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 구혜정 기자​

2018년을 상징하는 단어 중 하나는 '미투'다. 직장, 문화예술계 등 전 분야에 내 만연하던 성폭력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역사적인 사건이다.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의 필두에 남정숙 전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 교수가 있었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을 촉발한 뒤, 남 전 교수는  지난 2월 대학 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히며 미투 대열에 동참했다.

남 전 교수는 2014년 같은 교수에게서 성추행을 당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는 전임교수와 같은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 대우전임교수였고, 가해자 이 모 교수는 대학원장이었다. 

남 전 교수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성균관대는 남 전 교수를 보호해주지 않았다. 성균관대는 정교수였던 이 모 교수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릴 뿐이었다. 오히려 남 전 교수에게 '교수의 품위 유지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법정 싸움이 이어졌다. 결국 법원은 남 전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 가해자 이 모 교수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모 교수는 항소했지만 지난 10월, 2심 법원은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미투 첫 승소 사례다. 

그럼에도 남 전 교수는 편안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30년 동안 문화행사계 전문가로서 쌓아온 업적들이 성폭력 피해 앞에서 아무 것도 아니게 된 걸까. 문화행사계 일이 뚝 끊겼다. 게다가, 남 전 교수는 업계, 인터넷 악플, 재판 과정에서 이어지는 2차 가해에 고통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남 전 교수는 멈추지 않는다. 그는 자신과 같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고자 한다. 이것이 그의 사명이 됐다. 남 전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들과 함께 '전국미투생존자연대'를 만들어 성폭력 피해자를 돕고 있다.

미투 1년. 남 전 교수는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을까. 미디어SR은 남 전 교수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근황 먼저 알려주시겠어요. 

처음 재판 시작한지 3~4년 정도 됐어요. 문화쪽에서 공공기관을 상대로 오래 일했는데 미투를 터뜨리고 나니 일이 안 들어오네요. 학교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학교에도 소문이 나버렸어요. 

이런 일을 당하면 생계가 곤란해져요. 다시 일어나기도 어렵고. 제일 심각한 문제죠. 다행스럽게도, 4~5년 지나고 나니 일이 들어오고 있어요. 

30년 쌓아온 경력이 하루아침에 끊기게 된 건데요. 

그렇죠. 30년 동안 힘든 인생을 살아왔는데. 살얼음판을 걸으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힘들게 살았는데 하루아침에 다 없어진 거죠. 공황장애가 더 깊어졌어요. 한숨만 나와... 

사실, 성추행을 당하고도 내가 가만히 있었으면 정교수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도 여학생들이 내 눈앞에서 (성추행) 당하고 그러니 눈이 뒤집히는 거예요. (성균관대 학생들은 가해자 이 모 교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투서를 낸 바 있다)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내 인생이 다 날아갔죠. 후회는 안 해요.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이 할 거예요. 

게다가, 업계에서는 전문가로 쳐줬는데 대학교에 가니 그냥 여강사로 취급하더군요. 사람을 우습게 알아요. 대학은 몇 명의 교수가 권력을 잡고, 그 밑에 많은 비정규직이 있는 구조예요. 나는 성균관대 문화융합대학원을 세우는 데 일조했지만 전 처음부터 그저 비정규직이었어요.

일상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그간 힘드셨겠어요. 

어휴... 팔자죠. 인간이 겪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에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 이상인 거 같아요. 알고는 절대 못할 정도라고 다들 말해요. 그래도 저는 다시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똑같이 할 거 같아요. 진작 비위를 밝히지 못한 게 후회가 돼요. 더 빨리 밝혔으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는 건가요. 

팔자죠. 사실, 내일모레 환갑인데 이 나이에 그러기 힘들어요. 이 나이까지 이런 경험을 하는 건 드물잖아요. 내가 피해자들 중 나이가 제일 많으니까 산재도 신청하고 하고 싶은대로 다 했어요. 젊은 사람들은 (돈과 시간이 부족해) 잘 못하잖아요. 전 해볼 만큼 다 해보려고요. 그럼 후배들이 편하잖아요. 나에게 이런 역할이 주어졌구나, 같은 사명감이 느껴져요. 

