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100만부 돌파, 왜?
82년생 김지영 100만부 돌파, 왜?
  • 권민수 기자
  • 승인 2018.11.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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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제공: 민음사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 제공: 민음사

"저는 94년생 한국 여자입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여성의 보편적인 삶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당연했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94년생 나는 더 이상 82년생 김지영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94년생 한국 여성 오 모 씨.

대한민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판매 100만 부를 돌파했다. 2016년 10월 출간된 이래 2년여 만이다. 

100만부 돌파는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2007년 김훈 '칼의 노래', 2009년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이후 약 10년 동안 문학계에 밀리언셀러는 없었다. '82년생 김지영'은 어떤 힘을 가졌기에 100만부 판매라는 성과를 내게 된 걸까? 

차별을 차별이라 인식하게 됐다

'82년생 김지영'은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을 상징하는 서른넷 전업주부 김지영 씨의 삶을 통해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받는 성차별, 고용시장에서 받는 불평등, 독박 육아를 둘러싼 문제점 등을 사회구조적 모순과 연결해 보여 주는 소설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화를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통계 등 객관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여성이 받는 차별을 담담히 묘사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던 차별들이 차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 계기가 됐다. 독자 박 모 씨(25)는 28일 미디어SR에 "충격적이었다. 이상하다고 어렴풋이 생각하던 것들의 실체를 깨달은 느낌이었다. 몰랐던 것도 알게 됐고 이런 사회에 분노하게 됐다"고 말했다. 

1980년대 여성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으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도서관 정보나루에 따르면, 최근 3개월 20~50대 여성 독자들의 대출 목록 1위가 모두 '82년생 김지영'이었다.

현 50~70대 여성이 받았던 차별도 함께 그려냈기 때문이다. 소설 속 김지영의 어머니는 남자 형제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공장에 취직해야 했다. '잠 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누런 얼굴로 밤낮없이 일해서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비로 쓰였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그게 가족 모두의 성공과 행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딸들은 기꺼이 남자 형제들을 뒷바라지했다.(중략) 그제야 어머니와 이모는 사랑하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는 자신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뒤늦게 산업체 부설 학교에 다니며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해 중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 발췌) 

100만 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속 '82년생 김지영'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했다. 서 검사는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는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고 호소하며 “이는 저만의 문제가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문제가 김지영만의 문제가 아니듯 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민음사는 "작중 김지영이 속으로 삼킨 말들은 끝내 자신의 목소리로 나오지 못했다"며 "이는 누군가 침묵을 깨고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실함으로 이어졌고, (서 검사가) 말함으로써 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다는 믿음으로도 이어졌다"라고 전했다. 

일부 남성들은 '82년생 김지영'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다. 소설 내용은 과장됐으며 성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며 비판한다.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고 있는 남성들에 '82년생 김지영'은 읽어서는 안 될 금서 정도로 인식된다. 

가수 아이린이 요즘 읽고 있는 책으로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하자 남성 팬들이 팬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부 과격한 팬은 아이린의 사진 불태우고 CD를 깨뜨린 것을 인증하기도 했다. 

지난 9월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와 함께 배우 정유미 씨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의 SNS에는 출연 사실을 비난하고 심지어는 성희롱하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다. 아직 개봉조차 하지 않은 영화에 평점 1점을 남겨 평점을 낮췄다. 현재 '82년생 김지영'의 네이버 영화 평점은 4.09점이다. '82년생 김지영' 같은 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 사례들이었다. 

남성도 여성의 삶에 관심가지는 계기 돼

'82년생 김지영'은 남성이 여성의 삶을,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근 3개월 간 30~40대 남성 독자의 대출 목록에서도 '82년생 김지영'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먼저 공감을 표한 것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금 의원은 지난해 3월 8일 여성의 날 '82년생 김지영'을 300권 구입해 선물했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에 "82년생 김지영을 안아주십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82년생 김지영'을 선물하기도 했다. 

남성이 여성의 삶을 간접적으로 접해보는 경험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여성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는 남성 김 모 씨(23)는 "여성의 삶에 대해 사실 그렇게까지 관심이 없었다. 이 책을 읽고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여성들에 물어보니 대부분 '똑같다', '이게 우리 삶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얼마나 약자인지 새삼 깨닫게 만들어준 책이었다"라고 말했다. 

조남주 작가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10년 동안 일했다.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6년 장편소설 '고마네치를 위하여'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같은 해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으로 2017년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 '82년생 김지영'은 현재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저서로 소설집 '그녀 이름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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