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공익법인을 두고 있습니다. 문화, 예술, 장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이 출연한 막대한 자산을 이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이용하거나 사익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반대로 오랜 기간 특정 분야에서 진정성을 갖고 활동해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미디어SR은 기업집단 소속 주요 공익법인의 운영 현황, 공익사업의 기준, 투명성, 지배구조와 재무적 측면 등 다양한 방면에서 심도 있게 살피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디자인:minzada

'바보 LG'

국내 대기업 LG의 별명이다. LG는 사회공헌을 조용히 진행한다. 가장 유명한 것은 'LG의인상'이다. 사회에 기여한 의인을 조용히 찾아가 의인상과 함께 상금을 수여한다. 시상식도 거의 홍보하지 않는다. 네티즌들은 좋은 일을 하고도 홍보하지 않고 조용히 있다며 '바보 LG'라는 별명을 붙였다. 오히려 LG보다 네티즌들이 더 활발히 홍보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LG는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갖고 있다. LG가 하는 '착한 일'들은 대부분 LG그룹 소속 공익법인을 통해 이뤄진다. 네티즌들은 LG의인상은 알고 있지만, LG그룹 공익법인이 어떻게 돈을 벌고, 어디에 쓰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이에 미디어SR이 LG 공익법인의 수입지출과 자산을 뜯어봤다.

LG그룹은 7개의 공익법인을 갖고 있다. 이중 특수목적법인인 LG연암학원, LG미소금융재단, 충북창조경제지원재단을 제외한 4개 공익법인을 분석했다. 대상은 LG연암문화재단, 복지재단, LG상록재단, LG상남언론재단이다.

4개 재단의 총자산은 3014억원이다. 토지(31.93%), 금융(26.21%), 기타자산(25.63%), 건물(13.72%) 순으로 비중이 높다. 주식은 76억원으로 2.52%를 차지해 비중이 적은 편이다. 이 76억원은 LG연암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다. LG복지재단, LG상록재단, LG상남언론재단은 주식이 없다. 

다만, LG연암문화재단은 2017년부터 주식을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치를 반영해 796억원이라 공시했다. 2016년까지는 취득가액(76억원)으로 공시했다. '기업과 재단' 시리즈의 타 기업과 기준을 맞추기 위헤 주식을 공정가치가 아닌 취득가액 기준으로 분석했다. 

가장 자산규모가 큰 곳은 LG연암문화재단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LG연암문화재단은 2017년 총자산을 2133억원으로 공시했으나 주식 가치를 취득가액으로 조정해 총자산을 1412억원으로 계산했다.

LG계열사에서 기부금 받고, LG계열사에 사업 위탁

LG그룹 공익법인은 LG계열사로부터 받는 기부금과 각자 공익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으로 공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세한 공익사업 내용은 '절반은 화담숲에 나머지는 복지·문화'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LG상록재단은 340억원을 LG계열사로부터 기부받았다. LG복지재단도 LG계열사로부터 55억, LG문화재단도 64억원을 기부받았다. LG계열사에서 기부금을 받지 않은 곳은 LG상남언론재단 뿐이다. 

LG그룹 공익사업 키워드는 'LG아트센터', '수목원 운영', 'LG의인상', '언론인 지원'이다. 

4개 재단의 2017년 총수입액은 772억원이다. 2015년과 2016년은 529억, 521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7년 800억원 가까이로 대폭 늘었다. 

이는 LG상록재단에서 무려 340억원을 LG계열사로부터 기부받았기 때문이다. 전년보다 2배 이상 더 많이 받았다. LG화학(115억) LG디스플레이(70억) LG전자(40억) 등 9개 계열사로부터 기부받았다.

이와 관련, LG상록재단 관계자는 29일 미디어SR에 "화담숲 조성에 많은 비용이 필요해서 2017년 기부를 큰 규모로 받은 것"이라 설명했다. LG상록재단은 경기도 광주시에 '화담숲'이라는 수목원을 운영하고 있다. '화담(和談)'은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호다. 

그렇다면 LG계열사로부터 들어온 기부금은 어디에 쓰일까?

