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아산병원. 구혜정 기자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설립한 아산사회복지재단이 국내 공익법인 중 2위 규모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기본적인 외부 회계감사 자료 공개 의무조차 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증세법은 총자산 가액 100억원 이상 공익법인의 외부 회계감사 의무를 부여하고 해당 감사보고서를 일반에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7년도 회계기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총자산은 2조 87억원으로 회계감사 보고서 공개 대상이다. 국세청 홈텍스,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 결과 해당 법인 회계감사 보고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아산사회복지재단 문의를 했으나 담당자는 미디어SR에 "국세청에서 문제가 없다고 확인해 주었다. 지시한 대로 조치했다"고 엉뚱한 답을 내놨다. 재차 감사 보고서를 확인할 수 없다고 문의하니 "감사 보고서를 올려 두었으나 지금 확인해보니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이유를 모르겠다"고 답했다. 열람을 위해 보내줄 수 있느냐 묻자 "내부적으로 알아보고 연락주겠다"고 말했다. 초대형 재단의 회계처리 담당자의 대응이라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장학, 학술, 의료복지 외에도 의료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 재단 설립 시점은 관련 제도가 없어 '의료사업'을 할 수 있었으나 현재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법인의 '의료시설' 운영을 금지하는 추세다. 기존 의료시설 설립 허가된 법인의 경우에도 정관에서 '의료시설 운영과 관련된 항목을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사회복지법인 등 의료기관 설립법인이 별도 회사를 설립하여 부당 이득을 취하거나 의료법인의 이사장 등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명의로 의료기기들을 납품 받는 방식으로 사익편취를 할 우려기 있기 때문이다. 의료업의 복잡성으로 사회복지법인과 의료법인을 넘나드는 재단에 대한 관리 감독이 쉽지 않기도 하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2009년 국정감사에서 국내 8개 대형병원이 이사장 일가족, 법인 명의로 설립한 약품도매업자로부터 고가의 약품을 공급받아 지적 받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아산재단의 감사 여부와 감사 보고서 공개는 중요하다. 의료법인을 산하에 두고 있는 아산재단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내역, 타 법인 출자 지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사익편취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그 밖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 예고를 통해 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총수일가 지분율 20%로 조정했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지분 25.8%를 보유하고 있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당장 지분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공정위는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상장사 한정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15%까지 예외적으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기로 하기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밝혔다.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를 통해 현대중공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역시 현대중공업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도 현대중공업 지분 2.52%를 보유하고 있어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하면 상당해 공정위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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