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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 돌연 은퇴 선언을 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그의 퇴진은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듯한데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다 내려놓는다"라는 과감한 발언과 함께 세간에 그야말로 '쿨'하게 비춰졌다. 한국에선 탐욕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재벌가 회장이 돌연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청년으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걷겠다는 광경은 그리 흔하지 않으니 말이다. 퇴진 선언 이후, 이 회장은 아들 이규호 전무의 4세 승계에 대해서도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이 돼야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는 모범답안을 내놓기도 했다.

코오롱에 대한 이미지까지 우호적으로 바뀌는 찰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짧았다. 퇴진 선언 후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 회장이 상속세 탈루 혐의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검찰의 선처를 바라는 제스처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아름다운 퇴진에 불명예가 씌워지는 순간이다.

최근 일주일 사이 세간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기업인이 된 이웅열, 그의 네트워크를 살펴보자.

이규호 : 이웅열 회장의 아들.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 직급으로 첫 출근했고 이후 코오롱인더스트리 본사, 코오롱글로벌 등을 거쳤다. 아버지 퇴진과 함께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상무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 전무에게 바로 그룹 경영권을 물려주는 대신 그룹의 핵심 사업부문을 총괄 운영하도록 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토록 한 것"이라며 이 인사를 설명했다. 결국 아들로의 경영권 세습을 전제한 상태에서 경영 경험과 능력을 쌓는 시간을 주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웅열 회장은 이후 아들로의 승계에 대한 질문에 "(아들은) 주요 회사 지분도 전혀 없다"라고 강조하며, "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이 돼야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아들과의 거리두기 발언은 그러나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다수다. 이웅열 회장은 그 스스로도 코오롱 창업주인 고(故) 이원만 회장과 그의 아들, 고(故) 이동찬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3세 경영인이며, 4세 경영 세습이 사실상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어 오고 있는 와중에 "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뿐"이라는 식의 발언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동찬 : 이웅열 회장의 아버지이자 코오롱 명예회장. 코오롱 창업주이자 부친인 이원만 회장이 일본에서 모자 사업을 할 193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학업을 마쳤고, 이후 부친과 함께 한국나일론을 설립했다. 한국 최초의 나일론 제조회사인 한국나일론은 코오롱의 모태다.

이후 1958년 코오롱을 세워, 60년대와 70년대 코오롱상사, 코오롱나일론, 코오롱폴리에스터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코오롱그룹의 외형을 키워나갔다.

아들 이웅열 회장에 경영권을 물려준 이후에는 아버지 이원만 회장의 호를 딴 오운문화재단의 이사장 직에서 복지사업을 하고 취미 생활 등을 하며 지냈다.

이웅열 회장은 아버지인 이동찬 명예회장이 일절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아버지에게 여쭤보러 갔더니 안 본다고 하셔서 혼자 처리했던 기억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웅열 회장 본인도 사임 후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해외에 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 대상이 된 이웅열 회장은 해외행 보다 검찰 소환이 먼저 일 것으로 보인다.

안병덕 : 이웅열 회장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인사. 1982년 코오롱 상사에 입사해 1987년부터 1998년까지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 이동찬 명예회장과 이웅열 회장 2대를 보좌했다. 또 1996년 이웅열 회장이 그룹 총수 취임 전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도 지근거리에서 봐온 인물로, 이후 이 회장이 취임한 뒤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 코오롱건설 사장,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사장 등 핵심 계열사 CEO를 역임했다가 결정적으로 2017년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이는 코오롱 그룹에서 9년만에 부회장 임명이다.

안병덕 부회장은 사실상 이규호 씨에 대한 경영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해 안병덕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이규호 씨가 상무로 승진, 지주사 ㈜코오롱으로 자리를 옮겼던 점도 눈에 띈다.

조지부시 :  미국의 41대 대통령. 이웅열 회장과는 골프로 인연이 있다. 지난 달 30일 별세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이 회장은 조전을 통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또 한국의 류진 풍산 회장은 부시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류 회장과 부시가의 인연이 깊었고 바로 류 회장을 통해 이웅열 회장 역시 부시가와 연을 맺게 됐다. 그리고 여기에는 골프가 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골프를 가장 잘 치는 기업 총수로 손꼽힌다. 웬만한 프로골퍼는 명함도 내밀기 어려울 만큼의 실력인데, 미국 유학 시절에 골프를 배우며 매일 3000개씩 연습구를 쳤을 정도로 깊이 빠졌다고 한다. 이 회장의 이런 마니아적 기질은 경영에서도 드러난다. 한 때는 '3박4일'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는데 한 번 몰두하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 때문에 붙여진 별명으로 알려져있다.

여튼 이 회장의 마니아적 기질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골프로 인해 이 회장은 부시 가가 고향 휴스턴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골프 대회에 초대받기도 했으며, 이후 이메일을 통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고. 이외에도 이 회장은 영국의 찰스 황태자, 프로골퍼 잭 니클로스 등의 글로벌 인맥이 있다.   

이상득 : 이명박 전(前)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은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과 고향 선후배 사이로 서로 친밀한 관계로 잘 알려져있다. 단순한 지연의 인연은 아니다. 이상득 전 의원은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코오롱 사장, 1982년부터 1988년까지 코오롱상사의 사장으로도 재직한 바 있다. 퇴사 이후에도 20여년 동안 코오롱 고문 직을 지내며 고문활동비와 차량 등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상득 의원의 의정활동 시절, 의원실 관계자 대부분이 코오롱 출신이기도 했다. 이런 코오롱과 이상득 전 의원의 끈끈한 연결고리는 이웅열 회장이 MB라인 기업 총수로 여겨지는 주요 배경이다. 실제 이 회장은 MB 정부시절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으로도 위촉된 바 있다. 대기업 회장으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상득 의원이 코오롱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해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는 점이 한 때 더 없이 든든했을 인연이 정권이 바뀐 지금에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증거다. 이외에도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4대강 수질개선사업에서 코오롱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 코오롱의 계열사 덕평휴게소 매각 과정에서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검찰 : 검찰의 칼 끝이 코오롱을 향하고 있다. 아름다운 퇴진 불과 일주일 만에 이웅열 회장은 상속세 탈루 혐의로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이는 과거 이동찬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코오롱의 주식이 이웅열 회장에 상속되는 과정에서 이 회장 등이 상속세를 제대로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당시 이 회장이 상속받은 주식의 가치는 95억원 상당으로 알려져있다.

국세청은 지난 2016년에도 코오롱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는데,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수백억 원대 과징금을 부여받은 세무조사 이후 3년 만에 세무조사였다. 당시 기간까지 연장됐던 세무조사 결과 국세청 조사4국은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해 742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고, 코오롱은 이의 신청을 통해 125억원으로 줄인 바 있다. 재계에서는 당시 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된 것을 토대로 비자금이나 횡령 탈세 혐의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상속세 탈루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고, 해외로 나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창업을 할 것이라는 이웅열 회장의 제2의 인생을 향한 포부는 검찰 소환 이후로 미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금이 간 것 같다는 이웅열 회장의 발언에 담긴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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