남정숙 전 교수는 지금까지도 2차 가해를 당하고 있었다. 그는 사진 찍히는 것도 무섭다고 말했다. 인터넷 악플러들이 단 '저런 사람이 성추행을 당했을 리 없다'는 외모비하 댓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주눅들지 않는 그의 사진에 일부 악플러는 '피해자는 저렇지 않다. 그는 꽃뱀이다'라며 남 전 교수에 '피해자다움'을 강요했다.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문화계에서 30년 동안 일을 하다가 여성계로 훅 던져지니 분리장애가 왔다고 하네요. 지금은 많이 적응됐어요. 

요즘 건강은 괜찮아요. 공황장애는 계속 있어요. 약 갖고 다니죠. 얼마 전에 산재 신청 기자회견 하는데도 긴장돼서 약을 두 알이나 먹었어요. 뉴스만 나가면 사람들이 욕을 하니까.

꾸준히 악플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집요하게 달아요. 내가 가는 데마다 하나하나 악플을 달아요. 교수였는데 이것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달죠. 신경 안 쓰려고 해도 계속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나와 일했던 기관 홈페이지 가서 악플달고. 

한국 사회가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한다는 걸 강요하는 것 같나요?

다 강요하죠. 심지어 내가 미투연대 대표답지 않다며, 자기가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어요. 

2차 가해는 재판에서도 일어났다. 남 전 교수는 성추행 피해 다음 날 교수진,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공식 스케줄이 있었다. 이것도 비즈니스인데, 자신만 갑자기 빠진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질문은 "왜 그날 영화를 보러 갔느냐?"였다. 

성폭력 피해를 입고나서도 왜 평소와 다른 게 없냐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피해자들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잖아요. 나도 피해를 입은 다음 날, 교수, 학생들과 영화를 보는 스케줄이 있었어요. 나 때문에 안 할 수가 없잖아요. 근데 이걸 갖고 조사위원회에서 나보고 영화관에 왜 갔냐고 묻더군요.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 구혜정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재판 당시도 피해자 측 김00 씨에게도 같은 질문이 들어왔어요. 

똑같아요. 김 씨가 안 전 지사와 어딜 가든 상사와의 비즈니스였죠. 내가 영화관에 간 것도 비즈니스고요. 어떻게 안 가요? 스케줄이 있는데. 그걸 안 가고, 내가 울고 소리를 지르고 그래야 피해자다운 건가요? 피해자들도 비즈니스 우먼이잖아요. 일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일에 구멍이 나게 되는 건데 어떻게 그러나요? 

미투 이후 '펜스룰'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펜스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는 발언에서 유래한 말로, 직장 내 펜스룰은 업무상에서 여성을 아예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자신을 못 믿는 건가요? 일은 성별에 관계 없이 할 수 있는 건데요. 직장 내 성범죄 등은 성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부당행위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핵심은 성이 아니라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입니다.  

1심과 2심 각각 모두 가해자 이 전 대학원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남은 재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해자 측에서 항소했어요. 그 외에도 걸린 소송이나 재판이 많아요. 저는 증거가 많은 편인데도 정말 힘들어요. 

애초에 가해자가 성추행을 안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그 사람이 성추행하지 않았으면 모두 없었을 일들이잖아요. 길 가다 돌 맞은 거랑 다름이 없어요. 이건 성을 도구로 이용한 갑질이에요.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껴요.

진정한 사과를 하면 되는데 아직도 못 받았어요. 가해자는 학교를 그만두고 재판서 지고 벌금냈는데도, 교수로서의 복직도 요원한데도 사과를 안 해요. 이해가 안 돼요. 이게 뭐지? 싶네요.  

지난 11월 성추행 피해를 들어 산재 신청을 하셨더라고요. 산재 신청 이유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만약에 '성추행 시 엄벌에 처해 그 자리에서 파면한다'처럼 엄격한 규정이 있다면 가해자가 성추행을 했을까요? 안 했을걸요. 권력자를 보호하는 카르텔도 권력자 편을 안 들었을걸요.

