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부발전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안전경영 내용은 위 차트가 전부다.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한국서부발전의 안전경영 체계가 사실상 전무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청업체 한국기술발전 노동자 김용균 씨는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순찰 업무 도중 컨베이어 벨트 점검을 하다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한국서부발전은 17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려 "신속 철저한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더 이상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사업장 전 영역을 철저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국서부발전이 안전경영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서부발전의 안전경영 목표는 공정안전관리(PSM) P등급 달성이다. 2021년까지 최고 등급인 P등급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PSM 세계 최고수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감대 형성, 인적 인프라 적기 확보, 대외 협력체계 구축을 세부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PSM 등급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화학 관련 설비의 폭발, 화재, 화학물질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해당 등급은 설비의 안전관리를 하는 제도로 정상운영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폭발사고 방지를 위해 관련 설비에 대한 안정성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SM은 설비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는 설명인데 이를 안전경영 목표로 내세우고 있어 사실상 안전경영 목표가 하청업체 직원 및 비정규직 안전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이다.

한국서부발전이 발간한 2018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노동자 안전 관련 항목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발전소 현장 노동자 안전 항목은 안전필수 수칙 선포와 위험작업 필수 확인제도 확대 등 형식적인 제도에 불과했다.

실제 해외 발전 기업들이 재해율 축소를 위해 법규 준수 여부, 안전 보건 정책 마련, 관리 시스템 및 조직 구성, 조직의 구체적 활동, 협력업체를 포함한 안전 예방 조치와 성과를 대외 공유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협력업체를 포함한 노동자 안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태안 사고를 구조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디어SR에 "발피아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발전소 관리직이 안전 관련 협력업체에 재취업하는 비율이 높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도 관련 자격증을 갖춘 퇴직자를 일정 비율 채용해야 한국서부발전과 거래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높은 연봉을 받는 안전 점검 관리직으로 현장 청년들이 2인 1조로 근무 조차 못 한 것"이라며 "이러한 정성적인 부분들을 안전경영 항목에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평가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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