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일하는 콜센터 직원 A씨는 자궁외 임신으로 나팔관 절제 수술을 했다. 근로기준법에 11주 이내 유산 시 5일의 유산·사산 휴가를 보장하도록 되어 있지만 회사는 연차에서 이를 삭감했다.

콜센터 신입 직원 B씨는 야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원격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 하루 종일 울었다. 그러나 회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고객이 성희롱을 해도 상담사는 서비스를 거부할 권한이 없었다. 그저 성희롱을 당하고 있어야 할 밖이다.

기자회견을 연 콜센터노동조합대책위원회. 사진제공.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

콜센터노동조합 대책위원회는 이런 사례들을 모아 노동인권실태 개선을 위한 공동 제소를 추진했다. 이들은 9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악한 노동인권 실태 개선을 위한 공동 제소를 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콜센터 노동조합 대책위원회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가 지난 10월 공동으로 주최한 위원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콜센터는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강압적인 노동통제로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가기 어렵다. 대부분의 종사자가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모성조차 보호받지 못한다. 연차를 필요할 때마다 쓸 수 없고 법정휴게시간조차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감정노동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가 대단히 심각함에도 회피할 권한조차 없어서 안팎으로 노동인권이 침해받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콜센터 상담사들이 일하는 사업장을 현장조사하여 콜센터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인권이 개선할 것을 촉구하며 공동제소를 한다"고 밝혔다.

콜센터 노동자는 2019년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다수가 여성, 비정규직이며 실적을 이유로 효율적인 노동통제가 강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인권적인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설명이다.

이날 노조 측은 "강압적인 노동통제는 콜센터 산업이 원․하청이란 구조 속에 존재하면서 과도한 정량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사업주들은 저비용과 동시에 고객만족도를 높이려는 두 가지 상반된 목표를 모두 이루려고 한다. 이러다보니 콜센터 상담사는 사업주에게 함께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또 콜센터 상담사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한 노동조합을 원청과 하청 기업 모두 각종 편법을 동원하여 와해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탄압을 일삼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건강과 안전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고 휴식시간은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을 요구한다. 건조한 작업장에서 말을 하는 일이라 수분 섭취가 잦으니 적어도 화장실은 원할 때 갈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진상을 부리거나 성희롱을 하는 고객은 회피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는 것이며, 모든 말을 훔쳐듣는 전자감시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콜센터 상담사들이 자부심과 전문성을 갖고 일할 수 있고 콜센터 산업의 지속가능성도 보장된다"며 호소했다.

이날 공동제소의 피진정인은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유), 삼성전자서비스CS(주) 총 3개 업체였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와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유)는 콜센터, 컨택센터 노종자를 파견하는 회사이며, 삼성전사서비스는 콜센터업무 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이다.

노조 관계자는 9일 미디어SR에 "앞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사용자들에 문제제기를 했을 때,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산업 특성상 (요구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할 뿐이었다"라며 "노조를 통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온 다산콜센터의 경우 작업환경이 개선되었던 성공사례가 있어 노조 측은 앞으로 이번 공동제소 등의 방식으로 위원회 차원의 문제제기를 꾸준히 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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