국가가 법을 안 만들었기 때문에, 조직이 엄격한 규율을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둘 다 책임이 있는 거죠. 저는 성추행이 근무시간에 일어나기도 했고. 

과거에 누렸던 것,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할 거 같아요. 

그럼 어떻게 되길 원하세요? 

일상으로 돌아가길 원해요. 정말 일상적이었던 때로. 행복했던 것까지 바라지도 않아요. 

성균관대에 돌아가도 그때만큼 행복하지 않을 거 같아요. 지금 돌아가면 가해자는 없겠지만, 저를 괴롭혔던 카르텔들은 남아있어요. 복직을 하더라도 잘 다닐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생에 돌아올 수 없는 불행을 경험한 거죠. 인간답지 못하게 살았던 거 같아요. 

말씀하시는 일상이라는 것은?

재판 안 하고, 학생 가르치고 전문직으로서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사회에서 존경받고. 내가 했던 일상들을 하고 싶어요. 그냥 내가 했던 일상들. 

지금은 재판 쫓아다녀야 하고 변호사 만나야 하고 기자회견해야 하고. 평범한 사람치고 정말 일상적이지 않잖아요. 난 평범한 사람인데 변호사도 너무 많이 알고, 기자회견도 너무 많이 하잖아요.

너무나 비일상적인 일들이에요. 사명감 때문에 버티고 있어요. 저는 전문직이니까 그나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죠. 보통 한 5년 동안 재판하는데, 재판 쫓아다니면 너무 바빠서 직업을 얻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린 여성들은 정말 힘들어요. 만약 증거가 부족하면 무고죄로 역고소 당할 수 있어요. 우리 중에는 심지어 실형 8개월에 벌금 1억5천까지 나온 사람도 있어요. 피해를 입었는데, 피해자가 돈을 내야 한다니.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남 전 교수는 지난 3월 비영리법인 '미투생존자연대'(이하 미투연대)를 세웠다. 그는 미투연대의 대표로서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고 있다. 남 전 교수는 피해 여성들을 '보석'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만약 성폭력을 당하지 않았다면 더 빛나는 인생을 살았을 이들. 남 전 교수는 앞으로도 이들을 돕고자 한다. 

어떻게 성폭력 피해 여성을 돕길 원하세요? 

내 피해경험을 공유해주고 싶어요. 성폭력은 패턴이 일정한데, 잘 모르죠. 어떻게  피해를 입게 되는지, 그리고 학교 등에 어떻게 고발하는지, 2차가해가 어떻게 일어나고, 권력자를 보호하는 카르텔이 어떻게 내게 피해를 주는지,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때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어떻게 고소해야 하는지, 재판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알리고 싶네요.

내가 겪은 걸 후배들이 안 겪도록 내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거예요. 이런 사례가 있다는 걸 알면 피해 상황이 왔을 때 대비할 수 있겠죠.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하는 거예요. 

저도 정말 많이 헤맸죠. 다행히 좋은 변호사를 만나서 유리하게 이끌고 왔지만요. 

미투연대를 통해 도움을 준다는 것인가요? 

그렇죠. 개인적으로도 돕고 있어요.

성폭력 패턴이 너무들 비슷해서, 피해경험을 공유하는 게 되게 중요해요. 엄마한테 교육받을 때도 밤길 조심해라, 미리 조심해, 일찍 일찍 다녀 이런 건 많이 들었죠.

하지만 당하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거예요.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어떻게 신고하는지 등을 알 필요가 있어요. 어떤 피해자분들은 오시면 씻고 며칠 있다가 미투연대에 오시는 거예요. 그러면 증거가 없어지죠.

당하면 무조건 경찰서를 가는 게 빨라요. 우리가 일상생활 법을 정말 모르더라고요. 알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미투연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피해자들이 모이는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경험 공유를 해요. 모이기 전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공감이 되고 또 치유가 돼요. 

