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및 중견기업 소속 38개 공익법인 중 최악의 공익법인은 삼성문화재단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SR이 대기업집단 및 건설사 소속 38개 공익법인을 거버넌스, 공익성, 투명성, 장래성 및 효율성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삼성문화재단이 최악의 공익법인 1위로 꼽혔다. 태광의 세화예술문화재단이 2위, 동국제강 송원문화재단이 3위로 뒤를 이었다. 

삼성 서초사옥 사진:구혜정 기자

워스트 1위 삼성문화재단

삼성문화재단은 삼성그룹의 명성과 걸맞지 않게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거버넌스, 공익성, 투명성, 장래성 및 효율성 모든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우선 거버넌스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사회는 공익법인 예산, 결산, 정관 변경에 관한 사항 등 주요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이사회 프로필 공개 여부는 거버넌스 투명성 평가의 잣대가 된다. 그러나 삼성문화재단은 홈페이지에 이사회 프로필은커녕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공익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단을 둘러싼 승계 관련 부정적 여론이 있었기 때문에 중간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삼성문화재단은 총 자산 대비 주식 비중이 8.54%로 낮아 사익편취 우려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다만,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다른 재단들은 총자산 대비 주식 비중이 20~30%에 달했다.

삼성문화재단 2017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 디자인: minzada

공익성 부문은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총자산 7700억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2017년 공익사업에 쓴 돈은 92억에 불과했다.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은 1.19%에 그쳤다. 

뿐만 아니라 이 재단의 공익사업은 공익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문화재단은 호암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운영, 장학사업 등을 공익사업으로 두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미술관 운영이다. 고가미술품은 과거 재벌가의 탈세, 비자금 세탁으로 자주 이용되는 항목 중 하나다. 심지어 삼성은 10여년 전 고가미술품을 통한 비자금 세탁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다.

그렇다면 삼성은 더욱 미술관 운영의 공익성을 더 세밀하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왜 미술관 운영이 공익적인지, 어떤 사람이 얼마나 혜택을 보는지를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노력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재단은 홈페이지에 "호암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전시문화를 선도하여 세계 속에 문화 한국의 위상을 정립하고 있다"고 소개할 뿐이었다. 심지어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유료다. 

뿐만 아니라 외부회계감사보고서를 전문 공개하지 않고 기부금 출입내역 공시를 허술하게 하는 등 투명성 부분에서도 최악 평가를 받았다. 

이해관계자 소통에도 매우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복지재단을 비롯한 삼성 공익법인 4곳(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호암재단)은 취재 요청에 거의 대응하지 않았다. 미디어SR은 공익법인 담당자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 부재중"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미디어SR이 보낸 취재 요청 메일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4개 법인 회계 감사를 한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에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문의했으나 "재단을 통해 알아보라"며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삼성 공익법인 4개의 대표메일은 한 사람으로 통일된 것이었다. 호암재단을 제외한 세 재단의 대표번호도 같았다. 한 재단 당 수백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공익법인치고는 특이했다. 4개 재단의 총자산 합계는 무려 3조원에 달하지만 관리 수준은 웬만한 신생기업보다 못하게 느껴졌다. 관리의 삼성은 공익법인 분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삼성문화재단은 비교평가대상 재단에 비해 목적사업비, 총자산 증가율이 낮았으며 공익사업지출액 대비 관리비 효율성도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워스트 2위 세화예술문화재단

태광건설의 세화예술문화재단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나쁜 평가를 받았다. 세화예술문화재단 홈페이지에는 허승조 이사장 소개란만 있었으며 이사회 프로필은 게재돼있지 않았다. 

허 이사장의 사이 친인척 간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있어 이사장 평판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전(前) GS리테일 부회장 허 이사장은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지난해 9월 태광의 고문으로도 선임됐다. 태광과 허 이사장이 사돈지간이라는 배경이 있어 가능했다. 태광그룹은 허 이사장의 두 자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프로케어'에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 본사와 주요 지점 빌딩 관리를 맡기고 있어 시민단체로부터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다. 

세화예술문화재단은 가진 자산에 비해 공익사업에 쓴 돈이 너무 적었다. 이 재단은 자산 1054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2017년 공익사업지출액은 14억원에 그쳤다.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은 고작 1.32%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기부금 출입내역 공시도 부실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세화예술문화재단도 미술관운영을 공익사업으로 두고 있어 공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공익사업의 성과 등도 홈페이지에 간략하게만 기술돼 있을뿐 어떤 사람이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상세한 내역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워스트 3위 송원문화재단

동국제강의 송원문화재단도 위 재단들과 마찬가지로 이사회 프로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었다. 다만, 추경석 이사장은 동국제강 오너 일가와 혈연 등 관련성이 없는 인물로 8, 9대 국세청장을 연임한 인물이다. 1998년부터 재단을 맡아 운영해왔고 사익편취 우려가 적은 데다 부정적 평판이 없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송원문화재단은 장학사업, 지역복지사업, 문화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총자산이 409억원인데 비해 2017년 공익사업에 고작 7억원만 사용했다.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은 1.77%에 불과했다. 공익사업에 쓴 돈은 7억원밖에 안 됐지만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200억원에 달했다. 총자산 대비 주식비중은 41.72%로 타 재단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었다. 

타 문화재단과 달리 송원아트센터 전시 대부분을 무료로 개방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고 꾸준히 활동 내역을 홈페이지에 업데이트한다는 것은 위 두 재단보다 나은 점이었다. 

그러나 장래성 및 효율성은 모두 수준 이하였다. 공익사업 지출액과 자산이 타 재단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도 않았고, 목적사업비 지출액 대비 일반관리비 사용 비율도 그다지 효율적이기 않았기 때문이다. 

투명성 부문에서도 최하위권에 들었다. 외부회계감사보고서를 전문 공개하지 않고 기부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상세히 보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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