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정몽구재단에 사재 8500억여원을 출연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 재산이 아니라 총수 개인자산을 내놨기 때문에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큰 소리 친 만큼 공익사업에 돈을 쓰고 있지는 않았다. 

디자인:minzada

미디어SR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공익법인 세 곳(현대차정몽구재단, 물류산업진흥재단,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분석했다. 영훈의료재단, 현대차미소금융재단은 특수목적법인으로 제외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현대차정몽구재단이다. 2017년 기준, 물류산업진흥재단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의 총자산은 각각 7억, 39억원이지만 현대차정몽구재단은 무려 828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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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재단의 자산은 총 8325억원. 99%가 주식과 금융자산이다. 건물, 토지 등은 없다. 주식은 3590억원(43.12%)으로 현대차정몽구재단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2272억원(4.45%), 이노션 1317억원(9%)으로 모두 현대 계열사 주식이다. 3개 재단의 금융자산은 4720억원(56.59%)으로 채권, CP, 수익증권 등이다. 이 중 대부분(4687억원)이 현대차정몽구재단 소유다.

정몽구 회장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글로비스와 이노션 주식 8200억원 가량을 현대차정몽구재단에 출연했다. 재단은 출연받은 주식을 매각해 금융자산으로 전환해왔다. 

재단은 이 주식과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공익사업을 영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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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사업, 교육지원사업 '온드림스쿨', 국내 및 해외 의료지원 등 소외계층 지원사업을 한다. 공익사업 규모는 200억원대다. 

이자와 배당으로 받는 수익금이 200억원 정도 되기 때문에, 딱 수입 규모에 맞춰서 운영한다. 3년간 총수입액을 보면 2015년 226억, 2016년 227억, 2017년 236억원이다. 3년간 공익사업지출액은 이보다 적은데, 2015년 185억, 2016년 197억, 2017년 210억원이다.

2017년의 경우, 펀드 분배금, 이자로 162억원, 배당으로 67억원, 기타수입으로 7억원, 총 236억원을 벌었다. 공익사업에 사용한 돈은 210억원이다. 

현대차정몽구재단 2017년 기준 총자산 8280억, 공익사업지출액 210억.

현대차정몽구재단은 8280억원의 자산을 보유했지만 연간 공익사업에는 2.55%에 불과한 210억원만을 썼다. 8천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년 공익사업지출액은 2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이다. 재단이 돈을 그냥 들고만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10일 미디어SR에 "함부로 기본 자산을 매각하기는 어렵다. 자산을 매각할 시, 장기적으로 보면 자산이 계속 줄어들어 (운영이) 힘들어진다. 현재 벌어들이는 수익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익법인은 공익사업에 돈을 쓰는 법인이지 돈을 버는 영리법인도, 돈을 묶어두는 은행도 아니다. 법원이 2008년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사건 재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활동 명령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은 8500억원 '기탁'이 아닌 '사용'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물류산업진흥재단과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2017년 공익사업에 각각 14.7억, 61억원을 사용해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이 208.68%, 15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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