미투연대가 법률지원을 해드려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속한 개인 변호사님들이나 한국여성변호사회 법률지원을 받고 있어요

저희가 집중적으로 하는 건 진술서 작성이에요. 몇 년 전 것이라도 기억을 되살려서 진술서를 쓰도록 도와요. 빨리 해야 3주정도 걸려요. 피해 경험을 되살리는 데 일주일 정도 걸려요. 피해자들이 트라우마가 있잖아요, 막 쓰러져요. 울고, 울면서 쓰고. 그러다 정신을 좀 차리면 다시 쓰고. 진술서는 모든 것의 기초예요.

이 외에도 피해자가 속해있던 기업에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미투와 관련된 이슈가 있으면 기자회견하는 등의 일을 하죠. 

또, 미투 1년이 됐으니 미투 백서를 내려고 해요. 낼지 안 낼지는 아직 모르지만 준비하고 있어요. 연말까지 쓰려고요. 

미투 백서, 저도 보고 싶네요.

비참하지요 뭐. 그래도 2018년은 미투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으니까. 일이 많아요. 하하. 

남정숙 전 성균관대 교수. 구혜정 기자

2018년, 미투의 해라고 할 수 있는데 예전과 달라진 점은?

미투로 조직 내 성(姓) 갑질이 만연하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사회 곳곳이 썩었다는 것을 국민이 알게 됐을 것이라 생각해요. 전 국민이 부끄러워하지 않았을까요.

국민들이 여기에 공감하고 조금씩 바뀌는 계기가 된 것에 미투가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에 숨어있던 추한 면들을 끄집어낸 것에 미투의 일원으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법률이 빨리 개정되거나 그렇진 않지만, 성갈등도 있지만, 크게 보면 발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인식이 바뀌어가는 과정이죠. 

목표가 있다면?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보고 싶어요. 

조직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면 무조건 산재다, 이런 법안들이 만들어지면 목표 달성이죠. 성폭력이 일어나면 지금은 개인이 책임을 지죠. 조직과 국가에서 시스템이 안 돼있는 것인데, 개인에 책임을 전가하는 거예요. 그러니 개인이 재판하느라 너무 힘들죠. 조직과 국가가 책임진다면, 그런 일이 안 일어나겠죠. 

이런 성과를 내고 끝을 내고 싶어요. 이런 법안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국회의원이 아무도 안 부르시네요. 하하. 아쉬워요. 

또, 산재가 승인되는 거. 산재가 되면 손해배상청구도 할 수 있고, 복직청구소송도 할 수 있어요. 이게 눈앞에 닥친 목표고요. 이전 5년은 그 사람이 죄가 있다는 걸 입증한 시간이고, 앞으로 5년은 모든 걸 되돌리는 시간이에요. 이건 인간 개인이 하기엔 너무나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국가와 조직이 더 힘써야 하는 일인 거죠. 

미투 이후에 피해자의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어요. 무죄거나 재판 진행 중이거나 그래요. 그래서 승소를 한 저라도 산재를 해서 이런 성공사례도 있다는 걸 남기고 싶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실 건가요?

씩씩하게 헤쳐나갈 거예요. 

저는 제가 촉매라고 생각해요. 피해자들이 참 보석 같은 사람들이에요. 그 하나하나가 참 보석 같은데. 만약 이런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면 지금 얼마나 빛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가슴이 아파요. 그 가해자들에 분노해요.

이 친구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이들이 변한 것을 조직이 책임져야 한다고 저는 계속 주장하고 있어요. 조직이 제대로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해 인생을 망친 거예요. 저도 그렇고요. 사회 초년생들은 더 그렇죠.

이건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에요. 조직도 피해자들에 사과해야 해요. 재판을 준비하다 보면 10년이 금방 지나가요. 저는 촉매로서 그들이 계속 그 자리에서 빛날 수 있게 살 거예요. 그러려면 울지 말아야 해요. 혼자서 울지언정, 다른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주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남정숙에게 미투란?

너무 복잡하네요. 마음이. 너무 많은 감정들이. 그냥 '운명'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네요. (피해는)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결국, 내가 극복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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