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열린 아동 청소년 배우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간담회. 사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보통 아역배우들은 연기학원의 일종인 에이전시를 통해 데뷔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일부 에이전시에서는 현장 실습이라는 이유로 출연료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6개월의 계약 기간이 지나 프리로 활동하려고 하면 압력을 행사에 출연을 막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종의 갑을 관계는 아역배우 부모가 에이전시 대표에 뇌물을 갖다주거나 급기야 성상납 사건과 같은 기형적 부작용으로도 번지게 된다. 뿐만 아니다. 촬영 현장에서 아동을 보호하는 법이 허술해 성인 수준의 노동시간을 강요받거나 욕설을 듣는 경우도 발생한다. 추위와 더위에도 무방비로 노출돼 지난 여름 실제 한 아역배우가 탈진해 입원을 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모든 사례들은  19일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아동 청소년 배우 노동인권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통해 공개됐다.

이날 진재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사무국장의 진행 하에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의 '아동 청소년 배우들의 노동인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발표와 김두나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법 변호사의 아동 청소년 노동 관련 법류 쟁점이란 주제의 발표, 또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대외협력국장의 아동 청소년 배우 노동 실태를 주제로 한 발표 등이 차례로 진행됐다. 이외에도 배우 허정도,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송창곤 국장은 "미성년자 노동자 문제에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더 이상 좌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올해부터 미성년자도 조합원으로 가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에이전시의 갈취 사례를 밝힌 송 국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입법도 매우 중요하고, 한빛센터처럼 현장에 가서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 노조로서 함께 하겠다"라며 "담당 공무원들도 제발 한 번 정도는 현장에 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유일하게 참석한 배우 당사자인 허정도 씨는 "현장에는 법이 없다. 아무도 법을 모른다. 노동시간은 성인수준과 같고 인격에 대한 보호가 없다. 최소한의 추위와 더위, 미세먼지에 대한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터에 아이들이 총을 들고 나와있는 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허 씨 역시 현장에 외부 보호자가 파견될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처장도 "착취 구조를 끊어줘야 하고, 제작 가이드라인과 함께 처벌 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에는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은 전무하다.

이날 이종임 문화연대 집행위원은 "캘리포니아의 경우에는 연령별로 세분화하여 보호장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어린이 노동법이 있는데, 한국은 법이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고 (아역배우의 고통을) 통상 개인의 성장통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20일 미디어SR에 "어제 처음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개선하려는 활동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해나갈 예정이다"라며 "당장 어제 논의를 통해서 내린 결론은 대중문화산업발전법에 처벌 조항이 없기에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것이다. 이에 처벌 조항을 넣을 수 있는 경로를 찾아볼 것이다. 또 아역배우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실제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역할을 정부부처가 할 수 있도록 요청을 할 것이다. 만약 정부에서 할 수 없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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