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 구혜정 기자

 

삼성그룹의 주요 재단은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복지재단, 그리고 호암재단 등이 있다.

그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단은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며, 최근 삼성물산 사장에서 퇴진한 이서현 씨가 내년 1월 1일부터 삼성복지재단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된다. 호암재단의 이사장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최근 선임됐다.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될 당시, 세간은 이를 '실질적 경영권 승계의 단계'라고 바라봤다. 기존 이건희 회장이 이름을 올린 이사장 직을 고스란히 이재용 부회장에게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건회 회장 역시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승계 받는 단계에서 두 재단의 이사장 직에 앉은 바 있다. 두 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룹 지배력이 강화된다는 측면도 이런 합리적 추측을 낳게 만드는 배경이다.

먼저 삼성이 설립한 최초의 재단인 삼성문화재단은 지난 1965년 창업주인 고(故)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이 그 해 4월 현금과 토지, 주식 등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문화 예술이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적으로 갈등과 병리 현상을 해소한다는 인식 하에 문화예술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고, 해외유명미술관과 교류 및 협력 사업을 진행한다.

특히 이병철 선대회장의 호를 딴 호암미술관은 이 선대회장이 30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미술품을 바탕으로 지난 1982년 개관된 것이다. 여기에는 국보와 보물도 상당히 포함이 되어 있다.
 
문화예술지원 사업 중 눈에 띄는 것은 파리국제예술공동체에서의 한국인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 지원이다. 1996년부터 2060년까지 파리국제예술공동체에 15평 규모의 아틀리에 장기 임대, 운영하고 있다. 또 악기은행을 통해 지난 1997년부터 뛰어난 젊은 음악가들에 세계적인 명기 무상 대여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의 공익재단들. 사진. 구혜정 기자

 

1982년 사회복지법인 동방사회복지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91년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을 바꿨다.

삼성생명이 현금을 출연해 설립됐으며, 사회복지법인 중 가장 규모가 큰 법인이다.

1989년부터 보육사업을 시작했고, 1994년에는 의료사업으로도 진출, 삼성서울병원을 건립했다. 또 2001년에는 핵가족화,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삼성 노블카운티 건립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성의 사회적 역할 증진과 전문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분 효행 실천에 기여한 분을 알리고 격려하는 삼성행복대상 제정하고 운영한다.

현재 서울지역 8개, 경인지역 7개, 기타 지역에 17개의 삼성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또 삼성노블카운티에서는 신개념의 노인전용 주거 환경을 만들어 지난 2001년 개원했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공익법인의 목적사업이라기 보다 수익사업에 가깝다. 요양센터의 입주비용이 1인실의 경우, 보증금 1억원에 월 52만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소득층을 위한 요양원일 뿐이다.

이외에도 삼성노블카운티에서는 유아체능단도 운영하는데 월 비용이 100만원 정도로, 고가의 영어유치원 비용과 맞먹는다.

공익성이 떨어지는 수익성 사업들이 과연 공익법인에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자아낸다.

문제는 지난 1989년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건립한 삼성복지재단에도 있다. 이 재단은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보육사업의 차원에서 삼성어린이집을 건립해 운영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어린이집 운영과 중복되는 부분이다. 

끝으로 호암재단은 1997년 6월에 설립됐다. 삼성전자를 비롯, 제일제당, 한솔제지, 신세계백화점 등이 현금을 출연해 설립됐다.

이건희 회장이 1990년 설립했고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호암상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술연구지원사업과 출판사업, 전시시설설립운영사업 등을 진행하는 재단이다.

한편, 삼성의 재단들은 줄곧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를 위해 운영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삼성문화재단이나 삼성생명공익재단의 목적사업 비중이 낮고, 반면 이들의 주요 계열사 지분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재단의 이사장 직에 오르면 세금 혜택을 받으면서도 그룹 내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아직 확고한 이재용 체제가 자리잡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공정위 차원에서 진행 중인 대기업집단의 공익법인 실태조사는 부담으로 작용된다.

비슷한 상황에서 LG 구광모 회장이 선대 회장들이 맡아왔던 LG그룹 공익재단 이사장 직에 외부 인사를 앉힌 것과 다르게 삼성은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이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직까지 맡는 등, 오너 일가가 사회공헌사업의 전면에 나서는 방식을 택했다.

사회 공헌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서현 전 사장과 본인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미 여러 스캔들을 겪은 이재용 부회장이 재단 운영에 있어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①] 오너 일가 전면에 나선 삼성공익재단, 합격점 받을까?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②] 자산 3조 보유, 공익사업엔 꼴랑 600억 지출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③] 공익 사업보다 '수익' 사업 활발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④] 편법 공시에 주식만 잔뜩 보유한 삼성재단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⑤] 안팎으로 어려운 삼성, 공익사업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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