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현대차. 사진. 구혜정 기자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지난 2007년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재단이다. 타 대기업 산하 재단과 달리, 전적으로 정 회장 사재로만 설립되었으며, 계열사가 동원되어 주식이나 현금을 출연하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다.

설립 당시 정 회장은 600억원을 출연하며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국민들로부터 받은 성원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취지를 밝혔다. 또 그는 "출연기금의 구체적인 용도와 운용은 재단에서 전권을 가지고 투명하게 추진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언뜻 정몽구 회장 개인의 강력한 도덕적 의지로 인해 설립된 재단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정 회장의 최대 오점 중 하나인 지난 2006년 연루된 비자금 사건이 배경에 있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에서 900억여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21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항소를 거쳐 1조원 사회공헌기금 출연 약속 이행 등 사회봉사명령을 전제로 한 집행유예 선고를 받기도 했다. 해당 선고는 상고심에서 위법 판결을 받았으며, 이후 2008년 8.15 광복절 특사사면을 받아 사회봉사활동의 의무가 없어지기는 했다.

그러나 비자금 사건 연루라는 오점을 남긴 정 회장은 2007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 설립을 시작으로 공익재단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미지 쇄신을 꾀한다. 이후 2011년 이 재단의 명칭은 지금의 현대차정몽구재단으로 바뀌었고, 같은해 정 회장이 사재 5000억원을 출연했다.

초대 이사장부터 줄곧 정몽구 회장 본인이나 기타 총수일가가 이사장을 맡지 않았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초대 이사장은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의 이희범 씨가 맡았으며, 현재는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제9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을 역임한 권오규 씨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재단 관계자는 "기존 신수정 이사장님이 당초 1년의 기한동안 이사장 직을 맡기로 했던터라 지난 해 11월 28일 이사회를 통해 새로운 이사장으로 권오규 이사장님이 선임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고, 12월부터 이사장으로 활동하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형근 전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부회장이 부이사장을 맡고 있고, 신수정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명예교수, 손지열 법무법인 김&장 변호사, 김원용 법무법인 김&장 미래사회연구소 소장, 최준명 전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이사회로 활동 중이다. 이중 이형근 전 기아차 대표이사는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 있지만, 오너 일가와 상당히 친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는 인사다.

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사회 명단 및 약력을 투명하게 공개했지만, 이사회 구성원들이 재단 내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여부는 나와있지 않았다.

또 재단의 회의록도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재단 관계자는 "1년에 정기 이사회는 2번 열리며, 비정기적으로도 이슈가 있으면 이사회가 소집된다"라며 "회의록 공개는 별도로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재단이 문화체유관광부 소관이라 의사록은 문체부에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외에도 현대차 산하에는 물류산업진흥재단,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등이 있다.

물류산업진흥재단은 비교적 최근인 지난 2013년 현대글로비스가 20억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중소기업과 해당 종사자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 중소 물류업체 컨설팅·직무교육, 상생협력 포럼, 물류산업진흥 콘퍼런스 운영, 물류산업 정책 연구·개발, 우수 중소 물류업체 포상 등이 주요 사업이다.

재단 이사장은 30년 넘게 화물 운송업계에 종사한 심재선 씨가 2013년부터 맡아오고 있다.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과 인천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등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은 2002년 현대기아차, 현대모비스와 164개 부품업체가 자금을 출연해 설립했다. 해당 재단은 2002년 설립 당시부터 대전상공회의소 부회장, 현대기아자동차협력회회장 등을 지낸 이영섭 이사장이 맡았으나, 지난 해 11월 2일 별세하면서 현재는 이사장 석은 공석이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는 이사장 업무를 이사진이 대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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