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삼성 서초사옥 사진:구혜정 기자

대한민국 1위 기업인 삼성의 재단 운영은 기업 명성에 비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자산 규모 대비 공익사업 지출이 현저히 떨어지며, 공익 사업도 금액만을 지원하는 등 단순하여 다양한 공익 창출에도 적극적이지 못하다. 또, 설립 고유 목적인 공익사업보다 수익사업이 활발해 사회공헌을 위해 설립되는 재단의 공익성이 의심스럽다. 

재단 운영 체계가 완전한지도 의문이다.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은 취재차 연락을 다수 시도 했지만 신호음만 울렸다. 재단과 전혀 상관 없는 삼성 관계자가 당겨 받고는 했다. 미디어SR이 그동안 대기업 공익법인들을 취재하며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삼성문화재단은 수익사업으로 '리움', '호암' 미술관을 운영하고 공익사업으로는 장학사업과 문화·예술 사업 지원을 한다. 지난해 장학사업으로 82억여원을 지출했다. 장학금을 전달받은 학생들은 이미 기존에 선발된 해외 유학 장학생들이다. 재단은 2016년부터 신규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지 않다. 재단은 앞으로 저소득층, 소외계층 대상의 사회공헌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장학 사업을 중단했다. 장학금을 아껴 다른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장학사업은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지 않다. 재단은 선발된 장학생들에게 5년간 장학금을 지원해 왔는데 기존에 선발된 장학생들 대상으로만 장학금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 교류 및 한국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파리국제예술공동체'를 운영을 한다. 전통문화 교양지도 발간하는 등 이러한 문화사업에 10억여원을 썼다. 

재단의 지난해 공익사업 지출액은 장학금과 문화사업 금액을 합친 91억원이다. 이 재단의 총 자산은 7686억원에 달한다. 자산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중은 1.19%에 불과했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 내의 다른 재단에 비해 잘 운영되고 있다. 재단의 지난해 공익사업 지출 금액은 300억원이다. 자산은 453억원으로, 자산 상당 부분을 공익을 위해 썼다.

재단은 대표 사업인 '드림클래스' 장학사업을 한다. 2012년부터 교육환경이 열악한 중학생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강사로는 대학생이 참여한다. 중학생들은 영어, 수학 등의 학습 기회를 제공받아 성적이 향상되고, 강사로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봉사정신과 리더십을 키우는 동시에 장학금을 받아 등록금 부담을 줄인다. 

지난해 드림클래스 사업에 재단은 215억원을 지출했다. 3000여명의 대학생 강사가 1만명의 중학생을 학습 지도했다. 주중·주말교실과 방학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된다. 중학교는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의 신청을 받아 교육부가 추천하는 곳을 사업대상으로 선정하며, 중학생은 학습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교육 소외계층 학생을 선발한다.

재단은 드림클래스 장학 사업 외에도 전국 각지에 어린이집을 운영·지원한다. 서울, 대전, 강릉, 인천, 제주, 대구 등의 지역에서 31개의 어린이집을 운영·지원하고 있다. 입학금과 특별활동비, 체험활동비 등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재단은 어린이집 운영지원에 지난해 84억여원을 썼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복지재단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집 운영지원을 한다. 하나의 사업을 두 재단이 함께하고 있다. 어린이집 운영지원을 통한 보육사업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대표 공익사업이다. 

재단은 지난해 공익사업 총 지출액 171억원 중 어린이집 운영지원에 137억원을 썼다. 이외에 공익사업으로 여성의 사회적 역할 증진과 전문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여성을 찾아 상을 수여하는 '삼성행복대상'과 연구지원 사업이 있다. 

이러한 공익사업들에 지난해 171억원을 쓴 이 재단의 총 자산은 놀랍게도 2조 894억원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공익사업 보다 삼성서울병원, 시니어 시설인 '노블카운티' 등 수익사업에 더 활발하다. 노블카운티 요양시설은 1인실 기준 보증금 1억에 월 생활비 600여만원을 내고 들어가는 요양원이며, 별도 운영하고 있는 유아체능단은 월 100만원 가량의 회비를 받는다. 재단은 홈페이지에 이 사업들을 '복지공익사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재단의 지난해 수익사업 지출액은 1조 4201억원이다. 총 지출액 중 공익사업지출 비중은 1.19%이며,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 비중은 고작 0.82%다.

호암재단은 '호암상' 공익사업이 유일하다. 호암상은 과학상, 공학상, 의학상, 예술상, 사회봉사상의 5개 부문 등에서 사회 발전에 공헌한 인사에게 상을 수여한다.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순금 메달, 그리고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호암상 위원회를 구성해 심의결정기구로써 후보자 추천 및 심사, 시상에 이르기까지 호암상의 운영을 주관한다.

지난해 재단은 호암상에 48억원을 지출했다. 재단의 총 자산은 368억원이다.

합계 총 자산 3조원 규모의 삼성의 주요 4개 재단은 지난해 공익사업에 618억원을 지출했다. 총 수익사업 지출액은 1조 4602억원이다. 활발한 수익사업들과는 달리 이들의 공익사업은 어린이집 운영·지원, 드림클래스, 상찬사업과 소규모 지원사업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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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재단, 삼성 편②] 자산 3조 보유, 공익사업엔 꼴랑 600억 지출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③] 공익 사업보다 '수익' 사업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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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재단, 삼성 편⑤] 안팎으로 어려운 삼성, 공익사업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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