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

영화는 제작비에 따라서 요금이 달라지지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데 100억이 들었거나 10억의 예산이 쓰였어도 입장료는 똑같다. 그러니 저예산 영화로 대박을 터뜨리면 가성비는 매우 높아진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일 뿐, 많은 돈이 들어갈수록 양질의 영화, 흥행이 되는 영화가 나올 확률은 높다.

간혹 그 확률을 배신하는 영화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요즘 젊은 관객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있다. 영화 ‘완벽한 타인’ 얘기다. 꽉 조여진 이야기와 인물들의 섬세한 표현, 그리고 사건의 충돌과 반전의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사는 요즘 세태에 딱 들어맞는 컨셉형 영화이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와 배우자들은 서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그냥 흘러 지나갈 뻔한 위험한? 제안을 덥석 물어버린 후 저녁 만찬에 초대받은 모두는 끝내 감춰야만 할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고 만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다. 그 제안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걸려오는 모든 전화, 메시지, 이메일을 공유하자는 것이다. 부드럽게 시작했던 영화는 치명적인 제안이 받아들여 지면서 시종일관 서스펜스와 코미디가 버무려진 채 관객들의 긴장감을 바짝 조인다. 블랙코미디를 표방하는 영화답게 대사는 찰지고 캐릭터는 현실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영화는 훌륭한 시나리오에 전적으로 의지한다. 초대받은 7명의 인물이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진실게임은 잠시의 여유도 허락지 않는다…. 한국영화에서 흔히 보는 호흡이 아니어서 살펴봤더니 역시나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이탈리아에서 히트했던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평가절하될 이유는 전혀 없다. 한국적 분위기로 깔끔하게 윤색하였고 연기자들의 궁합이 척척 잘 맞았다.

무엇보다 우리네 일상에서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폰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어느 누가 자신의 사생활이 전부 기록되어 있는 핸드폰을 타인에게 공개할 수 있겠는가?

이 대참사에 참여하게 된 면면은 이러하다.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변호사 태수(유해진)와 전업주부인 수현(염정아)은 오랜 시간 부부관계가 없을 정도로 소원한 상태이며,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랑꾼 준모(이서진)와 띠동갑인 세경(송하윤)부부는 친구들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닭살 행각을 서슴치 않는다. 성형외과의인 석호(조진웅)와 정신과 의사 예진(김지수)은 여유 있는 경제력을 배경으로 근사한 집을 사서 집들이를 하게 되었고 오랜 친구를 초대한 것이다. 여기에 특별한 직업이 없어 보이는 유일한 서민층인 영배(윤경호)는 뒤늦게 집들이 선물이랍시고 휴지를 사들고 합류한다.

드디어 게임이 시작된다. 하나씩 밝혀지는 작은 비밀부터 모두가 숨넘어가는 숨겨진 큰 비밀까지 간헐적으로 울리는 핸드폰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아니 그렇게 믿어왔던 관계들은 여지없이 파열하고 점점 게임은 치명적 파멸로 향해 치닫는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진부한 고정관념의 캐스팅을 깨고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하는 신선한 역할을 배우에게 부여했고 노련한 배우들은 물 만난 듯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인간들은 세 가지의 비밀쯤은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면서 타인과 관계의 허망함과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결코 도달하기 어려운 일임을 강조한다. 결말은 싱겁게 마무리한다. 마치 한바탕 꿈인 것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 되기 위해선 절대 남의 핸드폰 따위 열어 볼 생각은 꿈도 꾸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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