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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패션업계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바로 패션업계의 큰 손 이서현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직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이서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남매사이다. 이들은 삼성의 각 부문을 경영하며 3남매 경영 체제를 이어왔지만 이서현은 이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서현은 삼성의 '패션통'으로 불리며 패션경영의 길을 걸어왔다. 

이서현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을 맡다 2005년 기획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2009년부터는 제일기획 전무도 함께 담당했다. 2015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을 맡아 3년 동안 삼성물산 패션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7일 갑작스레 퇴임을 발표했다. 대신 이서현은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는 내년부터 삼성복지재단의 이사장이면서 삼성미술관 리움의 운영위원장을 맡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자 삼성의 총수이자 이서현의 오빠다.

이서현과 이재용은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수감 당시 이서현은 언니 이부진, 모친 홍라희 여사와 함께 특별면회로 만나기도 했다. 이재용은 지난 2월 5일 구치소에서 풀려난 날 홍라희, 여동생 이부진,이서현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은 삼성전자, 이부진은 신라호텔, 이서현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을 맡아 삼성의 각 부문을 경영해왔지만 이제는 이재용, 이부진 두 남매만 남았다. 이서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삼성그룹 3남매 경영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서현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직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이재용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서현이 삼성복지재단을 맡기 위해서라며 이재용을 지원하기 위함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김재열

故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의 아들이다. 이서현 남편이자 이건희 사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었으나 지난 5월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재열은 계속 스포츠계에 몸담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김재열은 이재용의 중학교 동창인데, 이재용이 김재열 이서현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미국에서 항암치료를 받을 때 병문안을 간 김재열이 아버지를 간호하는 이서현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한다. 이혼한 이부진, 이재용 남매와 달리 이서현과 김재열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네 명의 자녀를 슬하에 뒀다. 부부 사이 금슬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열은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삼성그룹이 최순실 조카 장시호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자금을 지원하는 과정에 제일기획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김재열은 특검과 검찰로부터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고 재판에 증인으로도 출석했다. 김재열은 검찰조사에서 "이재용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정유경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사장. 이서현의 사촌이자 라이벌 관계였던 인물이다.

이서현과 정유경은 모두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손녀다. 정유경의 어머니는 이병철의 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다. 아버지는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으로, 정유경의 오빠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정유경은 신세계 그룹의 패션 산업을 주도하는 여성 경영인으로 삼성물산의 패션을 이끌었던 이서현과 라이벌이었다. 정유경은 1972년생, 이서현은 1973년생으로 나이도 한 살 차이밖에 안 난다. 정유경과 이서현은 초중고 모두 같은 학교를 다녔고 비슷한 시기 유학길에 올랐다. 정유경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이서현은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을 다녔다.

정유경은 2003년 조선호텔 프로젝트실장을 거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신세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5년 말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이 됐다. 나이가 비슷한 만큼 이서현과 전반적으로 시기들이 비슷하다. 이서현도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을 거쳐 2010년 제일모직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2015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 수장이 됐다.

하지만 이서현이 삼성물산 사장직을 그만두면서 정유경과 이서현의 경영 라이벌 관계도 끝난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한진그룹의 총수일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이다. 

2014년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을 맡았다. 그러나 땅콩회항, 동생 조현민의 물컵갑질  등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현재 모든 직책에서 사임한 상태다. 

이서현과 경기초등학교, 서울예고 동문이다. 이서현은 73년생으로 74년생인 조현아보다 한 살 언니다.

재벌 3세 이서현과 조현아의 '재벌 교육 코스'는 비슷했다. 이서현과 조현아는 유명 사립초등학교 경기초등학교에 진학했다. 경기초는 이재용, 정유경, 이서현, 정유희(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손녀), 김지용(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아들), 박정빈(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아들), 신기준(故 신명수 신동방그룹 회장 아들) 등 재벌가의 자녀들이 다닌 초등학교다. 

