘 모르는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5년 '한진상사'로 사업을 시작해 미군과 베트남 전쟁 군수물자 수송 계약을 맺으며 성장해나갔다.

1969년 국영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했다. 당시 부채 27억원에 달했던 부실 공기업이었지만 조중훈 손에 들어온 이후 크게 성공했다. 조중훈의 사업감각, 시대적 호재 등도 성장의 이유였지만 관가와의 혼맥, 자금지원 등도 무시 못할 성공 비결(?)이다. 

대한항공은 조중훈에 대해 "사람의 일평생 계획 중에서 가장 뜻있는 사업이 인재를 키우는 것이라고 늘 이야기하며 1968년 인하학원(현 인하대학교)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총수일가의 입맛에 따라 학교를 경영해 그의 진정성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다. 40여 년 전 조중훈의 사돈 故이재철이 교통부 차관을 지낸 후 인하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기 때문.

이런 의심은 2018년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인하대 총학생회동문협의회는 "갑질, 부정 경영은 인하대에서도 계속됐다"며 인하대 지배구조 청산을 촉구한 바 있다. 현재 인하대학교, 항공대학교 등을 운영하는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은 조양호다. 

故 이재철

조양호의 장인. 조양호의 아내 이명희의 아버지다. 교통부 차관을 지냈다. 차관직 이후 인하대, 중앙대, 국민대 총장을 역임했다. 

1971년 교통부 차관에 부임했다. 장관이 세 번 바뀔 5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켰다. 차관 시절인 1973년, 자신의 딸 이명희와 조양호를 결혼시켰다. 항공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기관과 피허가 기업 자녀가 혼인한 것. 즉, 국토교통부 차관과 항공기업의 수장이 사돈을 맺은 것이다. 

혼사를 맺은 뒤 대한항공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명희가 대한항공과 한진에서 어떤 직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갑질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을 업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었다. 

1976년, 이재철은 차관직을 내려놓은 뒤 인하대학교 총장에 취임했다. 이른바 '관피아'였다. 명맥이 이어져 와 2018년에도 '칼(KAL)피아'라며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의 유착 논란이 뜨거웠다. 

조 씨 일가

조양호의 가족이다. 아내 이명희, 첫째 딸 조현아, 아들 조원태, 막내딸 조현민이다. 

그야말로 비리 종합선물세트다. 모든 가족구성원이 위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본격적인 갑질 논란은 첫째 조현아에서 시작됐다. 조현아는 2014년 승무원의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회항시켰다. 그 유명한 '땅콩 회항'이다. 그러면서 박창진 사무장을 폭행하고 강제로 내리게 했다. 조현아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2018년 막내딸 조현민이 '물컵'으로 갑질 논란을 재점화했다. 대한항공 전무였던 조현민이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렸다며 논란에 휩싸인 것. 뿐만 아니라 미국인인 조현민이 진에어에 6년 동안 불법으로 등기임원 자리에 올라 진에어는 항공 면허 취소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조현아는 땅콩 회항 이후 자숙하다 2018년 3월 말 복귀를 선언했지만 동생의 갑질이 알려지면서 함께 회사의 직책을 내려놨다. 

이명희는 직원에게 험한 욕과 폭행을 저지르는 영상이 공개돼 큰 충격을 줬다. 말끝마다 "개XX" 라고 욕설을 퍼붓는 모습을 보여줬다. 공개된 영상은 조양호 가족의 분위기를 짐작하게 했다.

이명희는 2011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경비원에 전지가위를 던지고 인천하얏트 호텔 공사장에서 노동자를 밀치는 등 직원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결국 2018년 12월 31일, 서울중앙지검은 이명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상습 특수상해, 업무방해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현아와 이명희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고용한 혐의로도 약식기소됐다.

뿐만 아니라, 세 모녀는 해외에서 구입한 명품과 생활용품을 밀수입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인천본부세관은 이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1998년 인하대학교 부정 편입 의혹을 받았다. 당시 인하대 편입학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데도 편입해 졸업했다는 것.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조원태의 인하대 학사 학위를 취소하라 인하대에 통보한 바 있다. 인하대를 운영하는 정석인하학원은 조사 결과에 불복해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렇게 2018년에 드러난 위법행위만 해도 최고 수준이다. 최고의 항공사, 최고의 서비스 등으로 이름을 날렸던 회사 뒤에 갑질 행태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져 큰 충격을 줬다.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자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지부장이다. 끊임없이 총수일가의 갑질을 비판해와 조양호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2014년 조현아 땅콩 회항의 피해자다. 이 사건으로 조현아의 갑질이 알려지게 됐고 박창진은 그 여파를 온몸으로 맞았다. 박창진이 한진 총수일가 및 회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다. 박창진은 업무상 재해로 휴직하고, 머리 뒤에 종양이 생겨 수술까지 했다.  

땅콩 회항과 달리, 조현민의 물컵 갑질 때는 대한항공, 진에어 등 직원들은 분노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대한항공직원연대'라는 카톡방을 통해 결집하고 총수일가 퇴진 집회를 개최했다. 직원들은 사측이 보복할까 무서워 가면을 쓰고 나왔다. 이미 얼굴이 알려진 박창진은 가면을 쓰지 않아 대한항공 직원의 대표적인 '얼굴'이 됐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이후 정식 노조가 됐다. 

박창진은 조양호의 퇴진을 주장한다. 조양호 퇴진의 의미는 '대한항공 전면 개선'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회장이 안 바뀌니 계속 갑질하고 갑질에 익숙해진 중간관리자도 갑질, 착취한다. 조 회장은 바뀌지 않는다. 구태의연한 행태들을 전면 개선하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미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성부

KCGI(Korea Corporate Governance Improvement)의 대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KCGI는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사모펀드(PEF)로 한진칼의 지분 10.81%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최대주주는 조양호 총수일가로 28.93%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진에어,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보유한 지주회사다. 총수일가 -> 한진칼 -> 대한항공, 진에어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강성부는 회사에 지배구조, 부채비율, 신용등급, 대외 신인도 개선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잔소리하는 '시어머니'에 비유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7.34%를 보유한 3대주주다.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KCGI와 국민연금이 조양호 총수일가의 경영권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이행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조양호 일가를 염두에 두고 한 말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과 KCGI가 손을 잡으면 합계 지분은 18.15%다. 조양호 회장 일가가 보유한 28.93%보다는 부족하지만 겨뤄볼 만하다. 외국인과 소액투자자가 있기 때문에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강성부는 M&A 목적이 아닌 회사 개선을 위한 행동주의 펀드라고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조양호는 어떻게 될까. 갑질 논란 끝에 결국 퇴진할까, 아니면 끝까지 자리에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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