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디자인: minzada 정리: 권민수 기자

자산을 3조원이나 보유한 삼성의 주요 공익법인들이 연간 공익사업에 지출하는 금액은 약 6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SR은 삼성의 주요 공익법인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호암재단 4곳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나머지 10개 재단(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성균관대학교, 삼성언론재단,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삼성의료재단, 삼성미소금융재단, 충남삼성학원, 인성의과학연구재단, 글로벌투게더경산, 글로벌투게더음성)은 특수목적법인으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네 개 재단이 가진 자산은 무려 3조원에 육박한다. 웬만한 기업보다 큰 규모다. 가장 자산이 많은 곳은 삼성생명공익재단으로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해 보유자산이 2조원에 달한다.

디자인: minzada 정리: 권민수 기자

4개 재단의 총자산을 합쳐봤다. 재단들은 건물과 주식, 금융을 고루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산에서 나오는 임대료, 배당, 이자로 매년 수백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보유한 주식은 6177억원으로 4개 재단 총자산의 21%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삼성증권,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삼성계열사의 주식을 주로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장부가액으로 실제 주가를 반영하면 자산 규모는 4조원을 넘게 된다. 

2017년 기타자산은 1조1428억원으로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하지만 기타자산이 무엇인지 자산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었다. 네 개 재단의 공시자료에 상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았기 때문. 감사보고서도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 기타자산의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삼성생명공익재단 중 어디까지가 삼성서울병원의 자산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인색한 삼성 공익법인

삼성의 공익법인은 엄청난 자산 규모만큼 벌어들이는 금액도 엄청났다. 하지만, 공익사업 지출에는 인색했다. 

디자인: minzada 정리: 권민수 기자

2017년 1년 동안 4개 재단이 벌어들인 금액은 1조5020억원. 이중 삼성서울병원의 매출이 1조2400억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의 매출을 총수입에서 제외하니 4개 재단은 1년 동안 262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건물, 주식, 금융자산에서 임대료, 배당, 이자를 수백억원씩 받는다. 특히,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건물, 주식,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수익만 매년 3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네 개 재단의 2017년 공익사업 지출액은 618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서울병원 매출을 제외한 수입 2620억원의 23%에 불과했다. 

디자인: minzada 정리: 권민수 기자

네 개 재단의 2017년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 비중도 2.1%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191개 상호출자제한 공익법인 및 주요 금융, IT기업 공익법인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 평균은 17.1%로, 삼성의 공익법인은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총 3조원의 자산을 가진 네 개의 재단이 연간 공익사업에 618억원만 지불하니 당연히 낮은 수치가 나올 수밖에.

총자산 454억원인 삼성복지재단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은 66.13%(300억원)으로 높았다. 그러나 삼성생명공익재단은 0.82%, 삼성문화재단은 1.19%에 불과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2조원의 자산을 가졌지만 연간 공익사업에 쓰는 돈은 171억원뿐이었다. 총자산 7697억원인 삼성문화재단은 공익사업지출액이 92억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재단의 공익사업지출액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기부금 지출내역 구체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

2017년 수입 중 770억원은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기부받았다. 큰 손은 역시나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삼성 공익법인에 매년 수백억원씩 기부한다. 삼성전자는 2017년 삼성생명공익법인에 380억, 삼성복지재단에 240억, 호암재단에 40억원 기부했다. 삼성SDS,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제일기획,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들도 매년 공익법인에 수십, 수백억원을 보낸다. 

하지만 삼성의 공익법인은 이 많은 돈을 어디에 얼마나 썼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2017년 삼성생명공익법인의 공시자료. 

공익법인은 기부금을 언제,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지급했는지 공시해야 한다. 삼성생명공익법인은 이 요건에 맞춰 2017년 의료사업을 위해 심상헌 씨에게 2억528만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요건만 맞춘 이 공시자료로는 기부금 사용의 구체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심상헌 씨는 누구인지, 왜 2억원인지 등은 전혀 알 수가 없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의료시설 운영을 금지하고 있다. 사익편취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 설립법인이 별도 회사를 설립해 부당 이득을 취하거나 의료법인의 이사장 등과 특수관계가 있는 자의 명의로 의료기기를 납품받는 등의 사익편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있는 만큼 공익법인도 기부금 사용 내역을 보다 자세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①] 오너 일가 전면에 나선 삼성공익재단, 합격점 받을까?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②] 자산 3조 보유, 공익사업엔 꼴랑 600억 지출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③] 공익 사업보다 '수익' 사업 활발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④] 편법 공시에 주식만 잔뜩 보유한 삼성재단
[기업과 재단, 삼성 편⑤] 안팎으로 어려운 삼성, 공익사업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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