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시즌2는 어떻게 올까? (스포주의)
‘국가부도의 날’ 시즌2는 어떻게 올까? (스포주의)
  •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 문화평론가
  • 승인 2018.12.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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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영화 제목처럼 ‘국가 부도의 날’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그해는 온 나라가 파산한 기업처럼 만신창이가 되었다. 우리는 한국전쟁 이래 가장 큰 난리를 한바탕 치러 내야만 했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IMF 라는 기구는 마치 점령군처럼 대한민국에 들어왔다. 잘 나갈 줄만 알았던 한국의 기업인들은 살을 에는 아픔을 견뎌야 했고 어떤 이는 결국 좌절하여 목숨을 끊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해 자살률은 다른 해에 비해 3배나 높았다) 한국경제가 어떻게 일 순간에 이렇게 망가질 수 있었을까? 대체 1997년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런 사태가 생기도록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20년이 지난 지금 짧았지만 그러나 너무나 길었던 그 순간을 영화는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극적으로 되살아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수출 100억불 달성 기념 시상식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후 정치적 격변과 독재 정치를 겪으면서도 80년대 3저 호황 덕에 우리는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었고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 진입하여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릴 정도로 경제 규모는 성장하였다. 그러나 비정상적 경제운영은 경제의 펀더멘털을 취약하게 하였고 기어코 결국 한국경제의 뇌관은 1997년에 기어코 터지고 만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1997년 대한민국이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그때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의 보고서부터 시작한다. 그녀는 “대한민국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이라며 한국은행 총재(권해효)에게 한시바삐 비상대책팀을 꾸릴 것을 종용한다. 뒤늦게 청와대 수석과 경제국 차관(조우진), 그리고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이 하나가 되어 비공개 대책팀을 꾸리지만 내부 이견으로 바람 잘 날 없다. 

영화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위기를 막으려는 자, 위기에 투자하려는 자, 위기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맞으며 버티는 자로 나뉜다. 한국경제의 위기를 감지하고 잘 다니던 회사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더니 투자자를 끌어모아 대박을 노리는 윤정학(유아인)은 국가 부도의 위기를 이용해 역 배팅을 지른다. 실제 IMF 당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자들은 술자리에서 건배사 ‘위하여’ 대신에 ‘이대로’를 외쳤다고 하지 않던가? 윤정학은 몇 배 아니 몇십 배의 투자 이익을 거둔다. 살인적 경제 파국에 죽어나는 사람은 중소기업과 서민들이다. 관객들이 영화에서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인물이 갑수(허준호)다. 작은 공장을 어렵게 운영하면서 미도파 백화점에 납품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그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행복해한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갑수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나 문득 눈에 들어오는 건 그저 자식들의 늙고 더러운 운동화였다. 

국가부도까지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한국은 IMF 관리체제로 들어간다. 기업으로 치면 법정관리에 처하게 되는 국치의 순간이다. 우리는 ‘경제신탁통치’라는 굴욕적인 사태를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한시현의 주장대로 우리는 IMF로 가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한시현은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지만 그렇게 설득력이 있진 않았다. 공허하다고 해야 할까? 중요한 것은 IMF로 가느냐 마느냐가 아니며 ‘그런 사태를 왜 우리는  막지 못했으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이냐’ 이다. 

실제 인물인 IMF 총재 미셀 캉드쉬(Michel Camdessus)는 영화처럼 곧바로 청와대를 방문하고 대통령 후보들에게 협약을 요구했다. 영화는 실제 뉴스 장면과 기업 실명을 거론하면서 다큐적 편집 기법으로 현실감을 높였다. 실제 경제학 전공자인 시나리오 작가의 전문적 지식도 빛을 발한다.

IMF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혹자는 헬조선의 기원으로 보기도 한다.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무한정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열렸고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활개 치기 시작한 원년이라는 것이다. 완전고용은 없어졌고 2%의 자연 실업률은 7%까지 치솟았다. 실질임금이 줄어들면서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방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우리는 다행히 IMF를 조기 졸업했다. 영화는 세 사람의 현재 모습을 에필로그로 보여준다. 한시현은 시민단체 금융감시 대표로 , 윤정학은 대형 투자사의 오너가 되어 고층빌딩의 주인이 되어있다. 우리가 응원했던 주인공 갑수가 가장 궁금하다. 다시 어떡하든 재기를 한 모양이다. 여러 명의 외국 노동자를 두고 공장을 돌리고 있다. 갑수 아들은 어렵게 들어간 직장의 첫 출근 날 아버지에게 전화한다. 갑수는 아들에게 신신당부한다. “절대로 남을 믿지 말고…. 너한테 잘해 주는 사람 믿지 말고..오직 너만을 믿어라.”
 
자.. 다시 무능한 정부와 신자유주의가 만난다면? 그래서 영화의 클로징 나레이션은 더욱 무섭게 다가온다. “20년 전과 지금 ...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위험해졌다고 단언한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어느 칼럼에서 이렇게 적었다. 나는 남은 인생에 보고 싶지 않은 것 두 가지가 있다. 전쟁과 그리고 IMF 경제위기라고… 나 역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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