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 : 구혜정 기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삼성그룹의 소속 공익법인들이 감사 보고서 공개 의무를 위반한 것은 물론 공익사업 규모 대비 과도한 주식을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어 총수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재단이 활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호암재단은 모두 총자산 100억원을 이상으로 상증세법상 감사보고서 공개 의무가 있으나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를 통해 조회 결과 단 한 곳도 외부 회계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아무 의미 없는 표지만 공개하고 있었다.

삼성그룹 공익법인 담당자에게 미공개 이유에 대해 수차례 문의했으나 "담당자 부재중"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해당 4개 법인 회계 감사를 한 삼정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에도 감사 보고서 내용에 대해 문의했으나 "재단을 통해 알아보라", "연락을 주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문제는 삼성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 소속 공익법인 공시 담당자가 감사보고서 공개가 의무 사항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감사보고서 표지만 공개하는 방식으로 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보고서를 통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내부거래 비중 등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기획재정부도 해당 문제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상증세법을 개정해 감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측 인사에 따르면 감사보고서 미공개 시 가산세를 물리는 방안이 논의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삼성재단과 같은 행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두준 한국가이드스타 전문위원은 미디어SR에 "감사보고서를 공개하지 못 하는 재단은 공익법인이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미국에서는 의무가 있는 모든 재단은 홈페이지에 감사보고서를 올린다. 그 누가 감사보고서를 요청해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된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컨설팅 전문가 조 삭스턴(Joe Saxton) NFP시너지 대표는 미디어SR에 "영국은 외부 회계감사 의무가 있는 재단들이 감사를 받더라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회의록을 공개하거나 이사회에 일반인 참관을 허용하는 등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감사보고서 미공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재단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 지적 역시 유효하며 공익사업 규모 대비 과도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016년 2월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삼성SDI가 내놓은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 200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4개 주요 삼성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6.86, 삼성물산 1.69%, 삼성화재 3.41%, 삼성전자 0.0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장부가액으로 계산한 삼성재단의 총자산은 2조 9천억원이지만 보유 주식을 시가(12월 12일 종가 기준)로 환산 시 평가액은 6177억원에서 2조 3200억원으로 큰 폭으로 늘어난다. 총자산도 4조 6430억원으로 증가한다. 반면, 공익사업 지출액은 전체 자산 대비 1.3%인 618억원에 불과해 공익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 조 삭스턴 대표는 "영국에서 주식이나 기금을 모아 두고 쓰지 않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영국의 경우 이런 사례가 발견되면 자선단체위원회에서 조사에 나선다. 자산 보유 목적에 대한 질의서를 보낸다. 내부적으로 이해상충관계가 있는지 살핀다. 문제가 발견되면 위원회에서 대신 운영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시가와 장부가액의 괴리에 관한 문제는 정부당국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규정은 출연받을 때 기준으로 작성하게 되어 있으나 내년부터는 장부가액을 시가를 반영해 연말 결산하도록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바뀐다"며 "해당 공익법인은 참조하여 공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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