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故김용균 씨의 유족들. 구혜정 기자 

 

일명 '김용균 법'으로 불리우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15일자로 공포됐다. 태안화력 산재 사망자 고(故) 김용균 씨와 같은 외주 근로자의 위험 노출을 막기 위해 30년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바뀌었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도급인의 책임 등을 확대하고, 유해 위험한 작업의 사내도급을 제한하며, 물질안전보건자료 비공개 심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업주의 의무와 관련된 규정을 다수 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공포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1990년 한 차례 전부 개정한 이후 30여 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해 2월 9일 입법예고 이후 노사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 수차례에 걸친 간담회 등을 통해 협의하고,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의 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장의 작업장소, 시설·장비 등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권한을 가진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했다.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하는 장소의 범위를 현행 화재,폭발,붕괴,질식 등의 위험이 있는 22개 위험장소에서, 도급인 사업장 전체와 도급인이 지정·제공한 장소 중 지배·관리하는 장소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넓혔다.

이를 통해 지난해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의 사망사고 등과 같이 하청 노동자의 사고장소가 현행 22개 위험장소가 아니라서 도급인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려웠던 문제를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에 대한 사업주와 도급인 등의 처벌 수준을 강화했다.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자를 사망하게 하는 죄를 5년 내에 두 번 이상 범하는 경우 그 형의 1/2까지 가중하도록 했고, 법인에 대한 벌금형의 상한액을 현행 1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높였다.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 처벌 수준을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이고,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사업주의 처벌수준과 동일한 수준으로 높였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노동자를 사망케 한 자에게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하는 경우에 200시간 내의 범위에서 수강명령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유해·위험 작업으로 인한 위험을 하청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행 사내도급 인가 대상 작업인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허가대상물질을 제조·사용하는 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하였다. 다만, 일시·간헐적인 작업, 하청이 보유한 전문적이고 도급인의 사업운영에 꼭 필요한 기술을 활용할 목적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사내도급을 허용했다.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안전 및 보건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사내도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물질안전보건자료 대상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는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작성하여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현재 물질안전보건자료의 기재사항 중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에 대해 기업이 영업비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여 비공개할 수 있었으나, 기업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을 비공개 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사전 심사를 받도록 했다.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을 비공개하더라도 그 위험성을 유추할 수 있도록 대체명칭과 대체함유량은 기재하도록 하여,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한 노동자의 알권리를 보장토록 했다.

또한 건설공사 발주자로 하여금 건설공사 계획단계에서 안전보건대장을 작성토록 하고 설계.시공단계에서 이행 여부 등을 확인토록 했다. 건설공사 도급인에게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타워크레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기구 등이 설치.해체.작동되는 경우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했으며,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업을 등록제로 하고, 사업주로 하여금 등록한 자에게 타워크레인의 설치·해체작업을 맡기도록 했다.

이외에도 변화된 노동력 사용행태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영역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법의 보호대상을 현행 근로자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을 활용하는 배달종사자로 넓히고, 이들의 노무를 이용하는 자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했다.

또 기업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시스템이 사업장 단위가 아닌 기업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대표이사에게 기업의 안전.보건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여 승인을 얻도록 했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명확하게 하고, 위험성평가 시 해당 작업의 노동자를 참여시키도록 법에 명시하였으며, 정부 책무의 하나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조치기준을 마련하고 지도 지원하도록 하는 등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신설.개선했다.

이번에 공포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은 공포 후 1년 뒤인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고, 대표이사의 안전·보건계획 수립 의무는 2021년 1월 1일부터, 물질안전보건자료 관련 규정은 2021년 1월 16일부터 시행된다.

고용노동부 측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법률의 주요 내용에 대해 사업주들이 알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설명.홍보하는 한편 노.사 이해관계자,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어 산업안전보건법의 하위 법령을 올해 3월 중 입법예고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정부에 요구하며 오는 19일을 시한으로 내걸었다.

대책위 관계자는 15일 미디어SR에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김용균 법'으로 부르고는 있지만, 우리는 이를 김용균 법이라고 보지 않는다. 해당 법에는 김용균 님이나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 사망한 김 군 등이 포함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 개정안이 30년만에 통과됐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정부에서 내놓은 안이 후퇴되어 합의한 것이라 태안 하청 노동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공포야 수순인 것이고, 유족들은 최소한 설 명절 전에 장례를 치르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또 현재 고인의 동료들의 직접 고용 문제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정부와 이야기 하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오는 19일 오후 3시30분 광화문 광장에서 5차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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