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상암동 MBC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사진. 희망연대노조

방송 스태프들이 MBC 최승호 사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들이 최 사장을 만나고자 한 이유는 MBC 드라마 제작현장의 불공정한 계약 관행, 즉 턴키계약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턴키 계약이란, 드라마 제작사가 사업자 등록증을 가진 감독과 일당으로 계약을 하면, 감독이 자신의 아래에 있는 스태프에게그 일당을 배분하는 식의 형태다. 이런 다단계 하도급 계약의 문제는, 사용자 특정이 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스태프들이 노동계약 형태가 불리하다고 문제제기를 하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 그동안 비일비재 했던 것이다.

27일 오전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장시간 노동 및 턴키계약 강요하는 MBC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서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방송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대화를 요청했으나 방송사들이 우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서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배드파파'가 11월 초부터 하루 16시간 이상씩 주당 100시간 내외의 장시간 촬영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작현장 노동자들의 개별근로계약 요구를 무시한 채 계약서조차 작성 없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조 측이 지난 9월 노조의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10월에는 공문을 통해 '개별근로계약 체결' 및 '(가칭) 드라마 제작가이드' 마련을 위한 TF 참여를 요청했으나, MBC는 면담 자체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지난 11월 9일 '상생 방송제작을 위한 독립창작자 인권선언문 선포식'에서 노동조합은 MBC 최승호 대표이사에게 MBC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의 면담 요청에 응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했고, 최승호 대표이사 역시 흔쾌히 이를 수용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라며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들의 노동인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어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 노조 관계자는 MBC 측과 만나 오는 30일까지 면담 여부에 대한 확답을 듣기로 했다.

희망연대노조의 박세찬 조직국장은 28일 미디어SR에 "MBC 측에서 이번 주 금요일까지 최승호 사장과의 면담이 가능한지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으며, 이외에도 노동형태 등 문제제기한 부분들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MBC에서 전체적으로 파악해 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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