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장손이다. `문화가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CJ그룹을 글로벌 문화기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 회장은 어머니 손복남 여사로부터 제일제당 주식을 증여받아 CJ그룹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 회장은 조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각별한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외모와 체격은 물론 행동방식까지 유사하다는 평가다.

아무도 가지 않던 문화산업의 길을 20년 전부터 달려온 첫 출발은 사명 변경이다. 이 회장은 식품회사에서 문화, 엔터테인먼트로 조직을 변모시키기 위해 제일제당(CheilJedang)에서 영문 약어를 따와 CJ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유명 영화감독인 스티븐 스필버그 드림웍스 대표를 만나 협상을 통해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를 1998년 국내 개관했다. 이후 한국의 영화 산업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 당시부터 CJ그룹은 문화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에 전국 케이블 방송 상당수를 인수하고 엠넷을 출시했다. 2012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인수해 현재 지주사 체계를 완성했다. 물론 글로벌 문화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매출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2018년 3분기 기준 매출은 식품 39%, 바이오 20%, 물류·유통 36%, 엔터테인먼트 15%다. 그러나 최근 CJ E&M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부문 전폭적 투자로 문화 부문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병철

삼성을 만들고 키운 이병철 선대 회장의 첫 아이템은 설탕이었다. 1951년 삼성물산이 일본에 고철을 팔고 판매 대금으로 사 온 설탕을 유통해 큰돈을 번 이 회장은 1953년 CJ그룹의 모태가 되는 제일제당 부산공장을 세운다. 이후 설탕 사업은 승승장구해 공장은 4차례 증축을 거쳤고 제일제당 부산공장은 제조업의 신화가 된다.

사실 처음부터 이재현 회장이 CJ를 맡을 운명은 아니었다. 이재현 회장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삼성이 아닌 씨티은행에 입사했다. 그러나 손주가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꼴을 보기 싫어서였을까. 조부 이병철 회장은 이재현 회장을 제일제당으로 불러들인다.

이재현 회장은 설탕 제조사였던 CJ를 유통, 미디어, 바이오 산업까지 영위하는 기업 집단으로 성장시킨다. 이후 이재현 회장은 리틀 이병철로 불리게 된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이재현 회장에게 제일제당을 넘겨준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신의 한 수 였다.

 

김희재

이재현 회장 부인 김희재 CJ부사장. 이 회장의 건강상 문제가 생길 때 마다 남편을 대신해 그룹의 지휘봉을 잡은 인물이다. 이 회장이 30대부터 앓았던 신부전증이 악화하여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자 그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이를 두고 김희재 여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내, 엄마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결정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남자, 남편과 아들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에 전혀 망설임 없었다"고 말해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원래 아들이 신장 이식을 하기로 한 상황에서 남편과 아들을 위해 아내이자 엄마가 나섰다)

김희재 CJ부사장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남편과의 소박한 만남, 평범한 가정생활, 아이들 교육 철학 등 광범위한 사생활을 드러냈다. 재벌 일가가 개인사를 지극히 드러내기 싫어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회장과의 만남도 평범했다.

이재현 회장과 김희재 여사는 대학 시절 크리스마스 연말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났다. 이후 진전이 없다가 이 회장이 씨티은행에 입사해 신입사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사랑을 싹 틔웠다. 삼성가의 다른 이들과 달리 연애결혼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이다.

 

이미경

이맹희 삼성그룹 명예회장과 손복남 여사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다. 이재현 회장의 누나이자 CJ그룹 부회장이다. CJ 문화 사업 부문을 진두지휘하며 대중문화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미경 부회장은 자신의 측근을 챙기는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파티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부회장은 이재현 회장이 건강상태가 악화하였을 때 CJ그룹을 지휘하기도 했다. 문화계 실세인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찍혀 경영 퇴진을 종용받기도 했다. 풍문으로 떠돌다 지난 1월 검찰 수사에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실제 박근혜 전 대통령이 CJ그룹 임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증언을 해 사실로 드러났다. 차은택의 힘을 키워주기 위해 문화계 실세인 이 부회장을 찍어 눌렀다는 의혹도 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은 인맥이 화려하다. CJ그룹 문화 사업 진출 과정에서 제프리 캐천버그 드림웍스 최고경영자, 중국 최대의 부동산투자기업 소호차이나 장신 CEO 등 경제계 인사들은 물론 미국 유명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 이병헌, 정우성, 정준호 등 국내외를 넘나드는 연예인들과 인맥이 두텁다.

 

손경식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외삼촌이자 CJ그룹 3대 회장이다. 1968년 삼성 회장 비서실에서 삼성전자 설립에 기여했으며 이후 제일제당의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삼성그룹과의 분리 과정에서 해결사로 활약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이어 2018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재계와 정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각종 위원회와 단체장을 맡고 있어 명함만 70개가 넘을 정도로 발이 넓다. 이재현 회장은 손 회장을 외삼촌이기 이전에 스승으로 모시며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앞서 조언을 구할 정도로 CJ그룹에서 손경식 회장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CJ그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사업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시점에서 재계는 독립한 CJ그룹의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1995년 CJ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손 회장은 1990년대 하반기 폭발적인 매출 신장을 달성하며 CJ를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탈바꿈했다.

 

허민회

CJ ENM 대표이사. CJ그룹 문화산업을 글로벌 규모로 키워야 하는 숙명을 지닌 인물이다. CJ그룹 사업총괄 부사장과 CJ푸드빌 대표를 거쳤다. 2013년 이재현 회장 구속 당시 다시 CJ그룹 경영총괄을 맡았다. 이재현 회장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CJ ENM 대표 취임 이후에는 전방위적인 경영 참여보다는 CJ가 잘할 수 있는 유통과 미디어가 결합한 미디어 커머스 부문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출범 당시 CJ ENM을 "월트디즈니, 타임워너 등과 경쟁하는 세계적 융복합 콘텐츠커머스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7월 취임식에서는 프리미엄 IP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대표 취임사에서도 허 대표는 "지난 2010년 이재현 회장이 문화의 산업화를 강조했었다. 그래서 사업보국을 바탕으로 이를 끊임없이 준비했다. 이제 그 결과를 볼 수 있는 시기"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재현 회장이 검찰 수사로 실형 선고를 받았을 때 CJ E·M, CJ CGV, CJ 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 3곳의 등기이사를 허 대표에게 넘겨주는 모습만 보더라도 이재현 회장이 허민회 대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가 설립한 영화사 드림웍스가 투자 유치 계획을 알리자 당시 상무였던 이재현 회장은 1994년 스필버그의 개인 스튜디오로 찾아간다. 청바지에 티셔츠, 운동화 차림으로 스필버그 감독과 함께 피자를 주문해 먹으며 사업계획을 의논한다. 이후 1995년 4월 제일제당이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기사가 실린다. 투자 의사를 밝힌 수많은 회사를 제치고 아시아 지역 영화배급권을 받게 된 것이다.

같은 해 6월 제일제당은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영화를 배급받기 시작한다. 동시에 유통망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4월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강변 CGV가 오픈한다. 한국 영화 산업의 지각 변동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이후 CJ는 드림웍스 영화는 물론 드림웍스를 인수한 파라마운트 영화를 거의 10년 동안 배급하게 된다. 그리고 당시 드림웍스로부터 영상 관련 기술 지원을 받은 CJ엔터테인먼트는 영화를 투자하고 만들고 유통하고 극장에서 상영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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