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은 지난 2개월 간 대기업 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살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익법인 다수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공익성 부문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공익위원회 설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또, 국내와 해외의 공익법인 관리감독 체계도 상당히 달랐습니다. 이에 정부당국을 취재하고 공익법인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획을 진행해 온 기자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편집자 주]

조 삭스턴(Joe Saxton) NFP시너지 대표. 구혜정 기자

14살 소년은 매일 학교 앞에서 샌드위치를 팔았다. 학교 음식은 썩 좋지 않았고 소년은 1년 만에 4천 달러를 벌 수 있었다. 이를 전액 기부했다. 세계적인 기부 전문가 조 삭스턴 NFP시너지 대표의 첫 모금 경험이다. 조 삭스턴 대표는 옥스팜,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 100여 곳의 자선단체 기부 모델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다.

영국의 기금 모금을 위한 대표적 기관 기금연구소(IoF) 회장을 역임하면서 기부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의사소통 방식을 연구했다. 최근에는 자선단체 컨설팅 기관 NFP 시너지(nfp synergy) 창립했다. 그를 만나 한국의 기업 소속 공익법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한국에는 수천억 원 자산을 갖고 있으나 연간 1% 내외만 사용하는 기업 재단이 상당하다.

영국에서는 그 정도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돈을 잘 안 쓰는 재단 자체가 거의 없다. 그런 재단이 있으면 공익사업 이외의 목적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언론이 적극적으로 기사를 내 기부자들에게 주의를 준다. 실제 영국 맥도날드가 기업 내부에 재단을 만들어 운영했는데 재원에 비해 부족한 활동으로 논란이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어린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가 만나는 공익사업을 했는데 시민들은 순수 기부 목적 활동으로 보지 않았다. 홍보 목적으로 고객의 돈을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 이러한 경우 영국 정부는 어떻게 하는가?

영국에는 자선단체위원회라는 공익법인 업무를 총괄하는 조직이 있다. 돈을 쓰지 않고 묶어두는 재단이 있으면 위원회에서 재단에 그 이유를 질의서를 보내 묻는다. 재단이 질의서에 답변 기한을 넘겨서까지 응답하지 않거나 답변 내용이 불충분하다면 공식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대체로 이런 재단의 경우 조사 과정에서 지배구조 부분의 이해 상충 관계가 드러난다. 또,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 관계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재단도 많다.

믿을 수 없다. 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자산이 많음에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그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선단체위원회 조사가 이뤄진다. 만약 특별한 이유 없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위원회는 독립 수탁기관을 설치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개선 여지가 없으면 위원회에서 임시 이사장을 내세워 대신 운영할 수 있다. 재단의 지배구조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 재단 이사회에 사외 이사를 영입하고 과반이 넘는 사외 이사로 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 일부 재단은 투명성이 부족해 사익 편취의 우려가 있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영국에서는 잘 알려진 몇 가지 관행이 있다. 회의록을 공개하거나 일반인의 이사회 참관을 허용하는 등 방식이다. 기부금 사용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재단 규모에 따른 회계 기준을 마련해 직원 전체의 연봉을 공개해야 한다. 이름은 밝히지 않아도 숫자는 명시해야 한다.

전체모금액 대비 행정비용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도 케냐에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비싼 차량을 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역시 재단을 통해 미술품을 사 비난을 받기도 했다.

-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기부 활동에 기부자들의 기금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단순히 기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관점을 넘어선다. 당신의 기부를 통해서 재단이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는지 강조해서 알려주어야 한다.

한국은 자선단체에 대한 신뢰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다. 반면, 미국에는 기부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기부하는 사람도 많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부를 더 많이 할수록 자선단체의 신뢰 수준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단이 기부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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