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다. 해당 법인들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과 규모에 비해 저조한 활동으로 설립 목적을 의심받기도 한다. 일부는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사익 편취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받는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의 올해 하반기 조사 결과 일부 법인에서 총자산 대비 주식 비중이 높고 특수관계자에게 인건비를 과도하게 지급하거나 운용소득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미디어SR은 지난 2개월간 주요 공익법인 38곳의 운영 현황, 사업의 공익성, 재무구조 등을 심도 있게 살피고 이를 기획 시리즈로 냈다. 이어 해당 법인 중 설립 취지에 맞는 활동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공익법인의 표본을 찾고자 평가 지표를 개발했다.

평가 지표는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미국 체리티네비게이터와 영국 자선단체위원회의 평가 방법론을 활용했다. 김동하 한성대학교 교수와 조 삭스턴(Joe Saxton) NFP 대표의 조언을 받아 기업 공익법인 특수성을 반영해 지배구조, 공익성, 투명성, 장래성 및 효율성 4개 부문 11개 지표를 도출했다.

평가 결과 100점 만점 기준 최고의 기업 소속 공익법인은 행복나눔재단이 8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아산나눔재단(80.3)과 한국고등교육재단(77.7)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반면, 최악의 공익법인은 삼성문화재단이 차지했다. 세화예술문화재단과 송원문화재단이 뒤를 이었다.

평가 대상 38곳은 다음과 같다.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호암재단, 아산나눔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 LG연암문화재단, LG복지재단, 엘지상록재단, LG상남언론재단, 행복나눔재단, 한국고등교육재단, 플라톤아카데미, CJ나눔재단, CJ문화재단, 롯데장학재단, 롯데문화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송파월드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세아해암학술장학재단, 세아이운형문화재단, 포스코 청암재단, 포스코1퍼센트 나눔재단, 송원문화재단,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 우정교육문화재단, 세화예술문화재단, 서암윤세영재단(서암문화재단), 태성문화재단, 중흥장학회, 네이버문화재단, 커넥트재단, 해피빈, 넷마블문화재단, 엔씨문화재단, 게임인재단, 다음세대재단

지배구조 부문은 공익법인의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살폈다. 이사장과 이사회 개별 명단과 프로필을 공개하고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법인들이 고점을 받았다. 총자산 대비 주식 보유 비중도 살폈다. 

공익성 부문은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지난 3년 동안 목적사업비 지출액의 증감 여부를 살폈다. 미국은 조세개혁법을 개정해 기업이 만든 재단은 5% 페이아웃 룰(연간 순 자산의 5%를 공익사업에 투자하도록 한 법, 이하 5% 룰)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내 공익법인이 지난 3년간 총자산 대비 5% 이상 공익사업에 사용하는 경우 만점을 부여했다.

투명성 부문은 공시와 관련한 법적 의무 준수와 기부금과 사용처의 투명한 공개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당해 받은 기부금의 세부 사용 내역을 국세청과 홈페이지를 통해 상세히 공개하는 재단이 있는가 하면 일부 재단은 수백억 원 대 기부금을 기업을 통해 조달하고도 기부금 사용내역을 약식으로 기재하거나 아예 누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래성 부문은 비교적 격차가 적었으나 목적사업비 사용액 대비 관리비(인건비 포함) 사용 비중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일부 공익법인이 재단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기업으로부터 직접 조달받는 특수한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 이 경우 해당 법인이 4.3. 지표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통계적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으나 사업비 대비 간접비를 사용 비중이 큰 재단은 낮은 점수를 받는 긍정적 효과도 있어 해당 지표를 유지했다. 향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평가 결과 재단에 따라 4개 주요 지표에서 큰 격차를 드러냈다. 이사장과 이사회의 활동 여부를 파악할 수 없으며 법적 의무조차 다하지 않는 재단이 있는가 하면 이사장이 대외적으로 공익 사업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는 등 신뢰 확보해 나가는 재단도 있었다.  감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하지 않는 재단은 다른 평가 항목에서도 비교적 저조한 점수를 받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담당자가 취재진의 자료 요구에 응대해주거나 질문에 답하는 경우 역시 다른 부문에서 모두 저조한 점수를 받는 경향성이 드러났다.

김동하 한성대학교 교수는 미디어SR에 "국내 대기업 공익법인들은 분명 냉혹한 자본시장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탈세, 그룹 이미지 미화 등의 도구로 활용돼 온 문제점도 많이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시제도가 도입된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공익법인에 대한 감사인 지정제도 도입안도 올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내년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최근 LG, 삼성, 현대차, 미래에셋 등 대기업이 이사장을 전문가로 교체하는등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롯데지주가 롯데장학재단으로부터 대홍기획의 지분을 인수했듯이 대기업들이 지배구조를 현실화하는 작업 역시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획이 공익법인을 바라보는 정부기관과 언론, 시민사회의 이해와 관심 역시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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