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 사진=방송화면 캡처

태생부터 리메이크다. 잘 해도 본전치기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볼 맛이 난다. 

7일 첫 방송된 tvN 새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극본 김선덕, 연출 김희원, 제작 스튜디오 드래곤)는 조금은 다른 출발선 위에 서 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드라마로 새롭게 재구성한 '왕이 된 남자'는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왕이 된 남자'는 애초부터 자신의 패를 들춰내고 시작한다. 흥행이 검증된, 유쾌한 유머코드와 적당한 감동이 버무려진 한국인 정서에 최적화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히스테릭적인 왕과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광대. 양극단에 선, 그렇지만 외모는 쌍둥이보다도 더 닮은 두 사람이 서로의 운명을 잠시 바꿔본다. 조선판 왕자와 거지인 이야기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배우 이병헌이 타이틀 롤을 맡아 왕 이헌과 광대 하선으로 동시에 분했다면,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는 그 역할을 여진구가 충실히 수행한다. 핏발 선 눈과 불안감이 가득한 광기 어린 왕부터 유쾌한 광대의 면을 실감나게 살렸다. 1인2역이지만 과장 없이 표정연기와 목소리 톤만으로도 그 차이를 명확히 표현했다. 일찌감치 될성부른 나무로 꼽혀왔던 여진구는 성인 연기자로서 제 가치를 뽐내듯 압도적인 연기를 펼친다.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 사진=방송화면 캡처

걸출한 배우들의 총집합 또한 '왕이 된 남자'의 극적인 전개에 정당성과 개연성을 부여한다. 왕의 참모 이규 역의 김상경, 간신 신치수 역에 권해효, 중전 소운 역에 이세영, 기생 운심 역에 정혜영, 조내관 역에 장광 등이 출연해 보는 재미를 더하는가하면, 부왕으로는 장혁이 특별 출연해 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원작영화와 견줄 정도의 영상미도 눈길을 끈다. 톤다운된 따뜻한 색감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광대놀음 장면은 마치 스크린을 브라운관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위압적인 공간으로 나타나는 궁궐의 전경 또한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배우들의 호연과 연출진의 공들인 화면이 어우러져 첫 방송부터 좋은 성적을 냈다. 

8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왕이 된 남자'는 1회 시청률에서 유료플랫폼(케이블·IPTV·위성 통합) 가구 기준 평균 5.7%와 최고 7.5%를 기록,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역대 tvN 월화 드라마 첫방 최고 시청률에 해당된다. 여기에, tvN 타깃(남녀2049) 시청률에서는 평균 3.3%와 순간 최고 시청률 4.7%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에 대해 '왕이 된 남자' 측은 "첫 방송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더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될 테니 기대해도 좋다"고 자부했다.

잘 차려진 밥상 그리고 그 밥을 잘 떠먹는 배우들이 뭉친 '왕이 된 남자'가 써내려 나갈 tvN의 새 역사에 기대가 더해진다. 드라마 사극의 명작으로 자리매김할지, 원작과 견줄 수 있는 리메이크작의 새로운 예시가 될 수 있을지 눈여겨 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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