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 서비스를 놓고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10일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지자 카풀 서비스 정식 출시를 목전에 뒀던 카카오는 한 발 물러섰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구혜정 기자

택시업계, 카풀 결사반대 

카풀은 불법이라 주장해온 택시업계는 택시기사 분신 후 더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택시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 국회, 카카오가 끝내 택시기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특히 택시업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 서비스 출시를 경계하고 있다. 카카오T라는 강력한 플랫폼이 택시보다 저렴한 카풀을 출시하면 누가 택시를 타겠냐는 것이다. 택시기사 안선근(69) 씨는 미디어SR에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도 200만원도 못 받는다. 카풀이 나오면 이것보다 더 못 벌 것이 확실하다. 누군가는 우리에게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는데, 싸움이 아니다. 힘없는 우리가 카카오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라 말했다. 

택시업계는 카풀은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운송으로 운송사업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와 국회에 카풀 불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12일부터 국회 앞에서 택시단체와 택시회사의 무기한 천막 투쟁을 시작하며 20일에는 끝장 투쟁을 열 계획이다.

카풀업계, 택시 반발에 난감 

택시업계의 반발에 카풀업계는 난감하다. 

운수사업법상 자가용을 통한 유상운송 행위는 불법이지만 출퇴근 시간대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카풀업체들은 최근 유연근무제, 탄력근무제 등으로 출퇴근 시간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카풀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는 오랫동안 카풀 서비스 출시를 미뤄왔다. 서비스는 오래 전 완성됐지만 택시업계와 갈등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오는 17일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택시기사 분신 사건으로 한 발짝 물러났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베타 서비스를 통해 카풀이 택시 승차난 해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존 택시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정식서비스 개시 일정 등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현안에 대해 열린 입장으로 정부와 국회 등 관계 기관, 택시 업계와 함께 적극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카풀업계는 내심 정부를 답답해하고 있다. 카풀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정부가 카풀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 카풀업계가 고사하고 있는데 정부는 거의 아무것도 안 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의 전현희 위원장은 11일 "택시와 카풀업계 갈등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난상토론을 했다. 이번 주가 가기 전 자체 해결안을 내보려고 생각 중"이라며 "정부는 공유경제 도입으로 생존권을 위협받는 택시산업에 보다 전향적인 지원 대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정부가 카풀과 관련해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는데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면서 "반대한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비자, "카풀 찬성" 

대다수 소비자들은 카풀에 찬성하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한국 직장인 5685명을 대상으로 9월 4일부터 10일까지 일주일간 카풀 서비스 관련 설문조사한 결과, 카풀을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9명이었다. 이 중 24시간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비율은 56%, 출퇴근 시간 한정적 허용해야 한다는 비율은 34%였다. 전면 금지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8%에 불과했다. 

카풀이 허용돼야 한다고 보는 직장인 이정선(가명, 24) 씨는 미디어SR에 "택시보다 저렴하고 더 편하게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지는 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현민(가명, 23) 씨는 "택시는 승차거부도 심하고 난폭운전하시는 분들이 많아 불편하다. 얼마 전 회식 후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탔더니 기사가 그 거리는 갈 수 없다며 승차거부를 해 다른 택시를 탔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기사가 과로와 저수입에 시달리는 건 알고 있지만 법인택시의 경우 과도한 사납금 때문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택시업계는 카풀 반대만 외칠 게 아니라 원인을 다각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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