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구혜정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06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수사 당시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약속해 만든 정몽구재단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위해 유용되고 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기본적 공시 의무조차 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 조회 결과 정몽구재단은 2017년 회계연도 결산서류에서 올해 사업에 사용한 201억원의 기부금 지출 명세 전부를 누락했다. 사재를 털어 출연한 거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수관계인 거래 내역도 마찬가지다. 정몽구재단 총자산은 8280억원으로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고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사보고서 주석에 해당 내역을 포함해야 함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시 미흡과 관련 본지 질의에 정몽구재단은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정몽구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출명세 공란 이유에 대해 "2017년 기부금 받은 내역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특수관계인 거래 내역과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해서도 "재단 회계기준상 공시 해당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불투명성은 공익법인이 외관상 공익법인이고 재벌총수가 편법적으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총수가 기부는 했으나 재단 이사회를 장악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별다른 제재 없이 재단 재원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몽구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 4.45%는 향후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을 큰 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의결권 행사 여부에 따라 재단 설립 목적성을 의심 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재단의 특수관계인 거래 내역, 의결권 행사 여부, 기부금 지출 내역을 전혀 알 수 없음에도 정부당국이 문제 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9월 기업의 지배력 강화 등 사회적 문제 제기에 따라 특수관계인 이사선임, 부당내부거래, 계열사 주식 초과보유 등 성실공익법인 관련 확인 업무를 기획재정부로부터 이관 받았다. 

국세청 취재 결과 공익법인 부서 담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공익목적으로 운영하는 재단은 기본적으로 준법성이 높다고 본다. 별도로 언론 등을 통해 위법 여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전수 조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벌칙 조항과 상증세법 위반 사항에 대해 재단에 질의 여부를 묻자 "처벌 조항은 따로 없다. 질의서는 보낸 적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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