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중소기업들 "CSR도 경쟁력" 인식 생긴다
수출 중소기업들 "CSR도 경쟁력" 인식 생긴다
  • 배선영 기자
  • 승인 2018.12.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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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인권 등 사회적 책임이 글로벌 기업 사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환경 인권 등 사회적 책임이 글로벌 기업 사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소규모 가구업체 A사는 지난해 미국 글로벌 유통사에 납품을 준비하던 중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를 요청받았다. 150만원의 심사비용을 내고 CSR 평가를 받은 A사는 외국인 근로자 숙소 안전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결국 납품이 무산되고 말았다.

중국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한국 중소기업 B사는 최근 미국과 유럽 바이어들에게 윤리적 제조 인증 프로그램인 WRAP(Worldwide Respinsible Production) 인증 갱신을 지속적으로 요구받았다. B사는 6개월마다 반복되는 인증 갱신에 수천만 원이 들어 결국 인증을 포기했다. 거래는 끊기고 말았다.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둔 C사는 최근 공장부지 내에 기도시설을 세웠다. 글로벌 고객사가 근로자의 종교적, 문화적 특성을 배려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C사는 "종교시설을 세우지 않으면 거래가 끊길 우려가 있어 수천만원을 들여 기도시설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모두 글로벌 기업들의 CSR 요구가 강화되는 최근 추세 속의 수출기업의 현실이다. CSR이 미흡하면 납품 배제나 거래 중단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출 중소기업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이 국내 수출기업 120여개사를 대상으로 '수출기업의 CSR 리스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 54%가 글로벌 고객사에 수출·납품 과정에서 CSR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를 받은 기업 5곳 중 1곳(19.1%)은 "평가 결과가 실제 사업에 영향을 줬다"고 답했고, '협력사 선정 배제'(61.5%), '해결 후 조건부 납품'(38.5%), '납품량 축소'(15.4%), '거래 중단'(7.7%)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CSR 관리 범위를 1차, 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라며 "이들 협력사들의 CSR 평가 결과에 따라 거래 중지, 계약비율 축소 등이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OECD 주요국들은 기업의 책임경영을 자국법 또는 국가간 투자협정 등에 반영하는 추세다. OECD는 올해 5월 인권,노동,환경, 뇌물 등에 기업 스스로 어떻게 점검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실사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CSR 평가를 받은 분야에서 우세는 환경(93.8%)이 차지하고, 뒤를 이어 안전·보건(83.1%), 노동(80%), 인권(75.4% ), 윤리(73.8%), 공급망 CSR 관리(61.5%), 지배구조(56.9%), 분쟁광물(46.2%) 순으로 나타났다. )

향후 글로벌 고객사의 CSR 평가와 관련해서는 73.8%가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고, 78.6%가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CSR 평가와 관련한 애로사항으로는 서로 다른 인증과 중복 자료 요구(59%)가 가장 많았다.

영업기밀 등 과도한 정보요구(47.5%), 비용부담(41%), 기업 특성에 맞지 않은 자료 요구(37.7%), 대응시스템 부재(36.1%)가 뒤를 이었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기업의 실제적인 CSR 이행과 성 과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며 “이제 우리 기업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CSR을 필 수조건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SR리스크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과제로는 컨설팅과 교육 제공(56.3%)이 가장 많이 꼽혔고, 필요한 정보 공유(50.8%), 인증, 심사 등 비용 지원(45.2%), CSR 인증제도 신설 및 해외인증과 상호인정(39.7%), CSR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38.9%)이 뒤를 이었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은 “대다수의 기업은 고객사의 CSR 평가 요구가 있기 전까지는 CSR을 스스로 관리하기가 어렵고,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제대로 대응하기 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상의에서 최근 기업들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정부에서 도 관련 국제규범과 동향 정보를 제공해 기업의 인식이 확산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력사에서 발생한 환경과 인권 등의 문제가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의 리스크가 되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중소기업에서도 품질과 가격에 더해 CSR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다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관계자는 6일 미디어SR에 "최근들어 글로벌 기업의 CSR 요구가 커지다보니 중소기업들이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문의 전화를 많이 받아 조사에 이르게 됐다"라며 "과거에는 중소기업들이 싸고 질 좋게 제품을 만들면 수출이 잘 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환경과 인권 등과 연관된 만드는 방식 까지도 요구하니까 인식의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요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질 것이라 본다. 최근에 중소기업들 중에서 이에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곳도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물론 새로 시장을 뚫고 납품하려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최근 나이키도 CSR 평가를 해서 점수가 낮은 협력업체는 납품을 배제시키는 움직임이 있다보니 기업들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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