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디자인: minzada

한진그룹 총수일가는 갑질 논란으로 2018년 한 해를 휩쓸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현재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이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는 작년까지 일우재단의 이사장이었다. 갑질, 탈세, 폭행 등 물의를 일으킨 이들이 공익법인을 운영한다는 사실에 놀란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어떻게 공익법인을 운영해왔을까? 한진 공익법인의 운영상황을 뜯어봤다. 

한진은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 3개의 공익법인을 갖고 있다. 

정석인하학원은 2017년 기준 자산 1조454억원을 보유한 공익법인으로, 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교 등을 경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학교법인은 특수목적법인으로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정석인하학원은 주요 재단으로 꼽혀 포함했다. 

물류업 관련 학술지원을 공익사업으로 삼는 정석물류학술재단의 자산규모는 603억, 전시사업, 장학사업을 운영하는 일우재단은 366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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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법인의 자산을 합하면 총 1조1423억원이다. 구성을 살펴보면, 건물 3557억원(31.13%), 주식 2071억원(21%), 금융자산 3202억원(28.03%)이 주를 이룬다. 이외에도 기타자산(16.8%), 토지(6.23%)가 있다. 

3개 공익법인의 수입은 무려 6000~7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정석인하학원 때문이다.

정석인하학원의 2017년 목적사업수입은 3714억원이다. 이중 2534억원이 등록금 수입이다. 매년 기부금 약 250억원, 정부보조금 약 600억원도 받는다. 

수익사업수입도 비슷한 수준으로 약 3313억원이다. 특이한 것은 기타수익으로 3227억원이 잡히는데 대부분이 부속병원에서 나왔다. 하지만 그만큼 운영비용이 수반돼 큰 수익은 내지 못한다. 나머지 86억원은 주식, 금융, 부동산으로부터 받은 배당, 이자 부동산수입이다. 

3개 공익법인의 공익사업지출액은 2016년까지 겨우 13억원에 그치다 2017년 갑자기 4000억원으로 뛰었다. 정석인하학원이 2016년까지 공익사업지출액을 0원으로 산정하다가 2017년부터 장학금 지원액, 운영비 등을 등을 공익사업지출액으로 잡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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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만한 곳은 일우재단이다.

일우재단은 지난해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이명희 씨가 이사장으로 있던 곳이다. 갑질 논란 이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임 이사장은 일우재단 기존 이사회 이사인 오치남 대림AF 회장이 맡았다.  오 신임 이사장은 과거 한진중공업 사외이사로 재직한바 있다.

일우재단은 토지 226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재단 자산의 61.7%를 차지한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부동산 수익은 연 11억원 정도다. 이 외에도 갖고 있는 금융이자 등으로 4억원 정도를 더 번다. 이렇게 매년 10~18억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일우재단이 공익사업에 쓰는 돈은 연간 10억원으로 매우 약소하다. 장학에 5억원, 일우 사진상과 사진 전시사업에 4억원 정도를 쓴다.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이 2.87%에 불과하다. 심지어 2016년 기준, 일우재단이 가진 토지의 공시지가는 900억에 달한다. 즉 실 재산가치는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공익사업도 진짜 공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이사장 취향에 맞는 사업을 해왔다. 일우재단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사진 전시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공익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 씨가 취임하기 전, 일우재단(당시 21세기한국연구재단)은 장학이 주요 사업이었다. 하지만 2009년, 이 씨가 취임하면서 재단 공익사업에 문화를 추가하고 사진전시 사업에 돈을 지출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조양호 회장의 취미로 유명하다. 공익법인임에도 공익성을 우선하기보다 총수 일가의 관심사업에 돈을 쓴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석물류학술재단도 공익사업에 소극적인 건 매한가지였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2017년 자산 603억원을 가진 재단이다. 특이한 점은 주식이 전체 자산의 약 9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546억원 규모다. 재단은 정석기업, 대한항공, 한진칼 등 한진그룹 계열사 및 지주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이 재단이 번 돈은 13억원이다. 주식을 546억원이나 보유하고 있음에도 배당수익은 적다. 2017년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배당액은 0원이다. 정석기업에서 받은 배당수익 6억원만 있을 뿐이다. 그 외 이자 및 금융기타수입이 7억원이다. 

이 재단이 2017년 공익사업에 쓴 돈은 겨우 6.7억원이다. 물류분야 학술지원 5.6억원, 학술토론회와 물류연수비에 나머지를 쓴다.

주식만 보유하고 공익사업에 쓰는 돈이 없으니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도 1.12%에 불과하다. 수익사업으로서 활용가치가 부족한 배당 없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공익법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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