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 스틸컷

최근 개봉한 영화 ‘스윙키즈’의 배경은 거제 포로수용소이다. 댄스, 그것도 탭댄스와 포로수용소라니…. 얼핏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그러나 흥행의 귀재 강형철 감독 아닌가? 전작 ‘과속 스캔들’과 ‘써니’를 통해 재능을 입증한 감독이니 이번에도 범작은 아니겠지 하는 기대를 먼저 품는다.

먼저 거제 포로수용소부터 좀 알고 가자.

한국전쟁의 대역전극인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오도 가도 못한 인민군 포로, 그리고 1.4 후퇴를 하면서 잡힌 포로, 거기에 중공군 포로까지…. 무려 포로 숫자는 20만명에 육박했다. 당연히 포로수용소 설치가 시급했다. 유엔군은 거제에 급히 포로수용소를 짓는다. 왜 하필 거제였을까? 거제는 평지가 넓어 막사를 짓기에 좋은 환경이었고 무엇보다 전쟁의 거점인 부산과 지근거리라 통제가 편했다.

이곳엔 친공과 반공 포로가 뒤섞여 있었다. 친공 포로는 당연한 거고 반공포로라니? 반공인데 왜 포로가 된 걸까?
북한 인민군에는 북에서 강제 징집된 양민들이 많았고, 남한을 북한이 잠시 점령할 당시에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끌려온 사람들이 옷만 인민군복을 입었을 뿐 오히려 공산주의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이는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거제에는 세계인들의 눈이 몰려 있었다. 왜냐하면, 제네바 협약이 성사되고 첫 번째 시험대였기에 포로협약 등이 잘 준수되는지를 언론과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은 전장보다 치열한 이념전이 벌어지게 된다. 어떤 체제가 더 우수한지 드러나는 예민한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이곳을 제3의 전장이라고 불렀다.

본격 휴전협정이 시작하면서 포로송환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되었는데 제네바 협정에 모든 포로는 자신의 국적으로 송환한다는 구절이 협상의 큰 걸림돌이 되었다. 자본주의의 단맛과 공산주의의 실체를 알고 난 대다수 포로가 남에 남길 희망했다. 오히려 유엔사에서 북으로 갈 것을 설득할 정도였다. 이런 복잡한 사연을 안고 있는 포로수용소에서 댄스 공연이 기획된다. 영화 스윙키즈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픽션이다.

새로 부임해 온 포로수용소 소장은 수용소의 대외 홍보와 자신의 진급을 위해 전쟁 포로들로 댄스단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오합지졸 댄스팀이 급조되는데 모두가 사연 한둘씩 가지고 있다. 수용소 내 최고 트러블메이커 ‘로기수’(도경수), 무려 4개 국어가 가능한 통역사 댄서 ‘양판래’(박혜수), 잃어버린 아내를 찾기 위해 유명해져야 하는 사랑꾼 ‘강병삼’(오정세), 반전 댄스 실력 갖춘 영양실조 춤꾼 중공군 ‘샤오팡’(김민호), 그리고 이들의 리더, 전직 브로드웨이 탭 댄서 ‘잭슨’(자레드 그라임스)까지 우여곡절 끝에 한자리에 모인 ‘스윙키즈’ 댄스팀.

영화에선 탭댄스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단지 춤 영화는 아니다. 한국전쟁의 비극성, 동족상잔의 아픔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처음에는 왜 감독이 굳이 댄스영화를 찍으면서 살벌했던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지만, 영화를 보면 이러한 궁금증이 상당 부분 해소된다.

‘가장 비극적인 시대에 가장 신나는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는 감독의 얘기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요즘 영화는 음악이 좋아야 뜬다는데, 비틀즈의 Free as a bird, 데이비드 보위의 modern Love까지 귀 호사를 누린다. 너무 심각하게 반미나 반공 영화로 비딱히 보지는 말자. 그저 음악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다가 눈물샘을 자극해 또 한 번 어깨를 들썩이면 그뿐. 결국, 영화는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정전에서 왜 평화협정으로 가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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