이후 두 사람은 서울예고에서 다시 만났다. 이서현은 미술을, 조현아는 하프를 전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예고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도 똑같다. 이서현은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 진학했고 조현아도 미국 뉴욕 코넬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다.

2016년 조양호 한진그룹 조모 김정일 여사 장례식장에서 이서현은 빈소를 방문해 조현아를 위로했다. 이서현은 1시간 동안 머물러 두 사람의 친분을 드러냈다.

한때 조현아와 이서현은 주목할 만한 여성 경영인으로 같이 이름을 올렸었다. 그러나 조현아가 2014년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이런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에잇세컨즈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브랜드이자 이서현의 아픈 손가락이다.

이서현은 에잇세컨드 기획 단계부터 브랜드 명, 디자인, 매장 콘셉트까지 신경쓸 정도로 애착이 강했다. 특히 중국시장을 목표로 삼아 브랜드부터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과 빨간색을 담았다. 이서현은 “소비자를 8초 만에 매료시키는 뜻에서 ‘에잇세컨즈(8 seconds)’라고 짓고 중국시장을 목표로 삼겠다"라며 중국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에잇세컨즈는 2016년 중국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과는 부진했다. 에잇세컨즈 상하이 법인 2곳은 2016년, 2017년 모두 손실을 냈다. 2017년 두 법인은 124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6년 오픈 초기에는 크게 흥행했지만 결국 중국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것. 진출 2년 만에 2018년 7월 중국 오프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폐점했다. 현재 온라인 스토어만 운영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국내서도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에잇세컨즈 매출은 1800억원 수준으로 유니클로, 스파오, 탑텐 등에 밀려 SPA 브랜드 중 4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매출 1위 유니클로(1조2300억원)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서현이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직에서 사임한 이유가 실적 부진 때문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5, 2016년 계속 영업손실을 봤다. 2017년 사업을 재편하면서 영업이익을 냈지만 2018년도 호조를 보이진 못했다. 한편으로는 이서현이 총수 일가이기 때문에 경질의 의미보다는 본인 의지일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삼성복지재단

이서현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직을 내려놓고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삼성미술관 리움의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재벌가 여성이 소속 공익법인이나 미술관 운영을 맡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패션산업 전선에 있던 이서현이 사장직을 내려놓고 재단 이사장으로 이동해 큰 주목을 받았다.

삼성복지재단은 1989년 소외계층 자립기반 조성을 위해 이건희 회장이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다. 2002년부터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이사장을 맡아왔다. 2019년 1월부터 이서현의 임기가 시작된다.

삼성복지재단은 '드림클래스' 장학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환경이 열악한 중학생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공익사업이다. 대학생이 강사를 맡는다. 삼성복지재단은 강사료 개념으로 대학생에 장학금을 지급한다. 교육을 받는 중학생은 더 나은 교육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다. 그 외에도 삼성복지재단은 어린이집 운영지원 등의 공익사업을 진행한다.

자산 453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7년 공익사업지출액은 300억원이다. 매년 삼성 계열사에서 수백억원을 기부받는다. 삼성전자는 2017년 삼성복지재단에 240억원을 전달했다. 재단이 보유한 삼성계열사 주식은 144억원으로 평가받고있다.

이서현이 함께 맡는 삼성미술관 리움은 모친 홍라희가 맡았었다. 홍라희는 지난해 3월 관장직을 그만뒀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삼성의 공익법인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삼성의 '공익사업' 범주에 들어간다. 홍라희가 리움미술관장이던 2007년 삼성이 고가미술품을 사들여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재벌이 보유한 미술관은 사실상 재벌 자금세탁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럼에도 삼성문화재단은 리움 운영이 공익사업이라 설명하면서 막상 어떤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사람이 혜택을 보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찜찜함은 남아있다.

이에 이서현의 과제는 삼성 재단들을 둘러싼 사익편취 의혹과 공익 법인이 갖춰야할 기초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는 우려를 해소하는 게 첫 번째일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 이서현이 공익법인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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