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한진그룹 본사. 구혜정 기자

# 배임횡령 혐의는 재단에서도, 사익편취 우려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석인하학원의 회계 처리가 구멍가게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사익편취 우려가 심각하고 편법적 지배력 확대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 납품업체로부터 통행세를 받아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치는 등 배임, 횡령,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조 이사장은 정석인하학원에서도 유사한 혐의로 교육청으로부터 고발당해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정석기업 등 3개 업체와 빌딩 청소, 경비, 차량 임차, 시설공사 등 계약을 부당하게 체결,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장학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학교 측에 교비를 부담, 딸 조현민과의 부당한 특수거래 등 5개 혐의로 지난 7월 교육부 고발당했다.

교육부는 동시에 조 이사장 취임 취소 처분을 냈으나 조 이사장은 시정명령 취소 행정소송을 내고 지난달 27일 열린 학원 이사회에서 연임 안건이 만장일치 찬성으로 통과해 연임이 확정됐다.

# 1조 자산 법인 회계는 구멍가게 수준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조양호 정석인하학원의 국세청 공시 자료 조회 결과 숫자가 맞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지난해 248억원 대 기부금을 받았으나 기부자 목록 자체를 조회할 수 없었다. 정석인하학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시 의무 사항인지 모르고 있었다. 확인해 보고 올리겠다"고 답했다. 다음날 다급히 수정 공시를 올렸다. 조회 결과 기부금 지출 내역 중 일부인 127억원만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를 소유하고 있어 회계 처리에 투명성을 더해야 함에도 장학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동일 인물에게 4회에 걸쳐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1명에게 1억 5천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학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기재된 장학금은 기부자를 기재한 것"이라며 스스로 오류를 시인했다.

기부금 지출 내역의 오류는 또 있다. 기금조성비 명목으로 24억 8천만원을 하나은행에 예탁했는데 실제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지출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예탁 금액에 대해서 재단 담당자는 "전체 학교 기부금 수입으로 잡힌 것이 다 들어간 것"이라고 이해하기 어려운 해명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회계연도 기간 목적사업에 3994억원의 사업비를 지출하면서도 일반관리비는 0원으로 기재하는 등 회계 장부의 오류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정석인하학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민법과 공익법인법을 적용 받다가 사립학교법이 나오면서 그쪽 규정을 적용받는 과정에서의 복잡함으로 혼동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 계열사 기부금으로 의결권 행사했다

편법적 지배력 확대 논란도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한진 주식 3.96%, 대한항공, 2.71%, 한진칼 2.12%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단 측에 정보 공개를 요청해 확인한 결과 지난해 정석학원은 대한항공, 한국공항, 한진, 진에어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 중 일부인 52억원을 대한항공 주식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은 지난해 배당 내역 조차 없어 재단 운용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로 보기도 어렵다.

실제 이를 토대로 정석인하학원은 2017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 건에 찬성표를 던졌으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했다. 계열사 주식이 조양호 회장의 지배력 확대에 사용된 것이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미디어SR에 "조 이사장은 각종 불법행위로 검찰 고발당했음에도 이사장 지위를 누리면서 모든 학교의 인사권과 경영권을 휘두르고 있다. 학교를 자신의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성실한 검찰 수사를 받고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서 미디어SR에 "정기감사에서 추가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과 재단, 한진 편 ①] 조양호 일가의 여전히 서슬퍼런 영향력...정석인하학원
[기업과 재단, 한진 편 ②] 공익법인 운영도 제멋대로
[기업과 재단, 한진 편 ③] 문제의 한진그룹, 문제의 공익법인
[기업과 재단, 한진 편 ④] 자산 1조 공익법인 회계 구멍가게 수준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