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인근 순댓국집 앞의 '신용카드 결제됩니다' 표시. 구혜정 기자

“KT 책임으로 피해 입은 건 저인데 왜 제가 직접 찾아가 접수까지 해야 하나요. 내 돈을 훔치고 나서 '돌려줄 테니 직접 찾아와 가져가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접수를 못 한 분은 피해보상도 못 받나요? KT가 업체 데이터를 갖고 있어 누가 피해 입었는지 다 알 텐데요. KT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서 화가 납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이 모(53)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KT의 소상공인 보상 방식이 권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일부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KT의 피해접수 방식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주문전화 또는 카드결제 장애 불편을 겪은 소상공인에 직접 관내 주민센터에 찾아가 서비스 장애사실을 접수하라 안내하고 있다.

"소상공인이 직접 와서 접수하라는 건 KT의 권위적인 태도"

KT아현지사 화재로 마포구, 중구, 서대문구 등에 통신장애가 발생한 지난 24일, 이 씨도 카드결제기 먹통으로 손해를 입었다. 지난 3개월 매출과 24일 토요일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24일의 매출은 평균보다 100만원 가량 적었다.

KT 때문에 피해 입은 것은 소상공인이다. 그런데도 KT가 나서 피해상황을 조사하기는커녕, 소상공인이 직접 가서 접수하는 것은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씨는 접수 방식은 KT가 소상공인을 누락해 보상액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약자인 소상공인에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는 "KT가 이 정도로 노력했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허울뿐인 방식이 아닌가 싶다. 만약 기업체가 영업상 피해를 보더라도 이렇게 직접 와서 신청하게 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KT는 통신구 화재로 영업 손해를 입은 기업체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똑같이 동사무소에 찾아와서 피해신고하라 할까? 이 같은 질문 KT 관계자는 그저 "모른다"고만 답하며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소상공인의 불만에 대해 "소상공인을 위해 지역 주민센터에 접수소를 마련한 것"이라며 "소상공인의 서비스 장애 사실을 접수받고 사실관계 확인한 다음에 위로금을 지급할 예정"이라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KT가 피해상황 더 잘 알 것"

소상공인연합회도 KT의 접수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13일 미디어SR에 “일부 소상공인이 KT의 방식에 불만을 갖는 건 사실"이라며 "데이터를 가진 KT가 통신으로 피해 입은 업체 상황을 더 잘 알 텐데 유선상으로 소상공인에 연락해도 되지 않느냐”며 현재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공동조사단을 꾸려 피해를 조사하자고 제안했으나 KT는 독자적으로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고는 정확한 피해 조사를 해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KT는 그 과정을 생략했다”고 비판했다.

KT 관계자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입장에 대해 "별도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KT아현지사의 통신구에 불이 붙어 서대문구, 마포구, 중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KT망을 사용하던 소상공인들은 카드결제, 유선전화 등이 끊겨 결제, 주문 등을 받을 수 없어 영업상 피해를 입었다. KT는 통신장애를 겪은 고객과 소상공인에 피해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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