LG그룹 공익법인이 연간 공익사업에 쓰는 돈은 300~400억원이다. 2017년에는 333억원을 썼다. 이중 150억원은 수목원 조성에 쓰인다. 

이 150억원 중 '철새보호사업', '새집달아주기사업', '조류도감사업', '황새 인공 둥지 조성'등 동물 보호 및 도감 사업에는 약 1억원만 사용한다.

나머지 149억원은 '화담숲 조성 사업'에 들어간다. LG상록재단 관계자는 "화담숲을 계속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수목원을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나무를 구입하고 심는 비용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LG상록재단은 이 사업을 LG계열사인 '서브원'에 맡긴다. 지난해 LG상록재단은 관리용역비까지 197억원 규모의 화담숲 조성 위탁 계약을 서브원과 체결했다. LG계열사로부터 받은 기부금이 LG 계열사의 매출로 잡히는 것. LG아트센터를 운영하는 연암문화재단도 17년 약 50억원 규모의 계약을 서브원과 체결했다.

333억원 중 94억원은 서울시 강남구 소재 LG아트센터 운영비로 쓰인다. 엘지연암문화재단은 LG아트센터를 운영하면서 매년 적자를 본다고 밝혔다. 사실상 LG그룹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것. 공연장 운영을 공익사업이라 볼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공연업계 노동자는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라고 한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28일 미디어SR에 "대기업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공연장을 운영하는 것을 공연 종사자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가뜩이나 자리 없는 이 업종에 이름 있는 곳에서 경력 쌓을 수 있는 곳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차원이라면 공익적이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알려진 공익사업은 LG복지재단의 'LG의인상'이지만 수혜인원이 많지 않아 연 6억원 정도 규모로 진행된다. 

자산규모 비해 공익사업지출액 아쉽다 

LG그룹 공익법인 4개의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지출액 비중은 11.05%로, 191개 상호출자제한 공익법인 및 금융, IT 공익법인 평균인 17.1%를 밑돌았다. 

LG연암문화재단의 2017년 총자산(1412억원) 대비 공익사업지출액은 133억원으로 9.41%였다. LG복지재단은 총자산이 381억원인 것에 비해 공익사업에는 31억원만 썼다. 자산의 8.22%에 불과한 액수다. LG상록재단은 총자산 913억원에 공익사업지출액 총 162억원으로 비중은 17.76%에 달해 LG그룹 공익법인 중 가장 높았다. 

공익사업지출액이 가장 적은 곳은 LG상남언론재단이었다. 총자산이 308억원인 것에 비해 공익사업에 쓴 돈은 6억7000만원에 그쳤다. 총자산의 2.18%에 불과하다.

LG상남언론재단은 언론인을 선발해 해외연수를 보내주고 1년간 체재비, 학비, 항공료 등 실비지원을 하는 데 2017년 2억2600만원을 썼다. 이와 함떼 언론관련 신규사업 개발 및 공익법인 사업점검 신문기자 진로탐색을 후원하는 데 쓴 3600만원이 공익사업에 쓴 돈 전부다. 나머지 4억원은 인력운영비, 복리후생비, 교통비, 통신비 등의 관리비로 들어갔다. 순수하게 공익사업에 쓴 돈보다 관리비가 더 많이 들었다. 

LG그룹은 명성에 비해 공익법인 운영은 아쉬운 수준이었다. 공익사업에 쓰는 돈이 자산 대비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 유명세를 탄 'LG의인상'은 연 6억원으로 기대만큼 크지 않아, 전체 사업에서 보면 미미한 규모였다. 

[기업과 재단, LG편 ①]LG家 구광모 시대부터 주요재단 이사장 전례 깼다
[기업과 재단, LG편 ②]자산 규모 비해 공익사업지출액 아쉽다
[기업과 재단, LG편 ③]절반은 화담숲에 나머지는 복지·문화
[기업과 재단, LG편 ④] 투명성 으뜸인 반면 계열 내부거래 불투명
[기업과 재단, LG편 ⑤]구광모號 LG, 공익법인도 ‘순혈주의’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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