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구혜정 기자

재계 1위 삼성그룹은 안팎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은 구속과 소송 등 법적분쟁은 물론이고 전 대통령 탄핵과 맞물리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삼성물산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둘러싼 논란은 진행형이다.

공익법인 규모 1위인 삼성그룹의 공익법인들 역시 그룹의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규모는 최대지만 공익사업의 활동성과 투명성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황식 전 부총리와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공시제도 활용 등의 투명성은 크게 부족한 모습이다.

13일 미디어SR의 기획 취재 결과 삼성의 주요 공익법인들은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활동성과 투명성 부문에서는 주요 그룹사 대비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말 현재 삼성그룹의 공익법인 수는 총 14개로 전체 총자산은 5조1838억원에 달한다. 단일 공익법인 평균 규모는 포스코와 한진에 이어 3번째지만, 전체 공익법인의 자산규모는 독보적으로 크다.

14개 중 10개 공익법인은 성균관대학교, 삼성의료원 등을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이며, 주요 공익법인은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호암재단 4곳이다.

삼성그룹의 공익법인들은 그간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문제로 삼았던 대부분의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간 삼성그룹 공익법인들은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공익법인들이 과도하게 핵심 계열사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논란에서부터,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편법적인 수단으로 공익법인이 활용되고 있다는 눈총도 받아왔다. 또 공익법인 보유주식에 대한 평가가 장부가로 돼 있어 자산규모와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에 있어서도 가장 직접적인 타깃은 삼성그룹 공익법인들이었다. 여기에 리움, 호암 미술관 등의 고가 미술작품이 오가는 공익법인들을 둘러싼 거래 및 인사 논란, 투명성과 내부거래 의혹까지 모두 삼성그룹 공익법인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미디어SR의 취재결과, 가장 큰 문제는 삼성그룹 공익법인들이 순수하게 공익사업을 위한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점이 꼽혔다. 총 자산 3조원 규모로 세계적인 계열사 주식을 다량 보유한 삼성의 주요 4개 재단이 순수한 공익사업에 쓴 돈은 618억원에 불과하고, 수익사업에는 1조5000억원 가까운 돈을 쓴 점은 이 같은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력한 움직임, 박용진,박영선 의원의 입법 등 국회의 공세 속에서 삼성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때문에 최근 김황식 전 부총리가 지휘봉을 잡은 호암재단과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이 취임한 삼성복지재단에 거는 기대는 크다. 특히 삼성복지재단은 1989년 설립 이후 2002년까지 이건희 회장이 지속적으로 이사장을 맡아왔을 정도로 삼성 공익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재단이다. 2015년부터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삼성생명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수의 세계적 삼성 계열사들이 매년 수백억원의 자금을 기부하지만, 공익법인들의 활동이 ‘표지’만 공시돼 있는 점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안팎으로 어려운 삼성그룹인만큼 단기간 공익법인들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일 수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공익법인들의 순수한 공익활동이 활발했더라면, 이 같은 위기까지 오지는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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