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사옥. 제공 : 국민연금<br>

연기금과 공제회가 보유한 위탁 운용 자산의 의결권을 민간 운용사에게 위임할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8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공포 1개월 이후에 시행된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성 강화를 위해 지난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의결권 위임 방안을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유치한 자금을 고객 대신 운용하면서 고객 이익에 반하지 않도록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침을 말한다. 국민연금 외에도 국내 위탁운용사 등 75개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 코드에 동참하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253조원 대 자산을 위탁 운용하고 있으며 그중 57조 3245억 원(2018년 9월 기준)을 위탁 운용 방식으로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난달 14일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이어 27일 시행규칙이 개정되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운용규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실무 지침이 마련됐다.

그러나 당장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위탁운용사들이 의결권을 행사하기에는 쉽지 않은 상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위임에 따른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내년 3월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의결권 위임과 관련해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미디어SR에 "민간 운용사의 독립성이 국민연금보다 월등하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으나 적어도 국민연금 차원에서 독립성과 이해 상충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번 시행령에서는 자산운용사의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계열사 등에 대한 의결권 행사, 의결권 교차행사는 금지하도록 했다.

이러한 우려 외에도 국내 자산운용사가 자체적으로 의안을 분석에 나서기는 어려워 의결권 자문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지배구조연구소, 글래스루이스 정도다. 3월 주총 기간에 맞춰 공급을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해온 바 있다.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내역에 반하는 의사를 표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 한 전문가는 미디어SR에 "국민연금이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하게 의결권 위임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산운용사에 독립성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번 위임을 해 내년 주총 때도 실행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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